남궁민부터 준호까지, ‘김과장’ 통해 업그레이드 된 배우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여기는 민주주의 검찰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어디서 많이 들은 대사가 박현도 회장(박영규)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러자 그 장면을 TV로 보고 있던 TQ그룹의 미화원 엄금심(황영희)의 입에서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중들에게 한 차례 사이다를 안겨주었던 그 한 마디가 터져 나온다. “염병하네!”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마지막회까지 사이다 풍자의 연속으로 이어졌다. 해외 도피하려는 박현도 회장에게 “덴마크 가려나 보지?”하고 묻는 데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떠올리기에 충분했고, 박현도 회장의 비자금을 전부 TQ 그룹 경리부로 귀속시키고 달랑 29만원 남았다는 대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재산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끝까지 멈추지 않은 사이다 풍자의 연속. 이것은 <김과장>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김과장>을 ‘사이다 드라마’의 전형처럼 부르게 되지 않았던가. 드라마에 있어서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김과장>은 제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과장>의 성공이 단지 현실 반영과 사이다라는 어찌 보면 외적 요인에만 기인하고 있다 말하긴 어렵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내적으로도 충실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200% 완성해낸 연기자들의 호연이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은 역시 김과장이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한 남궁민의 호연이다. 처음부터 의인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의인이 되어가는 그 복합적인 캐릭터를 남궁민은 조금은 과장된 연기를 통해 코믹하게 풀어냈다. 분노하고 억울해하고 찌질하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따뜻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캐릭터. 이 다양함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킨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저력은 <김과장>이 독특한 드라마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밑그림이 되어주었다.



남궁민이 김과장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세우자, 그를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들 역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상대역으로 등장해 처음에는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가 후에는 같은 공공의 적인 박현도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서율(준호) 역시 김과장만큼 복잡한 캐릭터였다. 악역으로 시작하지만 윤하경(남상미)과는 멜로적 감성을 보이고, 후반부에는 김과장과 브로맨스를 보인 캐릭터. 서율을 연기한 준호는 이를 충실히 연기해냄으로써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코미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너무 가벼워지지 않게 해주며 현실적 페이소스 같은 걸 만들어낸 추부장 역할의 김원해, 검찰 신입수사관으로서 TQ그룹에 위장취업해 비리를 추적하던 중 김과장을 돕게 되는 귀여운 해결사 홍가은 역할의 정해성, 그리고 경리부 직원들로서 그 애환과 함께 코믹한 복수극에 동참한 이재준(김강현), 원기옥(조현식), 빙희진(류혜린), 선상태(김선호), 그리고 짧게 출연했지만 존재감 하나는 확실히 남긴 엄금심 역할의 황영희 등등 <김과장>은 실로 호감 가는 캐릭터들 전시장이자 그 캐릭터를 생생히 살려내는 호연의 장이었다.

<김과장>은 드라마에 있어서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 됐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내는 좋은 캐릭터가 어떤 면에서는 스토리에 우선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좋은 캐릭터가 있는 작품은 좋은 배우들을 발견해내기 마련이다. 남궁민에서부터 준호, 김원해 등등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배우들의 향후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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