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7’ 실속 없는 화려한 캐스팅, 얼마나 공조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얼마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최종예선에서 몇 수 아래 팀을 상대로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나고 한 해설위원은 기명 칼럼에서 보통 글을 쓸 때 경기 중에 전술이나 포메이션 관련해 남긴 수많은 어지러운 메모를 바탕으로 정리하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아무것도 메모할 것이 없었다고 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감상, 인상적인 장면, 문제점이나 장점 등을 메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쓴다. 특히 새로운 프로그램인 경우 최소 2회 정도까지, 각 회당 두어 번은 돌려본 다음 정리한다. 그런데 예능 선수들이 결집한 tvN 예능 <공조7>을 보면서 펴놓은 노트는 깨끗했다. 그나마 1회를 보면서 출연자 이름 써놓은 게 다다.

출연진은 화려하다. 이경규, 김구라, 박명수, 은지원, 서장훈 등 한 프로그램에 모으기 어려운 특급 예능 선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팬덤을 갖춘 이기광과 새로운 얼굴 권혁수가 첫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한다. 정서적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아재, 브로맨스 코드를 내세운다. 아무래도 <뜨형>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는 <아는 형님>의 성공이 자극이 된 것 같다. 또한 제작진의 브랜드가 중요하니 1,2회에선 MBC에서 tvN으로 이직한 김유곤 CP도 전격 출연했다.

그런데 이들이 내세운 강제 브로맨스를 위한 설정들이 단 한 줄로 잘 와 닿지 않는다. 왜 수갑을 차고 생활하는지, 이것으로 별점 받는 대결을 우리가 왜 봐야 하는지 이해는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 브로맨스를 위해 둘을 묶고, 그다음에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를 평가하는 대결에서 얻을 수 있는 건 훈훈함과 예능감으로 도금되는 배신, 큰 그림밖에 없다.



설정과 캐스팅 자체가 구심점이 되는 멤버를 중심으로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기본 뼈대가 없다 보니 시청자들을 쉽게 설득시키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공조는 무너진다. 각 커플들끼리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은 종영을 피하지 못한 <꽃놀이패>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설정 자체가 단숨에 와 닿지 않으니 규칙은 복잡해지고, 출연자들의 에피소드에 기대면서 늘어진다. 그 결과 별표 집계의 긴장감은 아예 없다 못해 사족에 가깝다.

아마도 제작진은 다채로운 색의 예능 선수들을 이인삼각 달리기 하듯 수갑으로 묶어놓으면 색다른 그림과 재미가 나올 것을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난바다에 튜브만 던져준 꼴이다. 긴 시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은 뻔하다. 티격태격하며 적응하는 모습 보는 것도 한 두 번이다. 그러다보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가창 개인기 타임이 나오고 안마를 받는 상황의 몸개그, 최종미션으로 등장한 손발톱을 깎아주기(이 또한 손발톱을 클로즈업하는 그림 자체가 호감을 떨어뜨린다) 등 자잘한 볼거리들이 산탄총처럼 흩어졌다. 게다가 모두 4커플이 등장하니 비슷한 장면을 4번이나 반복해서 봐야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시청자와 호흡하는 것이 생명이다. 함께하며 성장하는 코드를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관계망과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조7>은 미션과 설정 자체가 성글다보니 이경규, 김구라, 박명수, 은지원, 서장훈 모두 기존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등장한다. 강제 브로맨스를 통해 예능 최강콤비를 만들겠다는 포부와는 전혀 다른 현실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이지만 전혀 새롭다거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한끼줍쇼>에서 이경규는 강호동과 만나서 잘 됐다. 강호동이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잘 받쳐 준 까닭이다. 강호동이 캐릭터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것은 이 쇼가 강호동이 변신을 해야만 하는, 혹은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과 관계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강호동이 호통을 듣고 쩔쩔 매는 모습을 본 시청자나 피톤치드와 어린이를 그렇게 끔찍이 사랑하는 줄 아는 시청자는 없었다.



<공조7>은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톱 MC들을 한 자리에 모아뒀다고 무조건적인 관심을 끄는 세상이 아니다. 캐스팅에 대한 호기심과 화제는 1회 기록한 1%대 후반 시청률이 최대치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로 승부를 본 2회는 그마저도 반토막이 나 시청률 1%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 공조 체계가 초반 헤매는 중이 아니라 비상 상황인 이유다. 보다 미션을 정교하게 설정하든가 그것이 어려우면 고급인력을 어렵게 모아놓았으니 굳이 다시 떨어뜨려 놓지 말고 한 자리에 둘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편이 나아 보인다. 그나마 1회 초반 스튜디오 토크쇼는 웃음을 생산한 바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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