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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이영애·전지현에 비해 운만 없는 게 아니다
기사입력 :[ 2017-04-04 13:24 ]


고소영, 왜 CF스타와 배우 사이 간극을 넘지 못했을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1990년대를 수놓은 고소영은 1980년대 후반 심혜진, 세기말의 전지현과 맥이 닿는다. 세 명의 스타 모두 인상적인 CF로 특별한 아이콘이 되었다. 심혜진에게는 “난 느껴요.”라는 멘트로 대중을 사로잡은 코카콜라가 있고, 전지현에게는 테크노 춤과 함께하는 프린터 마이젯이 있다. 그리고 세 사람의 광고 모두 새로운 시대 새로운 트렌드의 폭죽을 터뜨리는 경쾌한 청량감이 존재했다.

다만 스타 고소영에게는 이 두 스타와 다른 점이 있다. 고소영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CF는 없다. 하지만 고소영은 1990년대 등장한 히트상품이 모두 그녀의 것인 듯 만드는 착시효과를 낸다. 이 스타는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화려함과 어울리는 더블리치한 매력을 지녔다. 1990년대 화장품, 샴푸, 휴대폰 등 모든 광고를 섭렵한 그녀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타입의 미녀였다. 청순가련형도 아니고 육체파도 아니었다. 황신혜처럼 서구적인 마스크였지만 말없는 그림이 아니었다. 수다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떠드는 말괄량이와 새침한 부잣집 깍쟁이의 얼굴이 공존했다.

무엇보다 이 신인스타에게는 기존의 여배우들에게 희미하게나마 드리워져 있던 그늘이 없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입체적인 얼굴, 그리고 톡톡 쏘는 말투는 당시 유행하던 신세대나 X세대 담론의 현실판이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여신 같은 인물이 어느 날 CF에 나타나 깔깔거리고 웃고 있었던 것이다. IMF 이전까지의 1990년대를 통으로 보여주는 셀럽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소영은 심혜진이나 전지현처럼 자신의 매력을 CF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옮겨가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다른 스타들에 비하면 더더욱.



CF 속에서 그늘 없는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단 연기에도 그늘이 없는 건 문제였다. 화려한 외모가 주는 강한 인상과 달리 1990년대 그녀의 연기는 평면적이고 소박했다. 당시 라이벌로 지목되던 심은하처럼 청순한 얼굴로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역할들을 담아내지 못한 셈이다. 또한 1990년대 후반의 발랄한 미녀의 상징인 김희선처럼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드라마에서 찾아내는 행운 역시 없었다.

사실 고소영은 스타 아닌 배우로서 조금 억울한 면도 있기는 하다. CF와 달리 그 시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고소영 본인과 어울리는 캐릭터 자체를 찾기 힘들었다. 남부러울 것 없이 화려한 그녀의 이미지는 사실 캔디형 서사가 대부분인 로맨스물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멜로물에서 남자 주인공과의 애틋한 그림도 썩 와 닿지가 않는다. 애틋함 없이 당연히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좋아할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어둡고 조용한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그녀 특유의 화려함과 조화가 맞지 않았다. 물론 그 어울리지 않음을 소화시켜야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다만 평면적인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스타가 지닌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성공적으로 최고 수준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화장품 광고에서 강렬한 커리어우먼으로 등장한 이영애가 그런 대표적인 경우다. 강한 여성 캐릭터의 이영애는 1990년대 후반 청순하고 다가설 수 없는 아련한 미인의 이미지로 변신한다. 이후 그녀는 <봄날은 간다>나 <친절한 금자씨>, <대장금> 같은 히트작을 만들어낸다. 안타깝지만 고소영은 CF와 달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작품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간간히 셀럽 같은 존재로 비춰지던 고소영은 현재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통해 오랜만에 컴백한 상태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처럼 미스터리와 코믹한 아침드라마의 분위기를 교묘하게 믹스한 이 작품은 뻔하고 시시한 드라마는 아니다. 분명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매력이 있기는 있다. 바람피운 남편 구재희를 연기하는 배우 윤상현은 드라마의 코믹한 부분을 잘 살리고, 배우 조여정은 이 드라마의 미스터리한 조연 이은희를 독특하게 조율하면서 이 드라마 특유의 색깔을 살려낸다.



한편 <완벽한 아내>에서 여주인공 심재복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하지만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고소영은 수수하게 등장해도 여전히 세련된 아름다움이 있다. 그 미묘한 부조화가 오히려 이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이다. 또한 적당한 까칠함과 발랄함이 있는 인물의 성격 또한 고소영과 어울리는 면이 있다. 여러 모로 스타 고소영의 의미 있는 도전인 것만은 틀림없다.

다만 배우 고소영이 원톱으로 <완벽한 아내>를 확실하게 끌어가고 있는지 조금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녀의 소박한 생활연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엄마, 아내, 여성으로서의 푸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CF에서나 드라마에서나 늘 고소영의 연기에는 본인의 감정을 표출할 때 이런 편안한 자연스러움이 늘 있기는 했다.



하지만 CF와 달리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 속에서 고소영의 연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하다. 그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녀는 여전히 이야기에 맞춰 적당한 템포로 흘러갈 뿐 결정적인 순간에 본인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만드는 힘은 부족하다. 60초 동안 이 스타는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매력으로 사람들을 반하게 만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60분이 흘러가는 동안에 이 배우의 연기는 여전히 따분하고 답답한 잔상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SBS, 더페이스샵,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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