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tvN 금요일, ‘시카고 타자기’에 거는 기대

[엔터미디어=정덕현]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끝나고 최근까지 tvN의 행보는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후속작이었던 <내일 그대와>가 심지어 1% 이하로까지 시청률이 떨어진 바 있고,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 역시 3%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공고하게 구축되어 왔던 tvN의 금요일 편성 라인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게 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일단 새롭게 시작한 나영석 PD의 <윤식당>이 이런 우려를 단방에 날려버렸다. 첫 회 6.2%(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2회 만에 9.5%를 기록하며 역시 “힐링 예능은 나영석”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발리의 한 섬에서 식당을 개업한다는 간단한 발상을 통해, 지금의 대중들이 느끼는 새로운 삶에 대한 허기를 상당 부분 채워준 점이 주효했다. 나영석 PD라는 에이스는 역시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카고 타자기>가 금요일 tvN 라인업을 복원하기 위해 나선다. 지금껏 tvN 금토드라마의 편차를 만들었던 가장 큰 요인은 스타작가의 유무였다. 즉 <도깨비>가 선전한 것도 김은숙 작가라는 현재 최고의 대중적 지지를 받는 작가가 포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카고 타자기>는 <해를 품은 달>과 <킬미 힐미> 등으로 공고한 팬덤을 갖고 있는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서 기대감을 모은다.

진수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은 <시카고 타자기>라는 작품이 가진 다양한 장르적 결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정통 멜로에 추리극적 장치를 활용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공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판타지까지 갖춘 작품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물론 방송이 나와야 이러한 소개가 어떤 드라마적 특성을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래도 믿음이 가는 건 역시 진수완 작가라는 존재 덕분이다.



여기에 병역 문제 때문에 한 1년 정도 휴지기를 가져왔던 유아인이 합류했다는 소식은 <시카고 타자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준다. <밀회>에서부터 급성장 가도를 달려온 유아인은 그 후로 영화 <베테랑>, <사도> 등을 거쳐 <육룡이 나르샤> 같은 사극에까지 출연하며 독보적인 연기자의 영역을 만들어낸 바 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그의 작품을 선택하는 식견이 남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선택한 <시카고 타자기>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작년 말에 불거진 탄핵 정국은 오락 케이블 체널인 tvN으로서는 힘겨운 시간들을 예고할 수밖에 없었다. 즉 시국을 담을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이 없는 tvN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 결정이 나면서 이제 조금씩 시청자들의 시선은 일상 속으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tvN으로서는 지금이 다시 금요일을 되찾을 적기인 셈이다.

<윤식당>에 이은 <시카고 타자기>의 출격은 과연 tvN의 잃어버린 금요일을 되찾아줄까. 드라마 한 편에 대한 관심이 유독 커지고 있는 건 그 드라마 한 편의 선전이 가져올 tvN 전체에 대한 파급효과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드라마 한 편의 성공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를 다시 가져오는 것일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