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인적 쇄선 통한 반등에 성공하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봄 개편을 단행한다. 편성 사정에 따라 얼마 전 방송 시간대도 바꿨고, 무엇보다 양세찬과 전소민이 새 멤버로 합류해 8인 체제로 변화한다. 장수예능임에도 개리의 이탈 이외에 지금까지 인적 변화가 거의 없었던 터라 2명이나 동시에 새롭게 가세하는 일은 꽤나 골자가 큰 변신이다. 사실상 변화는 불가피했다. 작년 말부터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시즌2를 준비했다. 그러나 송지효와 김종국에게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했다는 논란이 터지며 아예 2월에 종영하기로 했다가 끝장 회의 끝에 다시 힘을 합친 상황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등되지 못하고 타사 일요예능에 비해 화제도 안 되는데다 꾸준히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소생의 가능성이 없던 것은 아니다. 폐지 직전에서 살아 돌아온 까닭에 지난 3월 중순까지 서로의 관계를 다시금 돈독히 다지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일명 멤버스위크라 하여 멤버들 각자가 직접 아이템을 기획해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의 시리즈를 이어갔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오면서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멤버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지만 다른 멤버들에겐 불리한 아이템을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관계망, 출연진들의 우정, 제작진과의 친밀함 등 화합과 의리를 드러냈다. 멤버스위크를 통해 멤버들은 그동안 게스트 위주로 진행되면서 밀려났던 주인공 자리로 돌아갔고, 캐릭터쇼의 주체임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오랜만에 가질 수 있었다.

그 후 제작진과 대결하여 얻게 된 ‘아지트’는 멤버들이 뭉친다는 의미에서 <런닝맨>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사를 가게 된 막내 작가의 옥탑방을 아지트로 얻고 꾸미면서 멤버들끼리 대결하던 틀을 벗어나 단합된 하나의 팀다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번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하나로 뭉쳐가는 캐릭터쇼의 에너지를 충전했고, 무언가 다시금 헝그리한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제작진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그림을 보여주며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를 아우르는 가족적인 팀워크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알뜰 커플레이스니, 런슐랭 가이드니, 부킹왕 레이스니 하는 이름만 거창한 특집들이 다시 시작됐다. 다시금 게스트 위주의 <런닝맨>으로 돌아왔다는 점과 새로운 게임 같지만 룰만 복잡할 뿐 기존 게임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엉성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겪어왔던 패착들을 반복했다. 무엇보다 누적된 문제긴 하지만 최초라고 하면서 선보이는 새로운 게임들이 한류 예능의 시발점이 된 이름표 떼기처럼 직관적이지가 않았다.

<런닝맨>은 게임을 펼치는 예능인데 킬러콘텐츠라 할 수 있는 게임을 ‘이름표 떼기’ 이후 개발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피로도가 쌓이자 매번 색다른 게스트를 투입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그 결과 게임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인 캐릭터쇼의 에너지를 떨어뜨렸고, 1시간 넘게 벌어지는 레이스에 몰입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홍보성 캐스팅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기 역부족이었다. 직관적인 재미가 있는 게임을 하든지, 아님 게스트로 승부를 보려면 흥미를 자아낼 캐스팅이 두드러지든지 해야 하는데 두 지점 모두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일 1부 시청률이 3% 아래로 추락했다.



<런닝맨>이 반등하기 위해선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게임을 개발하고, 올해 초 선보인 것처럼 캐릭터쇼의 재미를 이끌어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춰야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제작진은 이번 봄 개편에서 양세찬과 전소민을 투입해 우선 캐릭터쇼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려는 듯하다. 즉 캐릭터쇼의 에너지부터 일으키려는 모양새다. 그런데 일반적인 고정 출연이 아니라 러닝메이트라 하여 <불타는 청춘>의 ‘새 친구’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로 지속적인 인적 자원 쇄신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양세찬과 전소민 모두 예능 무대에서 검증된 인물이 아닌 까닭에 활약상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다. 이들을 투입하고서도 지금처럼 게스트 위주의 기획을 이어간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란 점이다. 오히려 사람만 늘어나서 더 복잡하고 지루한 게임의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이번 봄 개편에서 7년 만에 인적 쇄신 카드를 빼든 만큼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스트에 의존했던 전략을 거두고 캐릭터쇼의 재미를 다지는 게임으로 다시금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런닝맨>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외연 확장이 아니라 내부적인 에너지를 채우고 시청자들에게 재단장 했음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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