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귓속말’ 박경수 작가의 주연 배우 선택 과연 옳았을까
기사입력 :[ 2017-04-11 16:36 ]


‘귓속말’, 이상윤·이보영·권율·박세영 누가누가 잘하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박경수 작가의 작품인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는 남자들의 개기름 냄새가 난다. 그건 주인공 이동준(이상윤)을 비롯해 이 드라마에서 수많은 남자들의 얼굴이 번들거려서만은 아니다. 이제는 나름 컬트적인 팬을 다수 확보한 박경수 작가의 대사에서는 인생과 승부하며 버텨가는 자들의 찌든 내 같은 게 있다. 그렇기에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 <펀치>에서는 질겅거리고, 느물거리고, 비릿한 대사들이 피 묻은 살점마냥 뚝뚝 떨어진다. 이야기의 진행 또한 시청자의 아포크린샘을 자극하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런 대사와 반전 구성에 어울리는 배우들이 박경수 작가와 호흡을 맞춰왔다.

<추적자>의 김상중이 그랬고, 손현주가 그랬다. <황금의 제국>에서는 박경수보다 어쩌면 더 노련한 배우들인 박근형과 김미숙이 능청스럽게 대사들을 자기 방식으로 말끔하게 마름질하기까지 했다.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펀치>에서의 김래원이 박경수 대사 특유의 개기름 냄새를 잘 살린 축에 속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최근 방영중인 <귓속말>에서 젊은 주연배우들과 작가 박경수와의 조합은 좀 의외인 면이 있다. 이상윤, 이보영, 권율, 박세영 이 젊은 배우들은 주로 그렁그렁한 눈으로 로맨스의 세계나 멜로의 세계를 나긋나긋 걷던 배우들이었다.

물론 돌이켜보면 그간 이 젊은 배우들이 걸어온 길이 <귓속말>의 인물들과 전혀 접점이 없는 건 아니다. <내 딸 서영이>와 <공항 가는 길>을 거치면서 이상윤은 배우자의 비밀 때문에 늘 억울하게 뒤통수 맞는 남자 역할을 맡아왔다. 아마도 이마의 주름을 잡으며 입술을 비트는 이 배우 특유의 억울한 표정이 그 증거가 될 것도 같다. <귓속말>에서도 주인공 이동준은 수없이 뒤통수를 맞기에 이상윤의 억울한 표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내 딸, 금사월>에서 연민이 가는 악녀보다 ‘찌질’한 악녀에 가까운 오혜상을 연기한 박세영 역시 <귓속말>의 상류층 악녀 최수연에 재도전한 이유도 짐작은 간다. 이번 드라마가 성공한다면 <우리 결혼했어요>외에 아직 대표작이 없는 이 배우에게 나름의 캐릭터가 생길 테니까.

<귓속말>에서 최수연의 연인이자 이동준의 적인 강정일을 연기하는 권율에게도 늘 2인자의 안타까운 분위기가 풍긴다. 그는 수많은 로맨스물에서 여자주인공과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남자로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이 될 이보영 또한 <귓속말>의 여주인공 신영주와 접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녀는 최근 몇 년 동안 멜로나 주말드라마에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신의 선물-14을>을 통해 장르물, 그것도 스릴러적 긴장감이 살아 있는 드라마 쪽으로 걸음을 옮겨갔기 때문이다.



아마 이 네 배우들 모두에게 박경수의 <귓속말>은 탐나는 사탕이긴 했을 터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작품은 탈나는 사탕이 될지도 모른다. 여성 취향의 대사에 익숙했던 이 배우들에게 남성 취향의 과격한 대사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네 배우 중 현재 <귓속말>에서 박경수의 대사를 능수능란하게 파고드는 사람은 권율이다. 조금은 여리게 보이는 이 배우의 얼굴은 <귓속말>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그는 강정일의 예민하고, 우아하게 뻔뻔하고, 때론 유약해서 더 잔혹해지는 면들을 생생하게 그려낼 줄 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박경수 드라마의 남자들과는 또 다른 톤과 뉘앙스로 대사의 매력을 살려낸다. 아마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한편 그간 성공적으로 멜로에 안착한 배우 이상윤은 아직까지는 조금 아쉽다. 이 배우 특유의 톤이나 표정, 혹은 말투는 멜로물에서는 느끼하지 않은 풋풋한 청년의 매력을 살리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귓속말>의 이동준은 순진하고 깨끗해 보여도 실은 속물적이고 이물스러운 내면을 지닌 인간이다. 아직 그런 인간의 내면을 박경수의 대사로 끌어내는 주인공으로 이상윤은 조금 부족해 보이지 않나 싶다. 다만 이 드라마의 멜로 코드를 작가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상윤의 장기가 조금 살아 날 수도 있겠지만.

박세영의 연기는 아직 김순옥 작가의 악녀 마법의 약에 취한 잠자는 공주 같다. 그녀가 서둘러 오혜상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녀의 연기와 말투는 이 드라마에서 겉돌 위험이 크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이보영의 경우는 아직은 애매하다. 이보영의 연기에는 드라마를 모던하게 만드는 특유의 엣지가 있다. 속에 바늘을 품은 인물을 너무 격하지 않고 깔끔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능력이 그것이다. 그런 그녀의 장점과 박경수 작가의 거친 대사는 사실 그렇게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다만 이보영은 어쩌면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본인만의 톤으로 신영주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신영주를 통해 보는 이들에 따라 다소 겉멋 들고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작가의 대사들이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튼 현재까지 <귓속말>의 박경수 작가와 멜로의 세계에서 건너온 젊은 배우들의 조합은 다소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배우들과 작품의 부조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달라질지, 혹은 그간 익숙한 박경수 드라마가 이질적인 배우들 특유의 톤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면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