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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이호원·이기광, 변명 따윈 필요 없는 아이돌들
기사입력 :[ 2017-04-13 12:12 ]


이준호·이호원·이기광, 아이돌임을 잊게 만드는 위력적 퍼포먼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다른 장르로의 도전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다 옛 이야기다. 2010년대의 아이돌은 연기나 예능, 라디오, 뮤지컬, 연극 등의 다양한 장르로 종횡무진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고, “아이돌이니까” 같은 변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도 TV에서 수많은 아이돌들이 배우로, 예능인으로 제 몫을 하며 활약 중이다. 오늘은 각 분야에서 이 사람이 아이돌이란 걸 잠시 잊게 만드는 위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세 사람을 기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김선영 평론가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KBS <김과장>의 이준호를, 이승한 평론가는 MBC <자체발광 오피스>와 SBS <초인가족>에서 사뭇 다른 신입사원을 연기 중인 이호원을, 정석희 평론가는 tvN 예능 <공조7>에서 고생 중인 이기광을 조망한다. 이름하야 [TV삼분지계]가 뽑은 2017년 상반기 ‘열일하는 아이돌’이다.



◆ <김과장> 이준호 : 앙상블 멤버에서 매력적인 솔리스트가 되기까지

<김과장>은 준호의 배우 데뷔작 <감시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다. 각각의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캐릭터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어우러졌던 <감시자들>처럼 <김과장> 역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함께 조화로운 합주를 선보인 앙상블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이 공통지점에서 준호는 연기자로서의 놀라운 성장을 증명해낸다. <감시자들>의 다람쥐가 보이그룹 2PM의 한 멤버로서 선보였던 날렵한 캐릭터 플레이의 연장에 있었다면, <김과장>의 먹소 서율은 여전히 날렵하면서도 드디어 준호만의 색깔을 불어넣은 연기를 보여준다.



서율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뒤로 가서 반성하는 입체적 악역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준호가 표현하는 서율의 악역 묘사에는 처음부터 남다른 지점이 있었다. 정확히는 정의로운 사법기관을 표방하면서도 뒤로는 썩은 내를 풍기는 검찰 세계 안에서 “가식적인 쓰레기로 사느니 대놓고 쓰레기”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뛰쳐나온 순간부터다. 부패기업 TQ의 재무이사로 들어와 나이 많은 임원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반말과 할말을 다하는 이 ‘킹싸가지’의 패기에는 자신을 포함해 모든 기득권층의 권위주의를 냉소하는 은근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쓰레기 같은 현실에 늘 짜증이 쌓여있는 데다 마침내 그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에도 오차없이 정확한 준호의 딕션과 연기는 서율을 단지 인상적인 악역으로 규정하기 아까운 강렬한 캐릭터로 빚어냈다. <감시자들> 때처럼 다른 많은 개성적 캐릭터들과 하모니를 이루면서 동시에 서율의 단독 플레이에서도 눈부신 빛을 발할 정도로 성장한 준호의 역량을 확인한 것은 <김과장> 최대의 성과 중 하나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자체발광 오피스><초인가족> 이호원 : 젊은 남자배우의 탄생

강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엄마, 어, 엄마…” 자신의 입사를 바라는 엄마(이상숙)의 숨막힐 듯한 기대치 탓에 수석 합격이라는 거짓말을 던져 놓고 어떻게든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있던 강호에게, 회사 복도 저 편에서 걸어오는 엄마의 실루엣은 악몽 같은 것이었으리라. 패닉 상태에 몰린 강호, 시선은 갈 곳을 잃고 몸은 숨을 못 쉬며 켁켁거리다 다리부터 허물어져 내린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 7회의 한 장면이다.

같은 주 월요일로 시계를 돌려볼까? 회사 안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담백하게 던져둔 귀남은, 결심한 듯 탕비실에서 마주친 선배 정민(박희본)의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말을 건넨다. “선배, 집이 어디예요? 뭐 좋아해요? 저녁엔 뭐해요? 저 선배가 좋은데, 선배도 저 좋아해 줄래요?” 어려운 고백을 단호하게 던진 귀남은, 대답을 기다리며 계속 정민의 눈을 바라본다. SBS <초인가족> 13회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이 사뭇 다른 두 직장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한 명, 이호원이다.



이호원이 연기를 가수 커리어와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대한다는 건 데뷔작인 tvN <응답하라 1997>(2012)의 준희 역할을 했을 때부터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그가 같은 시기 서로 다른 두 드라마에 모두 신입사원 역할로 출연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미지 중첩 없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던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호원은 캐스팅을 망설이던 <자체발광 오피스> 제작진 앞에 강호가 입을 법한 옷차림으로 등장해, 자기 나름의 캐릭터 분석을 보여주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실제로 강호와 귀남은 옷차림과 헤어스타일과 같은 외양적인 부분은 물론, 발성이나 말의 템포, 걸음걸이와 서 있을 때의 몸의 텐션이 모두 다르다. 괴로울 때마다 한껏 구겨지는 주눅 든 표정의 강호를 보다가, 군더더기 없는 동선으로 단호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귀남을 보면 이 두 인물이 같은 배우의 몸을 빌었다는 것을 잠시 잊게 된다. 아직 그의 재능의 깊이를 함부로 단언할 순 없으나, 우리가 아주 성실해 신뢰할 만한 젊은 남자배우의 탄생을 목격 중인 것만은 확실하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공조7> 이기광 : 겸손한 행보, 기대되는 내일, 아쉬운 오늘.

우여곡절 끝에 재탄생한 그룹 ‘하이라이트’의 이기광. MBC <뜨거운 형제들>과 KBS2 <승승장구> 등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해온 덕에 아이돌과는 담을 쌓은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에게도 꽤 인지도가 있다. 지난 해 KBS2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웬만해선 이 춤을 막을 수 없다-붐샤카라카> 우승으로 춤 실력 또한 널리 알려진 바 있고. 그러나 의외로 MBC 드라마 <몬스터>에 강지환 아역으로 등장했을 때 그가 바로 그 이기광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신선한 얼굴인데 누구냐고 묻는 이들조차 있었으니까. 아마 시력을 잃은 채 나락으로 떨어진 처절함 가득한 연기와 반달 눈웃음을 짓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밝은 이미지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리라.



당시 그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드라마의 탄탄한 기초가 되었다는 호평이 이어졌었는데 사실 그는 MBC <지붕뚫고 하이킥>(2009)의 준혁(윤시윤)의 친구 역으로 연기 인생의 첫발을 내디뎠고 다음 작품도 MBC <마이 프린세스>(2011)에서 공주 이설(김태희)을 돕는 궁중주방보조 건이 역이었다. 그런가하면 MBC <나도, 꽃>(2011)에서는 주인공 윤시윤과 이지아 사이의 연결 고리 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분량은 적지만, 그렇다고 또 씬스틸러 수준은 아니어도 존재감 하나만큼은 확실했다는 얘기다.

한류를 책임지는 인기 아이돌임에도 작은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해온 그의 겸손한 행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여러모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기광. 요즘 아쉬운 건 tvN 새 예능 <공조7> 출연이다. 구태의연한 인물들, 억지 설정 사이에서 뭘 제대로 하며 뭘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MBC, SBS,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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