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시청률 춘궁기, 평창 홍보가 독 됐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시청률 춘궁기는 피해가기 어려운 것일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불안불안하다. ‘국민의원’ 특집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 8.9% 시청률을 내며 뚝 떨어진 바 있고, 박보검이 출연한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으로 10.2%로 반등했지만 이어진 다음 회에서는 김연아까지 출연했지만 9.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 <불후의 명곡>은 <무한도전>의 시청률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무한도전>이 8.9% 시청률을 냈던 회차에 <불후의 명곡>은 10.3%를 냈고, 10.2%를 냈던 그 다음 회에는 8.2% 그리고 이번 회에는 10% 성적을 냈던 것. 늘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기록해온 <무한도전>으로서는 2위 기록이 제아무리 춘궁기라고 해도 아쉽게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매해 봄이면 찾아오는 시청률 춘궁기의 성적을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벚꽃이 휘날리고 꽃들이 만발하는 시기, 야외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TV앞에 앉는 시청자들의 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야외활동이 더 많은 젊은 세대와 중년 팬층을 주로 갖고 있는 <무한도전>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불후의 명곡>은 KBS라는 보편적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는 채널인데다, 프로그램 역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음악 예능이라는 점에서 이런 시기에 오히려 더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도전>이 이런 시청률 추락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국민의원’ 특집에서도 그랬듯이 새로운 아이템의 첫 회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지만 이어진 회차들은 그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 역시 박보검이 출연해 “박보 검나 웃겨!”를 연발하며 봅슬레이를 타고 대결을 벌일 때만 해도 관심이 쏠렸지만 다음 회차에서 다양한 동계 스포츠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느낌을 주었다.



김연아가 출연한다는 예고편 소식은 그만큼 기대를 한층 높였지만 실제로 출연한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뒷부분에 살짝 토크쇼 정도로 진행됐을 뿐이고 그 내용들 역시 유재석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아침방송’이나 ‘스포츠채널’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김연아의 출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은 반색했을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 특유의 웃음의 포인트들이 그리 많았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 근본적으로 이번 아이템은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물론 그건 <무한도전>이 지금껏 쭉 해왔던 일들이지만 어쨌든 시청자들로서는 평창 홍보라는 뉘앙스가 주는 ‘평이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무언가 독특하거나 새로운 도전이라는 느낌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무한도전>은 이 예능 춘궁기 때마다 대놓고 이를 뛰어넘기 위한 ‘독한 미션’들을 수행하곤 했다. 그 위기의식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무한도전>의 존재감을 만들어주었다. 지금 <무한도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 위기의식이 아닐까. 무엇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의미 자체보다는 웃음의 밀도를 더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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