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 통해 본 백종원표 쿡방의 진화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쿡방의 열기는 식었지만 백종원은 살아남았다. 물론 쿡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화제성이 떨어져서 그렇지 <냉장고를 부탁해>는 늘 3% 이상 좋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고, 올리브TV 등에서는 계속해 새로운 쿡방이 기획되고 있다. 하지만 2015년도 예능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기세는 사라졌다. 대세의 자리에서도 진즉에 내려왔다. 보다 젊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셰프들이 그 이후로도 꾸준히 소개되고 있지만 아무도 2015년 원년 멤버들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오늘날 쿡방의 황량한 현주소를 말해준다.

백종원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여타 스타셰프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간다. 화요일 케이블 방송 시청률 순위 1위 자리를 거의 내주지 않고 독주 중인 <집밥 백선생 3>은 백종원 콘텐츠가 조정기를 거치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집밥 백선생> 시리즈는 시즌1의 김구라, 시즌2의 김국진 등 탑 MC와 함께했다. 집밥 레시피라는 일상성과 함께 대결과 게임, 캐릭터 잡기 등 쇼 버라이어티의 요소가 투 트랙처럼 깔려 있었다. 살림에 무심한 남자들이 요리를 배운다는 설정은 정서적 공감대가 아닌 볼거리 차원으로 활용되는 편이었다.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이 몰입하도록 고안한 코드가 생각보다 옅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즌3에 접어들면서 예능의 요소는 양세형의 깐족거림과 같은 감칠맛 정도로 톤다운을 하고, 백종원의 레시피를 따라하고 배우는 데 보다 집중한다. 예능화에 대한 강박을 덜어내고일상적이고 간편한 요리를 위해 획기적으로 단계를 줄인 백종원의 간편 집밥 레시피를 전면에 내세운다.

학구열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규한은 “달걀말이를 배우고 난 후부터는 요리를 예쁘게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하고, 새댁인 남상미는 남편에게 칭찬을 들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요리에 재밌고, 즐기면서 한다며 “최근 예쁘게 담고 싶어서 그릇을 샀다”고 밝혔다. 백종원은 이런 변화들은 음식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고 요리에 대한 재미가 붙어서 생긴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특히 출연자 중 가장 요리와 거리가 멀었던 남상미의 캐스팅과 성장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시리즈는 그동안 요리에 서툰 중년부터 아이돌까지 남자 연예인들을 데려다가 엉뚱하고 귀여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요리가 서툰 새댁 남상미의 가세로 성격이 전환됐다. 기획된 스토리텔링 대신 현실성을 부여해 몰입의 여지를 높인 것이다.

숙성하면 할수록 맛이 깊어지는 만능 간장이라든지, 소불고기 양념을 간편하게 액젓으로 해결하는 것이나 아카시아 꿀을 넣으면 더 풍미가 좋아진다는 꿀팁 등 실용성이 강조된 레시피는 실제 주부들에게 매우 유용한 팁이다. 이처럼 달걀, 라면, 오징어, 소불고기, 대패 삼겹살 등 일상적인 재료로 간편하고 다양한 메뉴를 마법처럼 만들어내는 백종원의 레시피에는 요리를 한번 해보고 싶게 만들고, 삶에 도움을 주는 필요한 정보라는 일상성이 깃들어 있다. 이것이 백종원이 다른 쿡방과 달리 가치 있는 콘텐츠로 살아남은 이유이다.



이번 시즌은 그 부분이 그 어느 때보다 이런 지점이 선명하다. 지난 방송에서 마치 유명 농구 만화의 한 장면처럼 출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백 선생에게 “요리가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요리 기법을 보고 자극받는 시절은 지났지만, 백종원의 레시피는 따라하고 싶게 만든다.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반복적으로 하는 요리를 더 맛나게 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 등 백종원은 집밥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일상성이 깃들었다는 점에서, 일상의 필요를 충족한다는 점에서 백종원의 쿡방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백종원은 <집밥 백선생> 시리즈를 통해 진화한 그만의 쿡방을 만들어냈다. 정갈한 전통 한식, 자연주의나 유기농 집밥 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맞벌이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오늘날 우리나라 주방에 가장 적합한 레시피를 알려주고, 제자들로 출연한 연예인들처럼 시청자들도 요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백종원 콘텐츠는 이 시대에 필요한, 오늘날의 현실과 시대성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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