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박해진·김민정 키스해도 탄력 받지 못하는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시작은 창대했다.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JTBC의 대작 <맨투맨>은 지난해 11월에 진행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로케이션 등 나름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 한류스타 박해진을 캐스팅을 한 사전제작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이런 기대에 힘입어 오프닝 스코어도 나쁘진 않았다. JTBC 역대 드라마 첫 회 최고시청률을 경신한 데 이어 2회 연속 시청률 4%를 돌파했다. TV 화제성 조사에서도 드라마부문 1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전작들이 모두 훌륭했다. 편성된 시간의 전작은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힘쎈 여자 도봉순>이었고, 집필을 맡은 김원석 작가의 전작은 무려 <태양의 후예>이다. 연출을 맡은 이창민 PD 또한 전작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성공시킨 스타 PD다. 게다가 한류스타 박해진이 <치즈인더트랩> 이후 액션과 코믹을 넘나드는 새로운 캐릭터를 맡았고, 영화 <신세계>의 박성웅은 약간 우스꽝스러운 배드가이 한류스타 여운광 역을 맡아 제2의 마동석을 노리고 있다.

뚜껑을 열자 김원석 작가의 장기인 스케일이 큰 액션활극 무대를 러브라인으로 채워가는 설정이 도드라졌다. <맨투맨>은 존 윅(키아누 리브스)처럼 임무 완수 확률 100%에 철저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는 국정원 최정예 고스트 요원 김설우(박해진)가 임무를 위해 초특급 한류스타 여운광의 경호원으로 위장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화려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미션 수행이란 큰 틀 속에서 박해진과 박성웅의 브로맨스와 여운광의 팬클럽 간부 출신 매니저 차도하(김민정)와 김설우의 로맨스가 속을 채운다. 첫 회부터 스쿨버스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제압하는 김설우의 화려한 액션으로 시동을 걸고, 3회와 4회에는 김민정과 박해진의 로맨스를 알리는 찐한 키스 장면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빠른 호흡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4%대 중반의 준수한 성적은 3회 만에 절반에 가까운 2.5%로 대폭 하락했다. 금토 블록 드라마의 기본 양상에 따라 토요일에 방영된 4회는 그보다 높아진 3%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1,2회만큼의 관심이나 동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원인은 이야기를 꿰뚫는 한 가지 줄기가 명쾌하지 않다는 데 있다. <맨투맨>은 장르적으로는 ‘코믹 멜로 스파이 첩보 액션’을 내세우고 캐릭터 측면에서는 박해진, 박성웅, 김민정 각각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이렇게 너무나 많은 것을 한데 담아내려고 하는 까닭에, 재료의 도드라짐을 거부하는 부대찌개처럼 죄다 섞이고 만 것이다.

가장 먼저, 버라이어티한 김설우의 비현실적인 미션과 임무가 로맨스의 흐름과 잘 호응돼지 않는다. 차도하와 김설우는 오해 속에서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가동됐지만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첩보 설정으로 인해 캐릭터를 탐색하고 초기 러브라인에 몰입하는 흐름을 방해했다. 러시아 빅토르 회장 자택 장면은 첩보활극의 묘미와 함께 러브라인의 단초가 마련된 공간이었지만 특별한 긴장감이나 놀라운 전개 없이 의문의 키스만 남기며 마무리됐다.



그러면서 털털한 매력의 차도하와 까칠한 김설우의 로맨스도 김이 빠졌다. 이 드라마에서 첩보 액션과 로맨스를 접합하는 매개가 코미디다. 그리고 그 핵심 역할을 해줄 인물이 여주인공인 차도하다. 여운광을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리는 과장되게 씩씩한 코믹 캐릭터지만 사랑에는 서툴고, 김설우의 미션에 온갖 오해와 우연으로 끼어들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털털하지만 속은 여리고 따뜻한 반전 매력녀에 머무는 차도하는 기존 드라마에서 이미 너무나 많이 봐온 평면적이고 익숙한 여자주인공이다.

전작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도봉순의 경우도 박보영의 기존 캐릭터를 기반으로 삼았다. 하지만 여성 히어로라는 레이어를 한 겹 더하고, 애교의 농도를 한층 더 높이면서 남녀 모든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창출해냈다. 반면, 차도하의 경우 사실상 김민정이 기존에 맡은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고, 사랑과 사람 앞에서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착한 전형적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 몰입할 매력이 떨어진다. 까칠하고 도도한 박해진과 합을 이루려면 박보영처럼 아예 사랑스럽게 가거나 비등하게 센 캐릭터를 선보여야 ‘밀당’의 긴장감이 사는데 코믹과 액션, 러브라인과 브로맨스 라인의 전환 스위치인 김민정의 캐릭터가 밋밋하게 그려지면서 로맨스의 동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티격태격하면서 싹트는 로맨스 라인도 너무 빤히 보인다.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줄기인데 오해와 외면 속에 사랑이 피어나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쌓이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설정은 너무 뻔해서 식상하다. 그래서 이미 두 번이나 키스를 나눴지만 극의 진행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수많은 장르를 혼합한 <맨투맨>의 기본 정서는 코믹이다. 세 주연 배우 모두 코믹 연기를 브랜드로 내세우는 배우들이 아니다. 한마디로 모두 도전을 나선 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맨투맨>은 이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주는 구심점이 모호하다. 박해진의 액션활극도, 박성웅의 코믹 브로맨스도, 김민정의 사랑스러움과 러브라인도 무엇 하나 전면으로 내세우기 애매하고, 같은 비중으로 함께 병렬하니 어수선하다. 드라마 초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도다. 사전제작 드라마이지만 선택과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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