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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최민식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무척 아깝다
기사입력 :[ 2017-05-02 12:15 ]


‘특별시민’ 디테일한 묘사에 집착하다 용두사미의 결론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특별시민>은 선거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총성 없는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선거는 세상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이벤트이고, 긴장이 넘치는 사건이다. 그래서 <스윙보트> <킹 메이커> 등 선거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내부자들><비밀은 없다><더 킹> 등 선거가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있어왔지만, 선거전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별로 없었다.

<특별시민>은 선거홍보와 유세, 언론과 SNS를 활용한 여론몰이, 여론조사, 후보 단일화를 둘러 싼 뒷거래 등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선거는 정치판의 역동성이 응축된 행사이며, 승패 가 명확한 게임인 만큼 결말의 쾌감도 크다. 그런 영화가 선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시국에 개봉되었으니, ‘현타’가 느껴지는 경험은 맡아놓은 것 아니겠는가. 더욱이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문소리 등 믿을 만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라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일부만 긍정할 수 있다. 중반까지의 디테일한 묘사가 일품이지만, 후반부는 급격하게 힘을 잃으며 결말은 용두사미의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 애매한 관찰자의 설정

<특별시민>은 재선 서울시장으로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후보(최민식)의 캠프를 중심으로, 심혁수 선대본부장(곽도원), 박경 홍보팀장(심은경) 등의 활약을 그린다. 영화는 처음 변종구 후보의 토크 콘서트 도중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박경을 보여주며, 그가 캠프의 홍보팀으로 발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별시민>이 박경의 시각을 따라가기로 설정했다면 그가 어떤 가치를 믿는 사람이고, 어떤 신념과 욕망을 가지고 그곳에 합류했으며, 어떤 내적 갈등을 겪다가 그곳을 나오게 되었는지를 관객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박경이라는 관찰자를 내세우지만, 박경이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구체화시키지 못한다.

사실 토크 콘서트에서 질문을 던질 때부터 박경의 말은 모호하다. 변종구 시장을 원래 어떻게 생각해왔다가 최근에 어떤 점에서 실망을 느꼈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짚지 못하는 상태에서 “소통 Vs. 고통” 운운하는 것은 말장난처럼 느껴진다. 그랬던 그가 캠프에 합류하는 과정에 서도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읽어내기 힘들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홍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선거판을 보게 된 것이라는 단순한 설정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빈약한 관찰자로서의 입지는 영화 중간에 용도폐기 되는가 싶다가 결국 영화의 결말을 용두사미 격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 정치적 윤리적 판단을 선거전 안에서 풀지 못하고...

사실 <특별시민>이 박경의 인물묘사에 실패한 것보다 더 큰 패착은 변종구 시장에 대해 방기하고 있는 가치판단이다. 그는 서민 출신의 정치인으로, 당내 세력은 크지 않지만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부정한 자본과 느슨하게 유착되어 있지만, 그 중심은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선대본부장이나 유력한 대선후보인 당대표에게 견제를 받고 있다. 서민으로 자랐지만 현재 서민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며, 철저하게 관리해 온 서민적 이미지를 부인이 훼손하자 폭력으로 응징할 정도로 폭력적인 가장이다.

그는 전형적인 악당이거나 비리에 찌든 정치인은 아니지만, 사람을 죽이고도 자연스럽게 은폐할 정도로 윤리 감각이 손상되어 있다. 하지만 죄의식이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여전히 소탈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다. 최민식이 강하게 뿜어내는 ‘사람냄새’는 변종구에 대한 묘한 매력을 강화하며, 일면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을 잘 보여준다.



최민식의 연기로 설득력 있게 묘사한 정치인 변종구의 초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어쩌면 살짝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현실 정치인에 대한 묘사로 훌륭하다. 그러나 영화 <특별시민>의 중심은 이상하게 흐트러진다. 예컨대 지금 우리는 선거캠프를 찍은 ‘다큐멘터리 3일’이나 정치인의 ‘인간극장’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종구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납득은 선거판이라는 복마전을 게임처럼 그리는 장르영화에서 핵심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변종구를 훨씬 건조하게 그리면서 인물에 대한 윤리적, 정치적 판단을 영화가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선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가치와 담론이 충돌하는 장이다. 따라서 상대편 후보와 변종구의 대립각을 통해 얼마든지 변종구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비판을 수행할 수 있다. 언론이나 여론의 향배도 그에 대한 방향타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 하지 않았다. 후보 간의 대립지점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선거는 네거티브와 가족문제, 그리고 명분 없는 후보단일화문제로 축소되어 버렸다. 혹자는 옳거니! 현실정치의 모순을 잘 그렸네. 정책이 실종된 선거, 정치공학과 비방만 난무하는 선거라는 현실을 잘 그렸구먼. 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그러한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 현실을 그리는 것과 영화가 생각하는 선거의 의미가 딱 그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밖에 그리지 못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특별시민>은 변종구라는 인물에 대해 냉정한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기이하게 매료됨으로써 그에 대한 가치판단을 방기해버린다. 그래도 그가 악인이라는 설정을 못 박기 위해 우연한 사건들이 삽입된다. 두 번의 우연한 사고와 그것을 처리하는 변종구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의 논리 속에서 풀어내야 할 가치의 문제를 단순화된 일반도덕의 장에서 풀어내려 한 편법의 서사가 아닐 수 없다. 영화가 이처럼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의 결말은 허공으로 흩어진다.



◆ 어떤 식으로든 그의 결단을 그렸어야 하건만

박경은 확실한 물증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도 이미 더러운 선거판에서 똥물을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가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그가 정의로운 인물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대개의 장르물이 취하는 카타르시스 적인 결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별로 현실적이지 못한 결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지를 취할 수 있다. 원래 그가 정의로운 인물도 아니었고, 선거판에 들어온 것도 그냥 경력을 쌓기 위함이었으며, 좀 놀라운 것을 보고 말았지만 세상은 어차피 그렇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며, 이제 자신의 입지를 활용하여 더 나은 자리로 옮겨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으로 그릴 수도 있다.

영화 <특별시민>이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가 변종구의 제안을 수락하는 모습을 정확히 보여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둘 중 어떤 것도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대체 “유권자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어떤 울림을 지니는가. 그럼 캠프에 있을 때는 유권자가 아닌가? 유권자는 중립의 이노센트한 존재인가? 우리는 모두 유권자이고(최순실도 투표를 한다), 각자의 정치적 성향을 지닌 채 갖가지 가치판단과 전략적 선택을 통해 나름의 실천을 하는 개별 주체이지, ‘유권자’라는 추상적인 대타자가 될 수 없다.



비밀을 알고 있는 그가 그 비밀과 함께 어떤 선택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의 울분에 찬 표정만 보여주는 것은 비겁하다. 그는 출발점에 선 천진한 청년이 아니며, 이미 행위의 주체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윤리적,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더욱이 영화 속에서 그는 관찰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책임을 슬그머니 방기한다. 어쩌면 영화는 아무런 것도 판단하지 않은 채, 그저 선거판의 복마전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치의 문제보다 정치공학이 중시되었던 2000년대 초반이면 모를까, 지금의 그런 태도는 그리 칭찬받을 것이 못된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특별시민>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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