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타자기’의 편성변경에 고민 커진 ‘맨투맨’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측이 <시카고 타자기>의 본래 방송 시간이었던 저녁 8시에서 30분을 늦춰 8시 반으로 편성시간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서머타임 적용’. 야외 나들이가 본격화되는 시즌인지라 금토의 8시는 귀가해 드라마를 보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럴만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건, 실제로 이 봄철 나들이와 함께 낮 시간대가 길어지기 시작해 여름까지 저녁 8시는 너무 이른 시간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7시가 넘어도 날이 밝아 밤이라 느껴지지 않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머타임 적용’이라는 이유 뒤에는 또한 본격화된 금토 편성 전쟁이 드리워져 있다. 사실 금요일 밤의 편성 헤게모니를 쥔 것은 다름 아닌 tvN이었다. 하지만 최근 JTBC가 드라마 시간대를 11시로 옮겨 <힘쎈여자 도봉순>이 톡톡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낳았던 점은 tvN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JTBC는 시간대를 바꿔 정면승부를 피함으로써 성과를 낸 것이지만 tvN으로서는 금요일 시간대를 치고 들어온 JTBC드라마의 파괴력에 대비책을 내 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새롭게 편성된 JTBC <맨투맨>은 방영 전부터 스케일에 있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뒷심을 이어받아 힘을 내기 시작하면 자칫 금요일 밤 JTBC드라마의 헤게모니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대선 [TV토론]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금요일 밤에 [TV토론]이 방영되자, tvN은 이 토론의 여파를 의식해 시간대 변경을 예고했다. 28일 <시카고 타자기>는 결방됐고 대신 10시에 <윤식당>이 편성된 것. 1시간 반 이상이 되는 <윤식당>이 이 시간대에 편성되자 그 여파는 고스란히 JTBC <맨투맨>에 미쳤다. 이 날 <맨투맨>은 지난 2회 4%였던 시청률이 2.5%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지난 5일 tvN은 아예 <시카고 타자기>를 결방시키고 대신 <윤식당>Day로 전편을 몰아보는 편성을 단행했다. 본방은 9시 50분부터 방영됐다. 1시간 40분간 방영된 <윤식당>은 그래서 11시 30분에 끝났고, 결국 11시부터 방영된 <맨투맨>은 전반 30분이 겹쳐질 수밖에 없었다. <맨투맨>의 시청률은 3.2%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제 <윤식당>의 편성 시간은 <시카고 타자기>가 8시 반으로 시간대를 옮기면서 9시 50분으로 굳어지게 됐다. 어떤 식으로든 JTBC의 11시 드라마 시간대와 겹쳐지게 된 것.



<맨투맨> 측은 현재 시청률이 잘 오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윤식당>을 이야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윤식당>은 14%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청률과 화제를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한 번 앞에서부터 보기 시작하면 웬만해서 채널을 돌리기가 어렵다. <맨투맨>은 어쨌든 이 편성 전략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게 됐다.

이번 <시카고 타자기>와 <윤식당>의 시간대 변경과 그로 인해 그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 <맨투맨>의 상황은, 향후 금요일 저녁의 편성 전쟁을 예고하는 전초전처럼 보인다. 오는 6월에는 KBS가 이 시간대에 유호진 PD의 드라마 <최고의 한방>이 편성되어 치열한 격전이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때는 금요일 저녁은 방송사들로서는 버리는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여행이 잦아지는 시간대에 들어가면서 뭘 해도 시청률의 무덤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N이 이 시간대를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금요일은 오히려 황금시간대가 되고 있다. tvN과 JTBC가 촉발한 금요일 밤의 편성 전쟁. 향후 그 향방이 어디로 갈 것인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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