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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물고기의 처절한 노력을 너무 모른다
기사입력 :[ 2017-05-10 14:46 ]


오해와 달리 어류는 놀이 즐기고 학습 능력 갖춘 사회적 존재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한강 둔치 길을 달리다보면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광경을 가끔 보게 된다. 그때마다 그 행동에 대해 전에 들은 과학적인 설명이 떠오른다. 과학자들은 물고기의 수면 위 도약은 피부에 붙은 기생충을 떼어내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뛰어올랐다가 물에 부딪힐 때 그 충격으로 피부의 기생충이 일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설명에 이어 떠오르는 생각은 ‘이 가설을 검증하는 작업은 간단할 텐데’라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 피부의 기생충을 다 없애주고, 그렇게 된 다음에도 물고기가 도약하는지 관찰하면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 기생충이 전혀 없는 물고기도 점프한다면 이 가설은 기각된다.

뛰는 동안에는 생각이 비워지면서 샘솟는다. 나는 기생충 가설이 그럴듯하지 않다며 버리고 놀이 가설을 떠올린다. 물고기도 놀이를 즐긴다는 가설이다. 도약하는 놀이는 물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평소에 이 놀이를 즐기는 물고기는 체력이 좋아져 유전자를 전하는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이런 내 결론과 일치하는 대목을 이 책에서 마주쳤다. 저자는 미국 테네시대학의 동물행동학자 고든 버가트의 책 『동물의 놀이의 탄생』을 인용해 물고기들은 (그저 점프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에 떠다니는 물체를 뛰어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엔터테인먼트 외에 특별한 이유를 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물고기가 재미삼아 점프를 한다는 가설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추어도 검증에 도전해볼 만한 가설이 아닐까?

◆ 물총고기의 사격은 훈련의 결과

인간과 가까운 동물만 학습으로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익힌다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 됐다. 저자는 물고기도 생존과 관련한 정보를 비상하게 기억하고 본능 외에 학습을 통해 생존기술을 습득한다고 전한다. 물총고기가 물줄기를 3미터까지 발사해 벌레를 맞혀 떨어뜨리는 기술을 구사하는 데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총고기는 사냥감의 크기에 따라 물줄기의 굵기를 조절한다. 노련한 물총고기는 일부러 표적의 아랫부분을 맞힌다. 벌레를 정타로 맞히면 벌레가 뒤로 밀려나 땅에 떨어질 수 있는데, 아랫부분을 맞은 벌레는 아래로 낙하하기 때문이란다. 고수 물총고기는 날아가는 벌레도 떨어뜨린다. 곤충의 비행궤적과 속도를 고려해 물줄기를 쏘는 것이다. 물총고기가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기까지는 숙련된 선배들의 사격을 1000번 정도 보고 따라하는 과정이 걸린다.

영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를 거쳐 캐나다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뒤 테네시대학에서 박쥐의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물고기와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에 나섰다. 물고기의 감각, 의식, 지능과 학습, 사회생활, 성생활 등을 들려준다. 이 책은 어류 생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활자판인 셈이다.



◆ 물고기도 생명, 당연히 고통을 느껴

저자는 물고기에 대한 오해를 적극 해명한다. 먼저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오해를 반박한다. 아무렴, 물고기도 생명인데 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저자가 물고기의 통증과 기억력과 식욕을 함께 설명하면서 인간도 그럴 수 있다며 설득하려고 하는 대목은 의욕 과잉으로 보인다. 저자는 조금 전에 물어 고생을 하고 죽을 뻔했는데도 낚싯바늘의 미끼를 무는 물고기의 ‘3초 기억력’에 대해 “식욕이 통증의 트라우마를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몹시 굶주린 물고기는 설사 통증을 느끼더라도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고 변호한다. 이어 다른 연구자의 다음 물음을 독자에게 제기한다.

“당신이 몹시 굶주려 있는데, 누군가가 당신의 햄버거에 지속적으로 갈고리를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예를 들면 열 번에 한 번꼴로 말이죠.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제가 보기에, 당신은 햄버거를 계속 먹을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굶어죽기 때문이죠.”

사람도 극도로 굶은 상태에서는 입이 비늘에 꿰이는 고통을 감수하고 미끼를 거듭해서 물 것인가? 당신이라면 그렇게 할 것인가? 저자 자신은 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 사람은 계속 물기보다는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저자는 서문과 에필로그에서 물고기에 대한 지적인 이해를 넘어 공감과 도덕적인 대우를 호소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제도를 물고기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을 소개한다. 노르웨이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물고기에 충격을 주는 것을 금지했다. 독일은 물고기를 도살하기 전에 마취하도록 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어항에 금붕어를 한 마리만 기르는 것을 금지했다. 물고기가 쓸쓸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개별 물고기에 대한 생명권 존중 조치가 대량으로 잡히는 물고기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렵지 싶다. 그러나 어류를 먹는 개별 소비자의 마음가짐과 행태를 바꾼다면 저자의 호소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내셔널 지오그래픽 캡처]

[책 정보]
『물고기는 알고 있다』,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380쪽, 에이도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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