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고지 없이 전격 시행, 경영악화가 원인이라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편성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시청자들로서는 2회 연속방송을 하는 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의 경우, 초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2회 연속으로 편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1회 분량을 반으로 쪼개 중간에 광고를 넣기 위한 편법이었다. MBC <군주>와 SBS <수상한 파트너>는 사전 조율이 있었던 듯, 똑같이 35분이 방영된 후 1회 끝을 알리고 1분 간의 광고(이른바 프리미엄CM)를 내보낸 후 2회를 방영했다.

사실 이런 식의 편법 중간광고는 이미 지상파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도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영한 SBS [K팝스타6]였다. 일요일 밤 시간대에 이례적으로 편성된 는 2부로 나뉘어져 중간에 광고를 삽입했다. 시청률이 17%까지 올랐던 이 프로그램은 이런 식의 중간 광고로 꽤 높은 수익을 올렸다. [K팝스타6]가 종영한 후 그 자리에 <미운우리새끼>가 들어가면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운우리새끼>는 최근 20%를 넘기는 시청률까지 기록해 광고 수익 역시 대박을 예감케 하기에 충분하다.

지상파는 몇 년 전부터 이미 드라마에 있어서 중간광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케이블이나 종편이 중간광고를 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는 것에 비교해 지상파들은 드라마에 투입하는 비용대비 광고수익이 한정되어 있어 만성적인 방송사의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곤 했다. 이건 그저 더 많은 수익을 위한 주장이라기보다는 실제적인 위기의식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지금 현재 지상파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케이블과 종편에 비교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이러한 지상파에 주는 제한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케이블이나 종편이 하고 있듯이 지상파도 중간광고를 허용해주거나 아니면 모두가 중간광고를 아예 하지 않거나 하는 공평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 현재 MBC와 SBS가 드라마를 중간에 뚝 잘라 광고를 넣게 된 건 이러한 중간광고 허용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선택한 편법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편법적으로 들어가는 중간광고가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예 케이블이나 종편처럼 대놓고 중간광고를 허용하게 되면 드라마의 구성도 그 중간광고를 염두에 두고 거기에 맞춰 제작하게 되기 마련이다. 드라마 흐름의 속도도 그래서 달라진다. 중간광고로 분량이 짧게 끊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 몇 개의 이야기들을 속도감 있게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 그게 아니면 중간광고로 인해 이탈되는 시청자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허용된 중간광고 속에서 드라마가 ‘준비된 콘텐츠’를 내보내는 것과는 달리, 편법적인 중간광고는 ‘맥이 끊기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MBC와 SBS의 수목드라마에 들어간 중간광고가 더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기 어려웠던 건 이러한 배려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전고지조차 없었으니 시청자들이 느꼈을 황당함이 얼마나 컸을까.

드라마에 대한 더 높은 완성도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제작비도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전 동의도 없는 편법을 두 방송사가 입을 맞춘 후 시행하는 건 가뜩이나 중간광고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합당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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