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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영웅본색’ 향한 노골적 오마주…그 명과 암
기사입력 :[ 2017-05-12 11:08 ]


‘보안관’, 지역성과 남성성에 대한 고찰은 흥미롭다만..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보안관>은 이성민과 조진웅 투톱이 돋보이는 코믹 범죄물이다. 형사였던 주인공이 파면된 뒤 낙향하여, 고향에서 이전 사건의 관계자를 만나게 되면서 빚어지는 갈등과 소동을 그린다.

영화는 흔하고 익숙한 것들의 조합이지만, 묘한 친근감과 매력이 느껴진다. 특별하거나 뛰어날 것은 없지만, 공감과 카타르시스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보안관>이 공들여 보여주는 것은 범죄 수사가 아니다. 그 보다는 지역공동체 안에서의 아저씨들의 삶이다. 이성민과 조진웅의 대결은 범죄를 둘러싸고 이루어지지만, 그 핵심에는 남성성과 지역성이 숨어있다.



◆ 파면당한 형사, 고향에서 보안관으로 살다

2011년 대전, 잠복근무 중이던 대호(이성민)는 마약사범을 발견한다. 성과에 눈이 멀어 섣불리 들어간 곳에서 무참한 결과를 맞는다. 범인을 놓치고 동료는 중상을 입은 것. 현장에서 종진(조진웅)를 잡아 조사하지만, 단순한 잡범이다. 사정이 딱한 그에게 연민을 느낀 대호는 최대한의 인정을 베푼다. 과거 <수사반장>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익숙한 형사의 인간미이다. 하지만 대호에게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그 친절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도 가장 힘든 상황에서, 저보다 힘든 자를 보살핀 것이니 말이다.

영화는 5년 후 부산 기장으로 건너뛴다. 낙향한 대호가 대단히 우울하게 살고 있을 거란 예상을 깨고, 그는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하며 수상 보트를 탄다. 여전히 남아있는 경찰인맥을 활용하여 동네에서 자잘한 민원과 이권을 해결해주고, 동네 남자들에게 큰 형님 대접을 받는다. 지역에 비치타운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던 대호는 비치타운 사업자가 된 종진을 보고 놀란다.

이후 대호는 자신에게 깍듯이 은인 대접을 하는 종진과 밀당과 숨바꼭질에 들어간다. 대호가 종진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종진이 점점 인심을 얻어간다. 대호와 종진의 대결 양상이 벌어지면서, 대호가 가지고 있던 지역 안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사람들은 대호가 종진에게 옹졸한 열패감을 느껴서 음해한다고 생각한다. 대호는 사람들의 불신과 오해를 딛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으려 한다.



◆ 남성성과 지역성

영화 <보안관>은 첫 장면부터 <영웅본색>의 OST와 소개말을 들려주며 시작된다. 이것은 영화에 대한 오마주이자, 함께 영화를 보고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를 키우며 자라난 세대의 정서에 기대고 있음을 드러낸다. 영화는 <영웅본색>의 본질을 재전유한다. <영웅본색>은 외형상 범죄 느와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홍콩이라는 지역성과 남성들 간의 곡진한 로맨스이다.

<영웅본색>은 영화 속에서 곧 다시 등장한다. 낙향한 대호가 만만한 처남(김성균)과 함께 <영웅본색> DVD를 보며 라면을 먹는다. “저 장면에서 너라면 동료를 구하러 오겠느냐” 반문과 함께. 대호는 처남을 비롯한 동네 친구들과 조기축구를 하고, 사우나를 한다. 대호는 동네 대소사를 살피는 중요한 인물로 대접받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어쩌면 남성들이 꿈꾸는 천국이 아닌가! 대호의 삶과 정체성에서 기장이라는 지역과 남성이라는 젠더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애초에 최악의 상황에 처한 대호가 종진에게 친절을 베푼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곱씹어 보자. 단순히 대호의 휴머니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족하다. 이유는 첫째, 그가 자신과 같은 기장 출신이라는 점이고, 둘째, 그가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노모의 아들이자 마누라가 가출한 남자라는 점이다. 즉 공감의 키워드가 지역과 남성이다.



고향의 소사이어티에서 인정받는 조건 역시 지역성과 남성성이다. 종진이 아직 외부인일 때, 종진이 기장에서 태어났다는 말이 나오지만 함께 부대끼고 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인된다. 소사이어티에서 대호의 위상이 흔들릴 때, 그의 출생지가 들추어진다. 지역사회에서의 정통성이 누가 진짜 기장 사람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성 역시 중요한 시험대이다. 축구실력과 성기의 크기로 청년들을 압도한 종진이 돈으로 환심을 사고 투표에서도 이기나 싶더니, 가장 결정적으로 대호를 때려눕힌다. 종진이 대호와 싸워 이기는 동영상이 유포되자 대호는 군말 없이 동네를 떠난다. 이삿짐 차가 느릿느릿 움직이며 동네를 돌아보는 모습은 마치 영역 싸움에서 패한 수컷의 쓸쓸한 퇴장처럼 비추어진다.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하는 대호의 처(김혜은)가 내뱉는 인상적인 몇 마디 대사도 대호의 성기에 관한 것이다. “잘 있나~보자~” “사내놈들이 불알을 달고 나왔으면 의리가 있어야지~” 영화가 대호의 남성성에 대해 처의 입을 빌어 환기하는 중이다.



◆ 남성들의 동성사회적 질서, 그들만의 천국

<보안관>은 전직 경찰 대호가 지방에서 보안관 노릇을 하며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는 범죄물의 외관을 띄지만,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지역사회 남성들 간의 경쟁, 시기, 질투, 연대 등을 포함하는 동성 사회적 질서이다. 대호는 원래 면허가 정지된 후배의 생존권도 구제하고, 청년들을 몰고 다니면서 경찰을 사칭하여 경쟁 업장을 단속해주는 일을 해왔다. 그런 대호를 형님으로 모시며, 외지인인 종진이 기장의 소사이어티로 들어온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자. 그들만의 인맥을 통해 에어컨을 팔고 정수기를 판다. 회식 장소인 식당은 매출을 올린다. 이런 남성적인 인맥에 의해 인허가 절차나 주민동의가 쉽게 얻어진다. 지역 토착세력과 연계된 개발 사업이나 지역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소위 ‘남자들의 사회생활’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친목이 곧 사업이 되고. 정치가 되는’ 남성중심의 질서가 오롯이 드러나는 꼴이다.

<보안관>은 <영웅본색>을 마음에 품은 채, 남성들의 소사이어티에서 꿀을 빨며 지역성과 남성성을 누리며 살고 싶은 중년남성의 꿈을 낭만적으로 구현한 영화이다. ‘아는 형님’의 사회. 그곳에서 여성들은 ‘불알을 차고 나왔으면...’이란 말로 남근의 우월성을 추인하거나, 경쟁에서 이긴 남성이 차지하는 ‘노류장화’으로 끼어있을 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듯이, 여성을 위한 마을 공동체도 없는 셈이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보안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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