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와 법정물 사이 ‘수상한 파트너’가 선 자리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 드라마 정체가 뭘까.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제목처럼 수상하다. 마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처럼 자신의 신상명세를 적어나가는 은봉희(남지현)의 손길에서 시작한 드라마의 1,2회는 그것이 그녀가 살인죄 피의자로 잡혀 조서를 쓰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녀가 살인 용의자가 되는 그 상황이 전개되기 전까지 드라마는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발랄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의 발랄함은 잔상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사법연수원생인 은봉희와 검사 노지욱(지창욱)의 인연은 지하철에서 노지욱을 은봉희가 치한으로 오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호텔에서 자신의 남자친구 장희준(황찬성)이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은 은봉희가 현장에서 그와 맞닥뜨리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마침 같은 자리에 있던 노지욱이 그녀와 애인인 척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된다. 그리고 은봉희가 노지욱의 사무실에서 검사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이어지는 밀당들. 여기까지는 <수상한 파트너>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2회 마지막 부분에 가서 마침 정전이 된 상황에서 슈퍼에 맥주를 사러 나왔다 들어온 은봉희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장희준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순간 법정물로 돌변한다. 알고 보면 은봉희가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었고 그래서 범인이 목격자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가 마침 그 집을 방문한 장희준을 죽이게 된 것.



피의자가 된 은봉희를 취조하게 되는 노지욱은 그러나 그녀가 무고하다는 걸 알면서도 갈등하게 된다. 죽은 장희준이 검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그에게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지욱은 그래서 은봉희의 집과 인근 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똑같은 칼이 그녀의 무죄를 입증한다는 걸 알게 되고는 판결 막판에 공소를 포기함으로써 그녀를 풀려나게 해준다.

그래서 이 과정이 담겨진 3,4회는 한 편의 법정물의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진술이 오가고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한 노지욱의 수사가 이어진다. 그리고 법정에서 그녀가 범인이라는 주장과 그것을 뒤집는 변론이 이어지고 마지막에 가서 노지욱 스스로 두 개의 칼을 증거물로 제시함으로서 그녀가 무죄로 풀려나는 과정을 담는다.

하지만 이 법정물의 과정의 끝이 보여주는 건 다시 멜로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노지욱은 은봉희의 수첩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풀려난 은봉희는 그 수첩에 노지욱이 적어놓은 호감의 표시를 발견한다. 즉 법정물의 진실 공방이 오가는 그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멜로 관계도 더 깊어졌다는 것. 게다가 은봉희를 풀려나게 하기 위해 노지욱이 검사복을 벗게 됐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커다란 부채감을 덧씌운다.

<수상한 파트너>의 수상한 점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달달한 멜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살벌한 법정물로 바뀌고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법정물에서 어느 새 멜로로 다시 전환되는 점이 그것이다. 멜로가 주는 이완과 법정물이 주는 긴장을 통해 시청자와 일종의 기분 좋은 밀당을 하는 드라마, 이것이 <수상한 파트너>가 서 있는 수상한 자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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