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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윤균상, 이렇게 호소력 있는 홍길동 또 없습니다
기사입력 :[ 2017-05-16 13:27 ]


‘역적’, 윤균상이 보여준 최고의 홍길동 연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30부작 MBC 사극 <역적>이 막을 내린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 대단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역적>은 쉽게 잊힐 사극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끝까지 지켜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오래 남을 것이다. <역적>은 웅장한 <용의 눈물>도 아니고 지극히 얄팍하지만 사극 특유의 재미를 살려낸 <여인천하>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래동화 풍의 선인 악인이 등장하는 <대장금> 같은 MBC 사극 특유의 흐름을 지는 것도 아니었다. MBC <역적>은 남달랐다. <역적>은 더는 다른 풍경을 그릴 여지가 없을 것 같던 사극의 그림을 새로 그려냈다.

<역적>은 민중의 입장에서 조선시대를 바라본다. 물론 기존의 사극들 중에도 민중들을 그리기지만 그들은 늘 그늘지고 울분에 찬 존재로 그려졌다. 하지만 <역적>의 아기장수 홍길동(윤균상)은 다르다. 그는 비록 노비의 태생이지만 스스로를 약한 자로 여기지 않는다. 각성하고 각성해서 어느 순간에 이르러 자신의 천한 신분을 당당한 흉터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는 조선시대에 신과도 같은 존재인 임금인 연산군과 광야에서 독대하며 그를 빈정거릴 정도다.

“허면 그대는 하늘의 아들이신 나랏님 몸에서 낳아 어찌 이리 천한 자가 되었습니까?” (윤균상)



<역적>은 조선시대에서 지금의 소위 헬조선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수저 문제를 아기장수 길동이를 내세워 한판 뒤집는다. 언뜻 풍자드라마처럼 보이는 구성이다.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그것만이 <역적>의 장점은 아니다. <역적>은 애절한 멜로의 흐름 또한 놓치지 않는다. 길동과 가령(채수빈), 숙용 장씨 장녹수(이하늬)의 미묘한 애정관계가 그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감정선은 우리가 사극에서 익히 보아온 식상한 구도가 아니다. <역적>의 여주인공들은 영웅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조선시대에 새로운 미래를 꿈꿨던 여인들로 묘사된다.



가령과 녹수는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함께할 남자를 선택한다. 가령은 자신을 남들과 다른 존재로 봐준 길동을 사랑하고, 그 남자와 함께하는 새로운 세상의 미래를 꿈꾼다. 한편 길동을 연모했던 녹수는 세상을 가지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남자 연산군을 선택한다. 이처럼 선 굵은 길동의 드라마와 두 여인들의 섬세한 드라마가 얽히고, 적재적소에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어우러지면서 <역적>은 이 드라마에 빠진 시청자의 마음을 계속해서 훔쳐왔다.

또한 기존의 사극과 차별화된 캐릭터 덕에 <역적>은 젊은 배우들의 열연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배우 김지석이나 이하늬는 대중들이 익히 잘 아는 연산과 녹수를 연기한다. 하지만 <역적>은 이 인물들을 재해석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들은 과거의 캐릭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 덕에 김지석과 이하늬 모두 끊임없이 사극에서 반복된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본인들의 매력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배우 채수빈은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인물 가령을 연기했다. 가령은 초반에는 천방지축이지만 어느 순간 애절한 멜로의 여주인공으로 자연스레 변해가는 인물이다. 작가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령의 감수성과 세계관 모두를 성실하게 그려내며 이 변화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에 배우 채수빈의 감성적인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가령은 극의 후반부 애절한 장면들의 여주인공으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 초반 김상중의 아모개가 보여준 열연을 이어받아야했던 홍길동 역의 윤균상이 있다. <역적>의 길동은 아기장사지만 날 때부터 영웅은 아니다. <역적>은 겁쟁이로 자란 길동이 각성에 각성을 거듭하며 백성의 마음을 훔친 역적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배우 윤균상과도 통한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 윤균상은 극 초반과 달리 길동의 감정 그대로를 끌어올린다. 특히 향주성 싸움은 그런 윤균상의 연기가 한껏 고조된 명장면들이다. 잘하는 연기, 영리한 연기는 많다. 하지만 <역적>에서 윤균상은 길동으로 분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호소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연인 가령에게 활시위를 당기는 표정에서 길동의 모든 감정들이 그대로 넘쳐흐른다.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아모개를 모멸하는 왕족과 양반들 앞에서 호통치는 길동의 외침에서 이 드라마가 지닌 메시지는 폭발하기에 이른다.

“내 아버지는 씨종이었고 나는 씨종 아모개의 아들이다. 허나 내 몸에 흐르는 홍 아무개의 피는 그 어떤 고관대작의 피보다 뜨겁고 귀하다.” (홍길동)

그가 보여줄 다음 작품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적>의 홍길동만큼은 윤균상이 최고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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