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청춘의 자화상 유승호가 마주한 절망적인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 세자 이선(유승호)은 절망했다. 혼절을 할 정도로 너무나 큰 절망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왕세자라고 해도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달은 데서 오는 절망이었다. 양수청에서 사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우물로만 물이 모이게 수로를 팠고 그래서 백성들이 어쩔 수 없이 값비싼 물을 사서 써야 하는 현실을 알게 됐고 그래서 그 진상을 조사하라 명을 내렸지만, 그 명을 따른 한성부 서윤 한규호(전노민)는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됐다. 그 뒤에 왕을 쥐고 흔드는 편수회가 존재한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군주>는 어째서 이선이 처한 절망적인 현실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그가 세상에 나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휘두른 칼은 고스란히 되돌려져 그의 측근들을 모두 죽음으로 내몰았다. 서윤을 스스로 죽이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이겠다는 편수회의 으름장은 고스란히 현실이 되었다. 이선이 아끼던 상선 천수(민필준)마저 죽었고 한규호는 세자 스스로 죽이라는 편수회의 말대로 세자 가면을 쓴 호위무사 청운(신현수)의 손에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선은 뒤늦게 이 모든 현실이 아버지의 과거 편수회와의 잘못된 계약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가면을 쓰고 살게 된 것도, 또 편수회가 양수청을 만들어 백성들을 수탈하게 된 것도 바로 자신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선택 때문이었다. 그건 그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 편수회에 의해 조종되는 허수아비 신세의 삶. 그것이 그의 앞에 놓여진 현실이었다.



사실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삶을 그리려는 의도를 가진 작품이 <군주>지만, 그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 다름 아닌 청춘 세대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지금의 청춘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선이 처한 현실은 그래도 지금의 청춘들이 처한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소자가 세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까?”하고 아버지에게 되묻는 이선의 모습은 마치 지금의 청춘들이 던지는 절규처럼 다가온다. 그 누가 이런 현실을 살고 싶다고 했나.

그 문제의 연원이 아버지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 작동방식이 ‘중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중독은 일종의 권력에 대한 중독을 뜻하는 것일 게다. 그렇게 왕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왕은 권력에 중독된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잘못된 유산을 후대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청춘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도 자초한 것도 아닌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적폐청산’의 길이 아닐까. 과거로부터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이 무력한 청춘 이선은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군주>가 가진 이야기가 지금의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이전 세대라고 모두가 잘못된 길에 일조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죽음이 이선이 앞으로 나갈 한 걸음이 됐다는 것에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하는 한규호 같은 어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고귀한 희생들은 적폐청산의 밑거름이 되고 그것은 또한 청춘들의 앞날을 조금은 밝게 해줄 것이니.

<군주>의 시의성은 바로 이 이선이 절망하는 지점에서 발견된다. 아버지 세대와 청춘의 현실. 그 연결고리를 깨닫게 되고, 각성한 청춘이 그 과거의 잘못된 고리들을 끊어나가는 과정.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것에 몰입하게 되지 않을까. 청춘들이 그 무거운 가면을 벗어던지고 활짝 웃는 얼굴을 드러내며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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