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2’·‘크라임씬3’·‘발칙한 동거’, 금요예능 3선 긴급점검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지난 몇 개월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 대선후보 토론이 더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면, 금요 예능에선 무슨 짓을 해도 tvN <윤식당>을 이기는 게 어려운 몇 개월이었다. 순간 최고 시청률 16%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를 차지한 이 괴물 같은 예능 때문에, 다른 채널에선 무엇을 방영하고 있는지조차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감독판 방영을 마지막으로 <윤식당>이 종영하고 나면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이제 뭐 보지? 다른 채널에선 뭐 하고 있던가?” 그래서 TV삼분지계가 급하게 살펴봤다. 첫 음원발매와 음악방송 출연을 마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2>와, 팬들을 2년이나 기다리게 만든 JTBC 추리예능 <크라임씬 3>, 그리고 <나 혼자 산다>와 <우리 결혼했어요> 그 중간의 어딘가를 서성이는 MBC의 새 예능 <발칙한 동거 - 빈방 있음>까지. 과연 평은 어떨까? 호평 하나, 혹평 하나, 유보 하나다. 각각 어떤 작품들인지 확인해보자.



◆ <발칙한 동거>, 그냥 혼자 살면 안 되겠니?

<발칙한 동거>는 최근 방송에서 동거인을 대거 교체했다.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와 달리 <우리 결혼했어요>를 연상케 하는 남녀 커플구도 위주였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새로운 조합도 선보였다. 2세 탄생을 앞두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스티브J와 요니P 부부가 집주인으로 출연하고, 여기에 조세호와 피오가 첫 남남커플 방주인으로 합류했다. 김민종과 유라의 동거에는 기존의 김구라, 한은정이 보여준 연령차 큰 연상남성과 연하여성 커플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김구라를 동거인으로 합류시켰다. 집주인이었던 한은정은 집을 떠나 한 살 어린 동생 케이윌의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교체는 오히려 이 프로그램의 결함이 ‘조합’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만을 증명하고 말았다. 정규 첫 방송이 4월 14일이었으니 동거인 교체가 이뤄진 시점은 한 달 만이다. 실제 촬영 시간을 감안하면 출연진들의 동거 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그 시간조차도 놀이공원 가기, 꽃시장 가기, 단추 달기 등 보여주기식 미션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게임과도 같은 시한부 동거에서 제작진의 말대로 ‘사람이 사람에게 적응해가는 다양한 모습과 소통’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19년차 ‘프로자취인’ 용감한 형제가 양세찬, 정소민과의 짧은 동거를 마친 뒤 가족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처럼 연출한 장면이 너무나 작위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발칙한 동거>에서 ‘유일한 리얼리티’를 찾는다면 김구라가 방송 도중 단짝 서장훈을 만나는 장면이나 용감한 형제가 ‘혼밥’을 거론하는 장면에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관계와 바운더리가 있다. <발칙한 동거>가 정말 기획의도에 충실했다면 그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언니들의 슬램덩크 2>, 멤버 모두가 고르게 상승한 프로그램

이번 대선 후보 토론회를 통해 방송의 위력이 다시금 입증됐다. 누군가는 지지도가 상승했고 누군가는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으로 호감을 얻은 이력의 후보가 방송에 의해 힘을 잃어가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새삼 느낀 바지만 TV 출연이 인지도 상승에는 즉효일지 몰라도 모두에게 득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리얼리티나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연예인들은 오죽하겠나. 지난 주 MBC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해 숱한 지적을 산 김슬기만 봐도 그렇다. 그 좋던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망치고 말았으니 어쩌누.



지상파라고 해서 방송이 매사 교육적일 필요도, 늘 밝고 건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흥미와 재미를 위해 출연자를 입도마에 오르게 하는 일은 삼가야 옳지 않을까? 그렇다고 제작진이 개입해서 포장을 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김슬기 편의 경우 음식 양이라든지 시간 조절 등, 이모저모 넌지시 조언을 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지 싶어 아쉽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2>는 칭찬이 아깝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맏언니 김숙부터 막내 전소미까지, 출연자 전체가 이토록 고르게 이미지가 상승한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중추 역할의 홍진영과 강예원은 남다른 열정을 선보이며 한 단계 성장했다. 진심이야말로 설득과 이해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보여준 멤버들. 그리고 열정과 진심을 찾아내 프로그램에 녹여낸 박인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불편한 구석이 없는, 수신료로 만드는 KBS에 어울리는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2>. 멤버들의 간절한 소망대로 부디 3기, 4기, 5기,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크라임씬 3>, 아직은 돌아오지 못한 추리의 쾌감

<크라임씬> 시리즈가 시즌 3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는 나름대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하나 살인사건을 던져주고 추리를 시키는 작품이다보니 살인 현장이나 정황증거, 살해동기, 단서, 알리바이 등이 죄다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시즌을 시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예능과 연기, 추리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출연자를 섭외해야 한다는 난항을 고려하면, 시즌 3가 돌아오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전 시즌을 개근하며 추리여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박지윤이나, 높은 승률로 가장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프로그램에 애착을 보인 장진 등의 복귀도 만족스럽지만, 지난 시즌에서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은 게스트였던 김지훈과 빠른 눈치와 성실함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선보이는 양세형의 합류도 듬직하다.



그러나 오래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크라임씬 3>가 선보이는 추리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인상이다. 고작 세 번째 사건까지만 보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일이나, 첫 사건으로 선보인 ‘대선후보 살인사건’의 설정은 그간 앞선 시즌들이 보여줬던 사건에 비하면 지나치게 허술하고, 두 번째 사건인 ‘스타셰프 살인사건’은 흡사 아침드라마와 같은 복잡한 불륜의 설정이 가미되어 있으며, 세 번째 사건 ‘경찰학교 살인사건’은 배배 꼬인 플롯을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우연에 기대어 있다.

아마 전작들이 실제 있었던 살인사건들을 레퍼런스로 참조해 재현한 사건이 많았던 것에 비해, 초반부터 오리지널 설정으로 만든 사건을 보여주다가 생긴 일로 보인다. 충성도 높은 팬들과 훌륭한 플레이어들을 모두 가지고도 아직 성에 차는 시청률이 안 나오는 건 꼭 <윤식당>이 종영하지 않은 탓만은 아닐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KBS, MBC, 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