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인생술집’, 이번에는 대박이 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인생술집>이 한 달 여 만에 재오픈했다. 간판로고부터 인원구성, 장소까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신동엽과 김준현은 계속 함께하지만 탁재훈과 에릭 남은 떠났다. 그 자리에 김희철, 걸스데이의 유라, 김루트가 새로이 가세했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김희철과 첫 여성 MC의 가세로 사람 냄새 풍기던 아재들의 술자리 분위기 대신 보다 젊고 방송친화적인 진용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의 마케팅 포인트였던 촬영 장소다. 좁고 낡았지만 사람 정취가 물씬 풍기는 연남동 골목과 작별하고 마포의 대로변 신축 건물 1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1호점이 연남동의 실제 상가를 세트장으로 꾸며서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동네 술집 혹은 이자카야 분위기를 냈다면, 2호점은 보다 캐주얼한 펍 혹은 방송 스튜디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밝고 넓어졌다. 물론, 장사가 잘 돼서 권리금을 받고 확장한 것은 아니고, 이 아이템에 믿음을 갖고 한 번 더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셈이다.

<인생술집>이 굳이 방송 스튜디오를 놔두고 촬영차량 주차조차 원활하지 않은 연남동으로 들어간 이유는, 음주를 곁들이며 촬영하는 만큼 실제 술자리의 분위기를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사람과 술이 있는 자리의 친밀한 공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토크쇼가 이 예능의 기획의도이자 차별화 전략이었다. 물론, 실패했다. 2호점 개업 축하 손님으로 손담비와 함께 인간 화환으로 등장한 서장훈은 이 토크쇼가 왜 어려움을 겪었는지 정확히 언급했다. 실제 술을 놓고 방송을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 듣는 것과 별반 다름없는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아무런 차별 지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간의 재정비 기간을 거치면서 사람도, 장소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서장훈이 지적한 <인생술집>의 근본 문제는 변함이 없었다. 진행은 보다 매끄러웠지만 술자리라는 콘셉트가 약화되면서 흔히 봐온 토크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테리어도 술집보다 방송 스튜디오 환경에 가까워진 만큼, 왜 굳이 방송국을 떠나 고생스럽게 촬영장을 따로 차렸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김희철은 “다른 예능이랑 똑같네” 이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 과거 서지혜가 대학생일 때 표지모델로 등장한 캠퍼스 매거진 등의 과거 아이템을 가져와 대화 소재로 삼았지만 이런 구성들은 동시간대의 <해피투게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썸을 탈 기미조차 없는 14년 지기 절친 김희철과 손담비, 작품을 하면서 친해진 신소율과 서지혜, 같은 날 서장훈과 각기 다른 방송 스케줄이 잡힌 신동엽과 김희철 등등 연예인들의 친목도모 이야기. 10년 전 김희철과 서지혜가 술자리에서 만나서 싸웠던 에피소드, 또래인 서지혜와 신소율이 나이 서열을 정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주를 이뤘고, 보기와 달리 털털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매뉴얼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벌써 반 년 전인 작년 11월에 종영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화제가 된 서지혜의 연기를 다 함께 지켜보고 감탄하며 드라마 속 명장면 따라했고, 여배우들의 애교 대전 등 실제 술집에서는 웬만하면 하지 않을 방송 구성 차원의 볼거리들은 여전히 기획의도에 가깝게 다가가지 못했다.



<인생술집>은 복귀한 탁재훈과 신동엽의 만남, 촬영 중 음주를 곁들인다는 파격적인 설정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실제 상가를 실제 임대해 인테리어부터 메뉴 구성까지 세팅하는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새로운 토크쇼, 새로운 방송 콘텐츠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호점에서의 첫 방송도 마찬가지다. 재정비를 했다는데 오히려 <해피투게더>나 <라디오스타> 같은 기존 방송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동시간대는 진짜 현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정치시사 예능이 두 프로그램이나 있다. 게다가 대표적인 스튜디오 토크쇼인 <해피투게더>도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친목과 인맥 에피소드와 같이 가장 색다르지 않고, 일상성이 떨어지는 접근은 손님을 모으는 데 그리 좋은 시장 분석 방향은 아닌듯하다. 여러 가지 변화를 단행해 새 출발했지만 정작 소프트웨어는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다. 진짜 술을 놓고, 진짜 술집에서 촬영하는 <인생술집>만의 장점을 빠른 시일 내에 찾지 못한다면 2호점도 큰 수익을 남기가 어려울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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