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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3년을 울며 버틴 세월호 다윤·은화 엄마의 진심
기사입력 :[ 2017-05-23 10:38 ]


‘휴먼다큐 사랑’, 팽목항 바다만큼 깊고 넓은 엄마들의 슬픔과 사랑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저 아픔과 슬픔은 얼마나 큰 크기일까. 깊은 바다 속 무려 3년이 넘게 인양되지 못한 뱃속에 남겨진 딸. 그 딸을 그 어떤 엄마가 포기할 수 있을까. 유골로라도 딸들을 맞이하기 위해 3년 넘게 울고 버티며 기다려온 두 엄마. MBC <휴먼다큐 사랑>은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의 그 기막힌 이야기를 담아냈다.

“다윤이 거 다 나왔어. 다 찾았는데 다윤이가 안 나왔어. 정작 내가 필요한 건 다윤이 유품이 아니고 다윤이 물건이 아니고 다윤인데..” “오로지 내 편인 사람 하나가 없어진 거 같아. 그래서 용서가 안돼요. 나랑 평생 같이할 친구가 없어진 것 같아서요.” 하염없이 3년 간을 내내 팽목항에서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온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3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에 여전히 멈춰 서 있는 이들 가족의 시간. 3박4일 간 다녀온다며 떠난 딸들의 수학여행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착한 딸이었다. 수학여행비 33만원이 적은 게 아닌 형편을 아는 다윤이는 3일 전 엄마에게 ‘나 절대 안가. 그냥 가기 싫어’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다윤이를 특히 예뻐하던 이모가 대신 수학여행비를 내줬고, 그렇게 다윤이는 그 먼 길을 떠나게 됐다고 한다. 아빠는 수학여행 전 날 딸이 “수학여행 가는데 용돈 달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밟혔다. “그 때 저한테 돈이 없었어요. 다윤아. 아빠 만원 밖에 없다고 그랬더니 괜찮다고...”



아이 대신 먼저 나온 짐에는 다윤이에게 돈을 넣어줬던 작은 가방이 있었다. 그 작은 가방에는 과자 하나 사먹었을 뿐 남은 돈이 들어 있었다. 아빠가 준 용돈 만 원도 거의 쓰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는 다윤이가 어렸을 때 쓴 글씨와 그린 그림을 읽다 문득 기가 막힌 글과 그림 앞에 말문이 막혔다. 삐뚤빼뚤 글자를 배우려 썼던 것으로 보이는 글들. ‘차가 고장나요.’ ‘사람이 죽어요.’ ‘배가 못 움직입니다.’

은화는 엄마에게 살가운 딸이었다. 학교 끝나면 집으로 오는 내내 전화를 하곤 했다. 사고 당일 9시12분. 그 딸은 연락을 남겼다. “구명조끼 입었어. 움직이지 말래서 가만히 있어.” 그게 마지막이었다. 은화 엄마는 그런 딸이 있을 바다 위에 꽃을 던지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가 추운데 있게 해서 미안해.” 잘못한 것도 없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는 딸 앞에서 그녀는 늘 미안했다.

수색이 점점 어려워지자 미수습자 9명을 남기고 피해자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수색 중단을 발표했다. 다윤 엄마는 말했다. “정말 그 바닷물을 다 푸고 싶어요. 산이었다면 나 죽는 한이 있어도 다 올라가요. 바다라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왜 그렇지 않을까. 엄마의 슬픔은 바닷물만큼 넓고 깊었다.



그들에게는 남은 가족들도 있었다. 다윤이 언니 서윤이는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었다. “걱정 말라고 동생 찾아서 올 때까지 자기는 신경 쓰지 말라고 다 알고 있다”고 보낸 그 첫 딸의 문자에 아빠는 마음이 아팠다. 미리 생일을 챙겨주고 돌아오는 길 엄마는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딸에게 말했다.

똑같은 아픔의 시간들을 버텨내온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는 마치 자매처럼 보였다. 혼자 지내던 서윤이가 팽목항에 내려오자 은화엄마는 마치 자기 딸을 챙기듯 서윤이를 챙겼다. 은화엄마는 서윤이에게 고기를 구워줬고, 그 고기를 먹는 딸을 보며 다윤 엄마는 “먹는 것만 봐도 좋다”고 말했다.

스물네 살에 의문사로 오빠를 잃은 경험이 있는 은화 엄마는 가족 잃은 부모가 또 그 형제자매가 어떻게 살지 안다고 했다. 그래서 다윤 엄마를 마치 언니처럼 보살폈다. 다윤 엄마는 사실 “안 살고 싶은 날이 더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저 앞에서 먼저 달려가고 있는 은화엄마를 보고 그 길을 따라 갔다고 했다. 그녀들은 딸들이 그 인연의 매듭으로 이어준 자매처럼 살가웠다.



결국 107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처참한 그 몰골은 엄마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그런 곳에 딸들이 있었다는 걸 엄마들은 참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먼저 은화로 추정되는 유해가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딸의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 다윤 엄마 앞에서 은화 엄마는 울지도 못했다. 다윤 엄마는 축하도 위로도 부럽다고도 할 수 없었다. 뼛조각으로라도 딸을 만날 수 없는 그녀는 은화엄마가 부러워 자꾸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1129일만에 다윤이도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휴먼다큐 사랑>이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 가족인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전한 건 엄마이기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던 그 아픈 시간들이었다. 그런 아픈 시간들을 통해 끝낸 천 일이 훌쩍 넘어서 딸들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슬픔만큼 엄마들이 전한 사랑의 깊이와 넓이는 팽목항 바다만큼 깊고 넓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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