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 종영·‘개콘’ 부진, 공개코미디 시대 이대로 끝나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재미없어지면 종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개그맨들의 산실인 공개코미디를 살리는 게 절실하다. 지금 <개그콘서트>나 <웃찾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입장들은 이처럼 첨예하게 갈린다. 항간에는 이제 공개코미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무수한 예능인들의 산실이었던 공개코미디가 위기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개그콘서트>는 900회 특집으로 레전드 코너들을 특집으로 꾸미고 유재석은 물론이고 김대희, 김준현 같은 출신 개그맨들이 지원사격까지 나섰지만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유재석이 출연했던 회차분에 10%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반짝 기록했지만 다시 한 자릿수 시청률로 돌아갔다. 게다가 갑자기 불거져 나온 정종철의 쓴소리와 임혁필의 댓글 논란이 이어지면서 900회 특집의 분위기는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웃찾사>가 결국 시즌 종영을 고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2013년 다시 부활해 명맥을 이어가다가 2015년에는 일요일 밤 시간대로 옮겨오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보였던 <웃찾사>였다. 하지만 다시 금요일밤으로 또 수요일밤으로 시간대를 옮겨 다니더니 결국은 뚝뚝 떨어져 2%에 걸린 초라한 시청률을 남긴 채 종영했다.

<웃찾사>의 추락은 사실 가장 큰 원인으로 잦은 시간대 변경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조금씩 나오고 개그맨들과 코너에 대한 대중적인 화제가 생기는 시점에 편성시간대를 바꿔버리는 건 프로그램을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밤 11시대의 <웃찾사>는 그래서 갈수록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일요일 밤 9시대에 고정적으로 편성되어온 <개그콘서트>는 그 시간대를 점유해왔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지만 코너들이 갈수록 재미없어진다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함께 서서히 추락했다. 과거의 <개그콘서트>하면 먼저 떠오르는 코너와 개그맨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사라졌다는 것. 코너도 그리 참신하지 않고 개그맨들도 독보적인 캐릭터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프로그램이 잘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내적, 외적 이유들 이외에도 지금껏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공개코미디라는 형식 자체가 지금의 방송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대본 중심의 콩트 코미디이나, 무대에서 이뤄지는 스탠딩 코미디 형식이, 카메라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지금의 리얼리티 방송의 시대에 너무 고전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공개되는 폭소 유발 짤방들은 짜지 않은 실제상황으로서 웃음을 준다. 그것도 무대가 아닌 일상 속에서.

게다가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같은 공개 코미디 형식은 ‘가성비’가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너무 많은 인원들이 이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가시적으로 들어오는 수익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개그콘서트>가 한 때 30% 시청률에 육박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을 때는 수익도 적지 않았다. 개그맨들도 광고 모델로 맹활약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개 코미디 형식의 프로그램을 단순히 눈앞의 이익이 적다고 폄하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예능의 자산이 될 수 있는 개그맨들이 배출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프로그램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등용문의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이러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없었다면, 정형돈이나 유세윤, 김준호, 김준현, 이국주, 박나래 등등의 예능인들이 어디서 나올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해법은 이처럼 미래의 예능인들이 될 수 있는 개그맨들이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지금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의 틀을 개발해내는 일이 될 것이다. 공개 코미디가 더 이상 대안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그저 명맥만을 유지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야할 시기다. 차라리 과거 <유머일번지>식의 정통 콩트 코미디를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한때 화제가 됐다가 사라졌던 <웃음충전소>식의 무대가 아닌 일상으로까지 코미디를 확장하고 때로는 ‘타짱’ 같은 대전개그를 시도하는 등의 변화도 가능할 것이다.

1990년대 초 코미디는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웃으면 복이 와요>가 폐지되면서 영원히 그 명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그 위기 상황에서 1999년에 탄생한 대안이 <개그콘서트>였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다시 이어온 그 명맥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2의 <개그콘서트> 같은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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