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와 ‘나 혼자’는 각각 어떻게 싱글족의 삶을 바라보는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예능이지만 SBS <미운 오리 새끼>와 MBC <나 혼자 산다>의 코드는 꽤 다르다. <미운 오리 새끼>의 김건모, 이상민, 토니안, 박수홍 등은 아직 채 어른이 못 된 주름진 새끼들로 여겨진다. 카메라를 통해 그 주름진 새끼들의 삶을 요리조리 관찰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카메라 밖에서 아들의 삶을 지켜보며 어머니들은 한숨을 쉬고 때론 골이 아프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당연히 어머니들에게 내 아들들은 여전히 철없고 어서 짝을 만나 어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더구나 싱글의 만년 아들들은 이상한 취미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왁싱에 집착한다거나, 매주 새롭고도 황당한 미션에 도전한다거나, 운동화 없이 못 산다거나, 지나치게 깔끔을 떤다거나, 지나치게 지저분한 주변 환경에 무관심하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괴벽은 모두 아들이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여자를 만나, 며느리를 얻고, 아이를 낳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어머니들은 생각한다. 이들은 교정의 대상이며, 미처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한 엄마와 MC들, 그리고 시청자들이 혀를 끌끌 차는 관음증적 재미를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미끼다.



하지만 과연 결혼한 아내와 남편들은 그 괴벽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가?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던데 말이다.

허나 <미우새>의 전통적인 가족서사의 시선이 정답이건 아니건 간에 시청률 이십 퍼센트를 육박하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인 건 틀림없다. 어느 가족 구성원에서든 결혼 못한 자식이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고 그 자식을 결혼시켜야하는 것이 대한민국 가족서사의 주요 줄거리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별다른 화제성은 없지만 자식의 결혼문제를 갈등의 축으로 삼아 늘 시청률 1위를 달성하는 KBS1 일일연속극과 <미우새>는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 셈이다.

반면 일찌감치 혼자 사는 싱글들의 삶을 추적해 온 MBC <나 혼자 산다>는 방향이 다르다. 초창기 이 프로그램의 방향은 외롭고, 남들 시선에 기죽은, 싱글남들이 모여서 으쌰으쌰 기운내자는 코드였다. 하지만 어느새 4년을 훌쩍 넘겨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한 <나 혼자 산다>는 최근 들어 초창기와 다른 흐름으로 싱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아마 그 변화의 조짐은 혼자 살지만 자칭 ‘나래바’를 운영하며 유쾌하게 살아가는 개그우먼 박나래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박나래는 혼자 사는 삶 속에서 타인들과 유쾌하게 어울리는 다양한 방법들을 보여주었다. 한편 꼼장어의 유혹에 시달리면서도 혼자 사는 삶의 긴장을 잃지 않으려는 모델 한혜진의 등장 역시 싱글라이프의 한 면으로 비춰졌다.

반면 겉보기에 혼자 사는 집은 엉망이고 지저분하지만 자신의 즐거움에는 나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싱글족도 등장했다. 게임 오타구인 배우 이시언이나 웹툰 작가 기안84가 그런 존재들이다. 그리고 싱글족이지만 허물없이 타인에게 다가가는 헨리 같은 등장인물도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더는 싱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미성숙하고 고립된 것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혼자 사는 싱글들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해가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상징인 무지개회원 마크처럼 말이다.



싱글이자 <나 혼자 산다>의 MC인 전현무와 이 멤버들의 조합은 어느 순간부터 꽤나 유쾌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카메라를 통해 타인의 싱글라이프를 보며 여러 반응들을 보인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혀를 차고, 때로는 부러워한다. 하지만 싱글의 삶을 사는 그들은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타인의 삶을 호의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200회 특집에서 각기 다른 성격과 성향을 지닌 이들이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나 보여주는 그림들은 더더욱 보기 좋았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멤버들 각각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여행을 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꿈꾸는 가장 유쾌한 여행의 모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20세기와 함께 가족서사는 끝났고, 다들 각자도생으로 버둥대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타인과의 따스한 연대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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