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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도대체 성준이 엄마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기사입력 :[ 2017-05-30 10:37 ]


‘휴먼다큐 사랑’, 그 아픈 사랑이 묻는 국가의 존재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여러 권에 이르는 엄마의 노트는 빼곡한 글씨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노트 안에는 성준이의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담겼다. 의사 선생님은 그 노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성준이가 어떤 상태인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해 산소통을 끼고 살아야 하는 성준이. 엄마는 그 성준이를 끼고 살았다. 하루 종일 옆에 붙어서 성준이의 상태를 살피고, 성준이와 놀고, 학교를 가서도 교실 문 밖에서 혹여나 아이가 아플까봐 노심초사 들여다봤다.

MBC <휴먼다큐 사랑> 4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산소통을 끼고 살아야 하는 성준이와 그 가족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살아서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엄마. 그 엄마가 보여주는 성준이의 어린 시절 모습들은 그것이 왜 기적인가를 알게 해주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아이가 연습을 통해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생일 날 촛불도 끄지 못했던 아이가 드디어 촛불을 끄는 그 순간이 엄마에게는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삶 따위는 모두 지워버린 채 온전히 성준이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는 엄마. 그 빼곡한 노트에 채워진 글씨들에서 느껴지는 건 엄마의 아들에 대한 부채감이었다. 안전하다는 문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던 가습기 살균제. 그래서 믿고 사용했지만 그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 줄이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아이를 잃은 다민이 아빠는 “이건 부모가 자식을 서서히 죽인 것”이라고 그 비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납득되지 않는 법원의 판결들 앞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게 나라냐?”는 외침에는 부모 같아야할 나라가 자식 같은 국민을 내버리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겼다.

성준이의 안타까운 사연 속에 어른거리는 건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올해 <휴먼다큐 사랑>의 이야기에 담겨진 특별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파양에 학대 그리고 추방까지 당한 신성혁의 사연이 그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바다만큼 많은 눈물을 흘리며 3년 간 딸들이 유해로나마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해온 다윤, 은화 엄마들의 사연이 그랬다.



그들은 마치 그 가슴 아픈 일들이 자신들이 잘못해서 생긴 일인 것처럼 무거운 부채감을 갖고 있었다. 가난을 벗어나 잘 살라고 입양시켰지만 결과적으론 고통스런 세월을 보낸 신성혁의 부모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고, 그 누구보다 어른스러웠던 아이들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에 다윤, 은화 엄마는 가슴을 쳤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로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성준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하지만 그 가슴 절절한 사랑을 들여다보면 그 아픔을 보듬어줘야 할 국가의 부재가 느껴졌다. 도대체 이 부모들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럼에도 어째서 그 부채감을 부모가 온전히 떠안고 알아가야만 한단 말인가. 국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올해 <휴먼다큐 사랑>은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 속에 사적인 차원을 넘어서 공적인 질문들까지 담아내는 기존과는 다른 면들이 주목되었다.



사랑은 그래서 국가의 존재이유를 물었고, 정의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것은 거꾸로 말해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고 정의를 묻는 그 질문들이 그저 갑자기 터져 나온 분노만이 아니라 결국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사랑. 그 상식적인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 안에서 눈물 속에 그 희생어린 사랑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개인들의 이야기. 우리가 올해 <휴먼다큐 사랑>을 보며 느낀 먹먹함과 아픔과 함께 그 안에 어른거리던 분노의 실체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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