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와 홈쇼핑, 제조사와 유명인 이해관계 명확히 밝혀야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 JTBC <알짜왕> 재방송. 지난주도 아닌 2주 전 방송분이었는데 한 중견 연기자의 건강 비법이 소개되고 있었다. 출연자가 특정 건강 보조식품을 가정에서 활용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가정의학과 의사와 식품의학과 교수가 효능과 효험에 대한 설명을, 요리연구가가 요리 실연을 해 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순간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채널을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한 홈쇼핑 채널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 중이다. 얼핏 보면 <알짜왕> 화면이 물건을 파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기는 요 몇 주 사이 다뤄진 석류, 아로니아, 브라질너트, 모두 TV 홈쇼핑 베스트 품목들이 아닌가.

내친 김에 살펴보니 같은 날 아침 같은 시간대 채널A는 <헬로 굿맨>을, MBN은 <활기찬 주말 해피라이프>를, TV조선은 <내몸 플러스> 재방송을 편성했다. 모두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물론 몇몇 홈쇼핑 채널 편성표에도 같은 시간 건강 보조식품들이 포진해 있었다. 깊이 있는 설명은 이쪽에서 듣고 제품은 저쪽에서 사라는 얘긴가. 방송이 소개하고 홈쇼핑이 팔고, 이와 같은 눈 가리고 아옹 식의 연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아침저녁 데일리 프로그램들, 건강·의학 정보프로그램들이 엇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으니까. 이번엔 아닌가 싶어 안도를 했다가도 <알짜왕>처럼 재방송과 맞물려 있는 상황에 또 한 번 실망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가 방송에 등장해 건강 보조식품, 건강 기능식품의 특효에 대해 언급하면 일단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동안 비법, 다이어트 비법, 고지혈증 예방이라느니 피를 맑게 해준다느니, 온갖 감언이설들. 번번이 요리법이 소개되곤 하지만 별 게 아니다.



요거트에 타서 먹거나 샐러드에 뿌려 먹거나. 언젠가 한 유명인은 <활기찬 주말 해피라이프>에서 식빵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바르고 석류 몇 알을 얹어 먹는 걸 비법이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발언도 기가 막혔는데 하도 좋아 석류즙을 세 팩씩이나 먹는데 속이 편안해진다나. 심지어 또 다른 유명 인사는 방송에 나올 때마다 비타민이나 유산균을 안 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수선을 떨어 놓고는 은근슬쩍 홈쇼핑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틀린 소리도 아니고 질 나쁜 상품도 아니고, 인체에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이 문제냐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본의 아니게 홍보에 이용된 연예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 공략 대상이 누가 봐도 인터넷 정보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구전 효과가 큰 중·장년층 이상의 고 연령대인 만큼 유명 인사가 제품 홍보에 동원되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얼마 전 KBS2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한 여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무리 추워도 되도록 차 안에서 히터를 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기자 고현정이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했던, ‘히터는 피부의 적’이라는 발언이 각인됐기 때문이라나.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공인은 아니라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 돌다리를 두드리듯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하물며 제품 판매, 즉 돈의 흐름과 연결되는 일이거늘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방송과 동시에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되는 제품들. 방송사와 홈쇼핑, 제조사, 유명 인사가 어떤 이해관계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매번 무언가 찝찝하니 속는 기분이랄 밖에.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JTBC,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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