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가 그 중심에 동네 사람들을 세우는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경규와 연정훈에게 한 끼의 식구가 되어준 집에는 아빠와 두 아들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가 능숙한 솜씨로 계란말이를 하고 소고기를 재료로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연정훈이 소고기뭇국이 먹고 싶다고 하자 뚝딱 요리를 만들어낸다. 아들은 아빠를 도와 저녁 상차림을 준비한다. 아직 퇴근하지 못한 엄마와 익숙한 아빠와 아들들의 저녁 준비 속에 그들의 평상시 삶의 모습이 슬쩍 투영된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일원동의 어느 평범한 집을 찾아가 보여준 한 가족의 일상이지만, 그 속에는 달라진 우리네 가족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담긴다. 저녁 준비는 당연히 엄마들의 몫처럼 여겨져 왔던 우리네 삶이 이제는 남녀 역할 구분 없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양성평등에 대한 무수히 많은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만큼 쉽게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담아내는 풍경도 없을 게다.

이경규는 역시 베테랑답게 예사롭지 않은 아빠와 두 아들의 저녁 상차림하는 모습을 보며 이 집의 주도권은 주로 엄마한테 있지 않냐고 묻는다. 90%는 엄마에게 있다고 말하는 답변에 빵 터지고, 함께 간 연정훈은 스스로 자신의 집은 아내인 한가인이 100%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일원동 이 가족의 풍경과 연정훈네 가족의 풍경이 이경규의 질문 하나로 오버랩되고 어떤 공감대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한끼줍쇼>가 시청자들에게 그토록 흐뭇한 느낌을 주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경규가 누군가. 예능에 있어서는 이미 대부가 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게다가 연정훈처럼 연기자로서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가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이경규와 연정훈 같은 스타들을 중심에 세우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온전히 그들이 찾는 집 가족들을 중심에 세워두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자신들 사이의 공감대를 찾아낸다. 그 과정 속에서 평범해 보이던 동네 사람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삶들이 부각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저녁을 아이들과 차려 먹으며 푸근하게 웃는 아빠가 그 어떤 유명인들 보다 더 위대해 보인다.

강호동은 특유의 끝없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말들 때문에 종종 이경규에게 지적을 받는다. 물론 그건 일종의 구분된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강호동과 박해진이 어느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의 집에서 짜장라면으로 조촐한 한 끼를 먹을 때 강호동의 목소리 데시벨은 낮아진다. 낯선 이들이 익숙지 않은 아이에게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치고, 조촐한 짜장라면이라도 그 어떤 몇 첩반상 만큼 맛나게도 먹어준다. 그 평범한 저녁의 일상 속에서 젊은 부부의 성실한 삶이 묻어난다. 설거지를 하며 박해진과 젊은 엄마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는 집안 일을 하는 이들의 수다 같은 평범한 어우러짐이 스민다.

<한끼줍쇼>의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해진 건 이경규와 강호동이 MC지만 중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날 함께 할 밥동무들에게 중심을 내어주고, 또 한 끼를 함께 할 어느 집에 들어가면 그 집 가족들에게 온전히 중심을 내어준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거기서 사람 사는 똑같은 풍경들을 전해주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채운다.

<한끼줍쇼>가 좋은 건 바로 이런 낮은 시선 때문이다. 유명한 스타들이지만 온전히 자신을 낮추고 평범함 사람들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어우러지는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푸근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한끼줍쇼>가 그 한 끼로 채워주는 포만감은 거기 제공되는 한 끼 밥상만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 따뜻한 풍경이 주는 포만감 역시 결코 작다 할 수 없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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