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 맞은 장수 예능 ‘해투’, 이 시대에 복고 전략 통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게 15주년과 500회라는 두 기념일이 겹친 2017년은 뜻 깊은 한 해다. 장수 예능이지만 최근 들어 사랑보단 비판을 많이 받은 만큼, 변화의 모멘텀이 절실한 상황에서 제작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3월 3주간에 걸친 15주년 특집을 대대적으로 마련했고, 지난주부터 조인성, 아이유 등이 참여하는 500회 특집을 나름 성대하게 치렀다. 덕분에 시청률, 화제성 모두 소폭 상승했다.

키워드는 레트로다. 두 양대 기념일 특집을 진행하면서 <해투>는 보다 본격적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레트로 예능으로 선회를 천명했다. 특집으로 준비한 포맷은 모두 과거에 인기 있었던 코너의 리바이벌이었다. 더 나아가 설 특집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1990년대의 개그 사모임 ‘조동아리’(김용만, 지석진, 김수용, 박수홍, 유재석)를 합류시키며, 과거 쇼버라이어티 예능의 부활을 예고했다. 당분간 박명수, 전현무 등 기존 출연진과 완벽하게 분리된 이원화 체제로 진행하면서 경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해투>의 본격 레트로 예능 전환은 매해 급변하는 패러다임과, 대단히 복합적인 장르 융합과 예측 불가능한 예능 판도에서 나름 틈새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구태의연한 올드스쿨 예능의 대표 격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비슷한 지분으로 비판받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올해 폐지 됐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아예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가장 자신 있는 역사와 전통 등을 특화해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여러 사례들이 경고하듯 단순히 과거를 가져오는 것은 한두 차례 추억 소환으로 끝나고 만다. 과거 빈티지한 소울 음악을 재해석해 유행시킨 네오소울 계열 음악이나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기반으로 장르 내 최고의 스타가 된 켄드릭 라마처럼 단순히 과거의 것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감각과 새로움을 첨가해야지만 복고를 넘어선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해피투게더>가 선보인 복고 특집과 앞으로 예고한 기획에서 오늘날 예능의 특성과 과거 추억과의 접점은 무엇이며 그로 인한 색다른 지점은 어떤 것인지 솔직히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주와 지난 주 2주 분량으로 방송된 500회 특집 ‘보고 싶다 친구야’는 복고라기보다 복원에 가까웠다. 16년 전 KBS2 <야! 한밤에>의 히트 코너를 리바이벌했는데, 그때와 다른 그 무엇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효리, 박보검 등등 스타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대박’이란 표현을 남발하고, MC들이 평소 친분 있던 연예인들에게 연락해 연예계의 우정을 화기애애하게 보여준다. 예능에 무려 조인성, 아이유와 같은 대스타들이 강림할지 모르겠다며 수선을 떤다.



그런데 2017년은 톱스타와 팬들이 SNS로 활발히 소통하고 예능에 출연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집 안이나 일상을 훤히 공개하는 시대다. 조인성이 열심히 하고 웃음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예능이 스스로를 낮추며 명품 게스트, 특급 게스트라 불리는 스타들의 출연만으로 볼거리가 생산되는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해투>의 웃음 포인트와 진행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톱스타 위주의 몰아주기로 일관됐다.

손으로는 박수를 치지만 눈으로는 상황을 파악하는 방송용 리액션들은 추억을 더듬게 했고, 친구로 찾아온 연예인들은 인지도에 따라 분량과 비중을 달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면에 깃든 약육강식의 생리를 전해줬다. 지극히 방송스러웠단 말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친구들에게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탁을 하는 새로운 미션을 추가해 업데이트했지만, 이런 정도의 설정과 리얼리티는 이미 예능을 본 만큼 본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을 추억하는 복고 코너를 하나 정도는 마련하고 있고, 인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점점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는 제작진과 청취자의 세대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런데 예능은 보다 더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를 상대해야 하고, 어느 정도 고정된 라디오의 감성과 달리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영역이다.

오늘 재밌었던 게 내일은 재미없는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다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때 아예 과거의 쇼버라이어티 콘셉트로 돌아가는 것이 한 방법일 수는 있지만, 2017년 버전이라고 할 만 한 특별한 무엇이 있을 때 비로소 유의미한 전략이다. 앞으로 나아갈 레트로 예능의 길이 500회 특집에서 보여주듯 단순히 스타에 기대는 예능, 과거의 추억에만 기대는 복고만은 아니길 기대해본다. 만약 지금과 같은 리바이벌이 전부라면 몇몇 사례와 마찬가지로 금세 흥미를 잃는 빛바랜 기억이 되고 말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