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마리텔’, 혁신의 대명사로 떠올라 서글픈 종영까지
기사입력 :[ 2017-06-05 15:08 ]


100회 맞아 시즌 접는 ‘마리텔’에 대한 촌평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프로그램 <마리텔> 100회 특집이자 마지막 방송의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보증 수표인 유시민 작가가 전격 출연하고, 지난 2년 여간 큰 사랑을 받았던 이은결, 그리고 긴 시간 다져진 팬덤을 가진 오랜 아이돌 젝키와 <마리텔>의 근간인 인터넷 1인 방송을 상징하는 유투버 ‘지니’가 함께해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 결과 시청률은 지난주보다 소폭 올라 4%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토요일 밤을 사로잡는 화제를 만들어낼 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2015년의 마지막 칼럼에서 <마리텔>을 한 해 최고의 예능으로 꼽았던 기억이 있다. 2015년 예능을 보통 쿡방의 한 해로 규정하곤 하지만, <마리텔>의 등장은 쿡방을 뛰어넘는 더욱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마리텔>은 쿡방이라는 콘텐츠 예능의 시대의 문을 열었고, 기존 예능 문법을 뒤집어엎은 신선한 소통 방식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전선에서 기존 예능의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이른바 사고의 전환이다. 콘텐츠 예능의 시대를 열어젖힌 <마리텔>은 캐스팅의 법칙과 게임, 토크를 기반으로 한 쇼버라이어티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섭외 대상부터 예능인 혹은 방송인을 넘어서 요리, 미술, 예능, 스포츠, 미용, 마술, 패션, 댄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예능 무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캐스팅을 하다보다 보니 고정출연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무너졌다.



무엇보다 전위적인 것은 방송 형태와 타겟팅이었다. 방송 플랫폼 중 가장 상위에 있는 공중파가 지역 언더그라운드라고 비유할 수 있는 인터넷 1인 방송을 적극 차용하고, 인터넷 세대에게 바로 와 닿는 어법을 구사해 시청자와 제작자, 출연자가 함께 만드는 직접적인 정서적 교감을 이룩했다. 콘텐츠 예능이란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그 방법론과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정서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곧 위기가 닥쳤다. 시청자들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는 신선한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믿는 구석이었던 자막, CG, 그리고 채팅을 통한 인터넷 세대의 소통 방식은 충성도를 담보하지 못했다. 시청자가 방송에 참여한다는 <마리텔>만의 소통은 인터넷 문화, 모르모트 PD로 대표되는 스텝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후 문화와 공중파 예능을 연결했다는 신기함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1년 반째 똑같은 문법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이런 소통 방식에 흥미를 더 이상 느끼지 못했다.



떠나간 시청자를 다시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백종원, 김영만에 이어 섹시한 피트니스 모델들, 이경규, 지난해 가을 임에스더 홍혜걸 부부를 끝으로 <마리텔>이 배출한 화제의 스타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마리텔>만의 정체성과 신선함은 출연자와 시청자가 함께 소통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였는데, 단발성 콘텐츠가 주를 이루다보니 시청자와 출연자간의 유대 또한 쉽게 형성되지 않았다. 응원하고 지켜볼 대상이 없어진 것이다.

신선함을 담보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끊임없이 영입하다보니 꾸며진 콘텐츠이거나 실용성이 없는 콘텐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이경규처럼 인물의 매력을 앞세우거나 소통 능력으로 각광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콘텐츠의 부재로 결국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캐스팅만으로 승부를 보려던 것이 <마리텔>이 2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애국가 시청률로 가라앉게 된 이유다. 마지막까지 생방에 참여하는 1~2만여 명의 충성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만족을 넘어 대중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신선함을 마련해야 하는데, 인터넷 1인 방송을 차용하며 마련한 1단계 실험 성공 이후 다음 실험과 변화를 가져가지 않고, 초반 성공에 안주하고 고집한 것이 문제였다.



100회 특집만 봐도 1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실시간 시청자수로 경쟁하는 순위 발표가 주는 긴장감이나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됐다. 서유리를 불러내는 이은결부터, 홍익인간, 도우PD, 초딩 작가 등등 기미 작가 이후 등장한 스텝들의 활약과 자막, CG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매번 똑같이 반복됐다. 거기에 새로운 인물의 발굴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다른 방송에서 이미 여러 차례 봐온 젝키의 모습이나 유시민 등 다른 프로그램에서 흥한 사람을 데려오는 데 그치면서 <마리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점적인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거기에 생방송이란 <마리텔>만의 한정된 상황까지 겹쳐져서 흥미를 갖기가 쉽지 않았다.

김구라는 오랜 만에 전반전 1위를 거머쥐며 “정치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 사람을 잘 써야 돼”라고 외쳤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마리텔>은 새로운 사람(콘텐츠)로만 승부를 내려던 전략이 결국 발목을 잡게 됐다. 계속해서 화수분처럼 새로운 사람을 찾아내기도 어렵겠거니와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는 소통 방식에는 변화를 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 언더그라운드의 성장 드라마는 올드스쿨 팬들의 적당한 비난을 양념삼아 끊임없이 추구하는 변화에서 나온다. <마리텔>은 언더그라운드 방식으로 성장한 예능이었으나, 어느 순간 고집스럽게 한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 정리하자면, 한 명의 예능 시청자로서 <마리텔>의 등장과 실험이 너무나 흥미로웠지만, 이 이유만으로 계속 지켜볼 순 없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