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해’가 던진 결혼 풍속도에 대한 통쾌한 한방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해야해? 때려 치자. 나 더럽고 치사해서 더는 못하겠어. 내가 결혼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더는 못 참아.” “나도 더는 설득하기도 굽실거리기도 싫다. 그래. 우리 이렇게 연애만 하자.” “섹시하다. 차정환. 누나가 평생 사랑해줄게.”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혜영(이유리)과 차정환(류수영)은 상견례 후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데, 상견례자리에서 양가의 엄마들은 마치 원수 보듯 으르렁댔기 때문이다.

그 발단은 양가의 기싸움에서부터 비롯됐다. 그 날의 상견례 자리 계산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 차정환의 모친 오복녀(송옥숙)와 변혜영의 모친 나영실(김해숙)이 서로 자존심 싸움을 시작한 것. 그리고 결국 문제는 혼수와 예단 문제로 비화됐다. 스몰웨딩을 하겠다는 차정환의 뜻에 오복녀가 “그간 낸 돈이 얼만데” ‘빅웨딩’을 하라며 나섰고 급기야 ‘수준 운운’하며 자신들의 수준에 맞춰달라는 요구까지 하면서 결혼 이야기는 시작도 전에 파경에 이르렀다.

기분이 상한 나영실이 혼인신고를 1년 후에 생각해본다는 이른바 ‘결혼 인턴제’를 선택한 게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꺼냈고, 그러자 자신들은 손해볼 게 없다는 식으로 오복녀가 맞섰다. 변혜영이 시댁에 들어가 시집살이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결국 나영실과 오복녀는 “이 결혼 못해”라고 반대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혜영과 차정환은 현재 달라지고 있는 결혼관에 대한 부분을 끄집어내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혼전동거를 했고 부모에게 들키자 걱정을 끼친 건 잘못이지만 혼전동거 자체가 뭐가 나쁘냐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그래서 1년 간의 인턴기간을 갖는 조건으로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지만, 그것 역시 만만찮다. 두 사람이 결정해야할 결혼을 양가에서 사사건건 나서 수준 운운하며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차정환과 변혜영은 각자 집안에 선전포고를 했다. 차정환은 그냥 집을 나와 변혜영과 따로 결혼해 살겠다고 선언했고, 변혜영은 “평생 결혼 안한다”며 남자는 사귈 거고 동거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결혼은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라는 것이 온전히 두 사람의 선택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네 결혼은 또한 ‘양가의 결합’이라는 무거운 관계의 피곤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지금도 이런 결혼관이 유효할까. 이러한 결혼관은 최근 들어서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결혼 자체를 필수라 생각하지 않는 시대에 이처럼 복잡한 결혼관으로 그 누가 결혼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어하겠는가.

그래서 <아버지가 이상해>의 오복녀와 나영실에게 각각 집안의 뜻과는 상관없이 ‘집안 포기’ ‘결혼 포기’ 선언을 하는 차정환과 변혜영의 일갈은 통쾌한 느낌마저 준다. 구시대의 유물이지만 여전히 횡행하는 결혼에 대한 지나친 양가의 개입에 대한 사이다 비판이 담겨 있어서다. 가뜩이나 현실도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데, 어떻게 노력해서 하려고 해도 도움은커녕 부담만 되는 양가라니. 이래서 더더욱 결혼들을 안하려 하는 것이 아닐는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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