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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박서준·김지원, 갑질 향한 시원한 돌려차기를 위해
기사입력 :[ 2017-06-06 09:55 ]


‘쌈마이웨이’, 갑질 세상에 이 청춘들이 맞서는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둑을 잡았는데 오히려 도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게 한다?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1천만 원 호가의 시계를 훔쳐 나오다 최애라(김지원)에게 발각되자 이 진상 VIP는 자신의 구매능력을 내세워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도둑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는 VIP 고객이기에 상사는 도둑 잡은 최애라에게 사죄를 하라고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씁쓸한 세상의 한 자락이 그 풍경에 잡힌다.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는 그 청춘들이 몸담고 있는 공간이 의미심장하다. 최애라가 일하고 있는 백화점은 특히 갑질 고객의 행패가 종종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물건이 있고 가격이 매겨져 있고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에 따라 VIP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백화점이란 공간은 자본으로 재구성된 현대판 신분제를 재현하는 곳이다.

최애라의 더럽혀진 무릎을 보며 분노하는 고동만(박서준)은 “왜 도둑 잡은 애한테 상은 못줄망정 사과를 하라고 하냐”며 소리친다. 아마도 그 분노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범죄행위까지 눈감아주는 자본의 갑질 횡포라니.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위해 나서준 고동만에게 최애라는 오히려 화를 낸다. 당장 월세가 걱정인 그녀지만 얼떨결에 회사를 나오게 된 그녀는 그깟 무릎 꿇는 일이 대수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 속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심경이 담겨있다.



백설희(송하윤)는 홈쇼핑 계약직 상담원이다. 회식자리에서 그녀는 고기를 잘라주느라 정작 자신은 잘 챙겨먹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그걸 도와주기는커녕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심지어 고기를 너무 잘 자르니 앞으로 회식자리에는 꼭 함께 하자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녀는 오래도록 김주만(안재홍)과 사귀며 뒷바라지를 해왔지만 새로 입사한 부잣집 딸 인턴이 자꾸 신경 쓰인다. 김주만에게 애정공세를 쏟는 그녀 앞에서 백설희는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이런 감정은 갑자기 나타나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의사 박무빈(최우식) 앞에 선 최애라도 마찬가지다. 고급 자동차로 그녀를 에스코트 해주고 영화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사주지만 어쩐지 최애라는 그게 너무 불편하다. 어느새 그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그녀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백설희가 느끼는 것처럼 최애라 역시 가진 자들 앞에서 위화감을 느끼며 주눅이 든다.



사실 가진 것이 많거나 적다고 누가 누구를 함부로 대한다거나,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비교되는 현실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청춘들에게는 절망감을 주는 일이다. 어쩌다 가진 것에 의해 직업도 나아가 그 사람의 존재의 가치까지도 규정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쌈마이웨이>가 담고 있는 청춘들의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갑질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고동만이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격투기를 하겠다 마음먹는 대목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응원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짠한 면이 있다. 하필이면 격투기장이라는 설정은 아마도 가진 것 없는 고동만 같은 청춘이 몸뚱어리 하나로 현실과 맞설 수 있는 상황을 이 공간이 잘 표징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어디 격투기장 이라고 해도 이 갑질 현실의 그림자가 없을까. 고동만은 결국 김탁수(김건우)의 교활한 함정에 빠져 오른 링에서 피를 흘리고 무너져 내린다.



이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 그나마 이 청춘들이 의지하는 건 서로에 대한 마음이다. 고동만은 박무빈을 만나고 다니는 최애라를 걱정하고, 최애라는 링에서 쓰러진 고동만을 보며 마치 자신이 당한 듯 아픈 표정을 짓는다. 백설희는 힘겨운 현실 앞에서도 일편단심 김주만을 믿으려 하고 김주만은 불안해하는 백설희를 꼬옥 안아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풍경은 짠하면서도 예쁘기 그지없다.

<쌈마이웨이>의 이 청춘들은 과연 갑질 하는 세상에 속 시원한 ‘돌려차기’를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너무나 거대한 자본의 힘 앞에서 이 청춘들의 한 방은 그다지 힘을 발휘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에 던지는 외침이 주는 공명은 결코 작지 않다. 또한 그렇게 아프기 때문에 서로의 사랑이 공고해지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의 마음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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