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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와 전원책, 두 거성이 위태롭다
기사입력 :[ 2017-06-09 10:55 ]


박명수·전원책, 변화 적응에 실패한 두 거성의 동병상련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예능과 교양프로에는 각각 두 거성이 있다. 한 명은 개그맨이고, 한 명은 변호사지만 논객으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두 명의 거성인 박명수와 전원책 모두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감정적인 호통을 주체하지 못하며, 그 호통 덕에 유명세에 올랐다는 점이다. 거성이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인물을 뜻하는 말이기에, 이 두 사람 모두 호통의 거성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수 이승철의 모창으로 나름 이름을 알린 개그맨 박명수는 이후 유재석의 2인자지만 나이와 선후배관계를 무기로 1인자에게 호통을 치는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의 호통은 특유의 어리바리한 표정과 가끔 보여주는 귀염성 있는 사악한 미소와 어울릴 때 더욱 빛이 났다.

박명수의 인기는 그의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풍자성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진상 상사나 진상 선배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진상 캐릭터가 박명수란 개그맨을 통해 대중매체에 비춰지면 통쾌한 웃음거리가 된다. 즉, 우리는 박명수를 통해 실생활에서 ‘바보’라고 뒤에서만 욕할 수 있는 진상 캐릭터가 망가지고 웃음거리가 되는 광경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가수로서의 매력, 순간순간 들어나는 의외의 재치를 통해 그는 대체하기 힘든 개그캐릭터로 거듭났다.



박명수 역시 본인의 이런 캐릭터를 마음껏 풀어헤치며 지금껏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박명수의 매력은 이제 좀 시들해진 감이 있다. 전성기 때와 달리 KBS <해피투게더>에서의 그는 병풍의 자리만 차지한 지 오래다. 특히 야심차게 전현무, 노홍철과 함께 시작한 JTBC <잡스>에서는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다양한 직업군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이 프로그램이 생각만큼 흥미롭게 풀리지 않은 데는 맥락을 툭툭 끊는 박명수의 능력 없는 진행도 한몫했다.

같은 호통 개그 계열이자만 말솜씨가 빼어난 이경규와 그 후발주자인 박명수가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서 있다. 이경규에게는 호통과 연결된 스토리가 있지만 박명수의 호통은 호통에서 끝난다.

지금의 박명수를 보면 그냥 뜬금없이 웃긴 똥배처럼 예능계의 군살이 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그의 호통이 더는 유쾌하지 않고 종종 불안한 자의 악다구니로 들리는 건 사실 그래서다. 더구나 꽤 괜찮은 전성기를 누렸고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널리 사랑받은 스타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박명수는 그의 캐릭터를 즐기고 누리는 사이 방송에 대한 감각 역시 키워야하지 않았을까?



박명수가 호통으로 본인의 인기를 굳힌 것과 달리 전원책은 처음부터 호통을 통해 지금의 유명세를 얻어왔다. MBC 백분토론 등등에서 군사문제 전문 보수패널로 등장했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호소 아닌 호통의 힘이었다. 군가산점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드높여 호통을 쳤던 보수패널은 사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었던 것이다.

이후 전원책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서슬 퍼런 호통의 단두대를 보여주며 서서히 인지도를 쌓아간다. 사람들에게 잊힐 때쯤 토론프로그램에 등장하면 다시 한 번 그 호통으로 이슈에 오르내리곤 했던 것이다.

팬보다는 안티가 많았던 전원책의 호감도가 상승한 건 역시 JTBC 교양프로그램 <썰전>에 진보 측 패널 유시민과 대비되는 보수측 패널로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날을 세운 싸움꾼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전원책은 나름 유연한 예능감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패널로 정착했다. 더구나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유시민보다 더 거칠게 보수정권에 호통을 치는 장면도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썰전>을 보면 전원책에게도 한계는 느껴진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열린 대통령 후보자와의 토론회에서 소통 없는 호통의 막장을 보여주며 그가 쌓아온 친근한 이미지를 단숨에 깎아먹은 지 오래지만.



하지만 최근에 그의 한계는 비단 호통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서들어서가 아니다.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그의 식견은 호통이란 매운 양념을 걷어내면 그리 대단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시대는 이제 가부장적이고 호통 치는 어르신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중들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합리적 보수인사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전원책은 지나간 시절 대한민국 중심부에 있던 보수의 속성들을 집어내는 데에는 탁월하다. 하지만 전원책이 보수의 미래 청사진까지 제시해줄 수 있는 능력자는 아니다.

사실 전원책이 계속해서 보수의 패널로 활약할 수 있는 건 그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보수 인물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수인사 중에서 그나마 약간의 예능감을 지닌 인물이 전원책이라는 뜻이다(물론 한때 새누리당의 거성이었던 김무성이 빨래판과 옥새탈주, 캐리어 노룩패스로 보수 개그의 원탑을 찍긴 했지만, 김무성 자체가 예능감 있는 인물은 아니므로).

새 정권 출범 이후 <썰전>에서 전원책은 종종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감정적인 껄끄러움과 지난 과거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두운 식견을 드러낸다. 더구나 TV를 보는 대중들은 그가 꾸짖던 가짜 보수들과 지금 전원책이 보여주는 태도, 목소리, 분위기에서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반복이 이어질 경우 그는 예능감 있는 보수의 논객이 아닌 시대에 대해 아둔한 인물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노쇠한 개그캐릭터로 TV에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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