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안녕하지 못한 ‘안녕하세요’, 왜 논란 자처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화가 나서 더 이상 못 보겠어요.” KBS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은 격앙되어 있다. 제목은 <안녕하세요>지만 전혀 안녕하지 못한 불편한 감정들을 프로그램이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방송에 나온 ‘10년 째 동생에게 손 벌리며 사는 39세 철부지형’의 사연이 그렇다. 방송에 출연한 30대 남성은 형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토로했다. 가수가 되겠다며 서울로 간 뒤 밴드, PC방, 개그맨을 전전하다 결국 트로트 가수를 하겠다고 나선 형. 입만 열면 ‘인생 한 방’을 외치는 이 철부지 형은 동생의 신용카드를 갖고 흥청망청 살아가고 있는 반면, 동생은 그 빚을 갚기 위해 손톱까지 빠져가며 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힘겨움을 호소하는 동생에게 형은 “6억은 적은 돈”이라며 직장생활로는 “월급 500만 원 정도 받았을 텐데 트로트 가수로 뜨면 행사 수입이 장난 아니다”라며 “한 방이면 해결된다”고 했다. 이를 막아야할 부모 역시 형을 감싸고 도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살만 했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



사실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출연자가 동생이라고 해도 그 형이 욕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방송에 나와 그 공분을 일으킬만한 사연들을 꺼내놓는 건 왜일까. 게다가 이 철부지 형은 한때 SBS 개그맨 공채로 합격한 적도 있어 컬투가 알아볼 정도였다. 그럼에도 대놓고 이런 욕먹을 사연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의심의 시선을 던진다. 어느 정도는 설정이 아니냐는 것.

물론 그것이 설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누구나 보면 뒷골을 잡을 만큼 분노를 일으키는 자극적인 사연이 <안녕하세요>의 소재로 오르는 목적은 분명하지 않을까. 그간 줄어든 화제를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안녕하세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케이블에서 방영되던 <화성인> 같은 프로그램이 자주 썼던 방식이다. 자극적인 논란을 일으킬만한 사연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논란이 벌어지더라도 화제를 끌어모으는 방식.



<안녕하세요>는 초창기 이런 의심을 없애기 위해 가족을 등장시켰고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특별하고 다양한 인간군상을 소개하는 재미에 더 집중시켰다. 그래서 특별한 인물이어서 생기는 소소한 갈등 요소들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화해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KBS라는 공영방송은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창기만큼 화제가 덜 되고 있는 <안녕하세요>는 이런 초심을 상당 부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일반인, 그것도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이 출연하는 것이니만큼 논란의 소지가 되어 그 출연자가 대중의 뭇매를 맞는 일들은 피해주는 게 방송의 도리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화가 되어 논란을 통한 화제가 되는 건 제 아무리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도 시청자들이 용인하기가 쉽지 않다. <안녕하세요>가 제목에 걸맞는 ‘안녕한’ 방송이 되려면 그 초심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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