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한혜진 공개 연애라는 암초 어떻게 넘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분위기가 좋다. 200회 특집 ‘무지개 4ever’를 기점으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어느덧 장수 프로그램의 반열에 들어선 <나 혼자 산다>는 침체될 때마다 김연경 등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거나 무지개식구 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면서 인기를 회복했다. 지금의 순항은 후자의 상황 덕분이다. <나 혼자 산다>의 고전미라 할 수 있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혼자 사는 삶의 공감대와 생활의 팁을 공유하는 것보다는 모처럼 전현무, 한혜진, 박나래, 윤현민 그리고 이시언, 기안84, 헨리 등의 세 얼간이를 중심으로 한 출연진이 안정되면서 함께 어울리는 일종의 커뮤니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주요 출연진 모두 살아가는 이야기는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 더 이상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삶은 방송으로 내보낼 게 없다. 그러나 여기에 전현무와 한혜진의 ‘썸 라인’과 세 얼간이를 중심으로 유쾌한 볼거리들을 생산하면서 ‘나 혼자 산다’라기보다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관찰형 예능이라기보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에 가까워진 것이다.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다음 주를 기대하게 되는 정서적 교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1인 가구의 삶을 보는 데 흥미를 느꼈던 골수 시청자들에겐 이벤트성 볼거리로 채워진 지금의 흐름이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대중적인 예능 코드를 적절히 잘 활용한 예다.



그런데 순항하던 배 밑바닥에 작은 암초가 스쳤다. 열애설은 외로움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솔로들의 커뮤니티이자 전현무와 비록 실선 같을지라도 러브라인을 유지하며 다 같이 윤현민을 부러워하던 <나 혼자 산다> 스토리텔링이 살짝 민망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진정성에 조그만 상처를 입으면서 그간 함께 뭉쳤던 분위기가 살짝 맥이 빠졌다.

요즘 시대에 스타의 열애가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나 혼자 산다>와 같이 순풍을 받고 달리는 예능에는 미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공감형 프로그램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우결>만큼은 아니지만 무지개 식구들이 친하게 지내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봤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과 현실 사이의 도랑 정도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열애설이 나온 이후 첫 방송에선 한혜진이 스튜디오에 함께하지 않았고, 지난 주 방송에선 한혜진이 직접 공개 열애를 인정하면서 뾰로통한 얼굴을 한 전현무는 시종일관 놀림감이 됐다. 지금까지 잘 굴러온 커뮤니티에 두 명의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라인이 한 순간에 바뀐 셈이니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이시언과 친구라는 관계 외에 무지개 식구 내에서 다른 멤버들과 관계망이 전무하고 비중이 가장 적은 윤현민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한혜진과 차우찬 열애가 공개된 이후 녹화했을 이번 주 방송이 기대됐다. 과연 프로그램 밖에서 벌어진 변화를 일상을 내세우는 이 예능이 어떻게 갖고 들어올지 궁금했다. 여전히 시청자들을 붙잡아 둘 즐거운 커뮤니티가 될지, 급격한 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지, 이들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갔다. 우선 발리로 떠난 한혜진은 커뮤니티에서 한 발짝 떨어졌다. 지난주는 긴 시간 몸매를 한껏 뽐내더니, 이번 주는 여행 시즌에 맞춰 어느 정도 대리만족이 가능한 휴양지 발리의 모습을 전했다. 다들 커플인데 혼자오니 외롭다는 말도 남겼다.



이 말을 받아든 박나래는 고전적인 <나 혼자 산다>의 볼거리로 응답했다. “누군가 연애하면 자극이 있잖아요”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 연애운 등을 점 보고, 남자친구가 있다면 신경써줄 세차와 차 정비를 혼자하고, 자동차 극장에 윌슨을 싣고 갔다. 박나래의 일상이라기보다 급작스런 열애설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얼간이의 멤버인 기안은 ‘찰흙으로 우기명 만들기’에 도전하는 이벤트를 통해서 이른바 기안84가 캐릭터로 잡은 일상에서의 욜로를 다시 한 번 선보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함께하는 활기, 지켜보는 재미가 열애설 이전만 못하게 느껴졌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장스토리가 예상보다 일찍 정점을 찍으면서 생긴 일종의 호흡 고르기랄까. 열애설 때문만은 결코 아니지만 현재 출연진으로 꾸려가는 커뮤니티에 일종의 변화의 촉매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기안84가 벌이는 이벤트에서 보여주려는 의도와 모습은 머릿속에 그릴 정도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박나래의 노력, 한혜진의 외모에만 집중하는 볼거리 등 왠지 성장 스토리가 정체된 리얼 버라이어티를 보는 듯했다. 스튜디오에서도 한혜진을 놀리거나 세 얼간이의 맏형 이시언의 무식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쾌속투구를 했던 선발 투수의 구속이 떨어지고 볼 끝이 밋밋해지면서 다가오는 투수교체 타이밍처럼 뭔가 변화를 요구하는 징후들이 하나둘 살짝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주인을 잃은 러브라인을 기안84와 박나래로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는 무언가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꾸려야 하는 부담감이 드러난 것 같았다. <나 혼자 산다>가 지금의 시청률과 인기를 회복한 것은 현재 무지개 식구들이 이룩한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이었다. 급작스런 열애설이란 작은 암초를 넘으며 적절한 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어렵게 회복한 인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변화의 타이밍과 방법을 어떻게 잡을까. 이 또한 지나가는 일상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 아니면 암초에 걸릴지, 세 얼간이와 거인소인 자매의 ‘케미’가 어떻게 계속될지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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