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게 집중된 성토로 놓치게 된 많은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수련회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네 명이 같은 반 아이를 집단 구타한 사건이 보도됐다. 사실 이런 일들은 이전에도 신문 사회면이나 뉴스를 통해 보도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혀를 찼을 뿐 그 이상의 사회적 반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유는 그 네 명의 아이들 중 재벌그룹 총수의 손자와 연예인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해학생의 어머니인 배우 윤손하가 경솔한 대처를 했다. 사안이 어떻게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성급한 목소리를 낸 것. 게다가 표현 중에는 ‘장난’이라는 말도 들어 있었다. 누군가에는 폭력일 수 있는 행위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제 자식 감싸기를 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듯한 뉘앙스로 다가왔다. 그잖아도 가진 자들의 갑질과 특혜에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대중들은 윤손하에게 공분을 쏟아냈다.

물론 이 초기의 대처는 지극히 잘못된 일이었다. 그리고 윤손하는 결국 공식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한 번 엇나가 일파만파 커진 논란은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이처럼 윤손하에게 논란이 집중되는 사이, 가려지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사건이 터지고도 이를 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무마하려한 학교가 있었고, 심지어 네 명의 아이들 중 재벌그룹 총수의 손자는 가해자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바로 이런 특혜 논란이야말로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킨 진짜 원인이 아니었던가.

윤손하는 잘못했다. 그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사안의 본질이 ‘윤손하의 잘못된 자식 교육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고 그래서 이럴 때 중요해지는 건 결국 학교의 조치다. 학교가 제대로 가해자의 잘못을 학생들에게 인식하게 교육했는가 하는 점이고, 피해자가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 그 상처를 조금이라도 추스를 수 있게 해줬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학교는 피해자는 저렇게 울고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식으로 처리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도대체 학교가 어떤 곳인가. 문제 하나 더 푸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인가. 아니면 그 초등시절부터 스펙이 모든 걸 정당화해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곳인가. 어린 나이니 실수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럴 때 잘못은 거기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의 하나다. 그리고 그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도.

결국 사안이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본질이 흐려지는 걸 보다 못한 사건을 취재한 기자가 나섰다. SBS 김종원 기자는 SNS를 통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긴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뒤 이런 학교의 문제가 부각되기보다 가해 아동이 누군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래도 윤손하는 “피해자 엄마를 찾아가 사과를 한 유일한 학부모”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반면 여론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가해자 학부모 중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통의 연락조차 안 한 인사도 있다”며 학교가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윤손하의 대응이 잘못된 건 분명한 일이고 그래서 지탄받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만 집중되어 있는 관심은 이 사안의 본질을 많이 놓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일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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