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쳐야 드라마다, ‘쌈마이웨이’ 제목대로 간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사고 쳐야 청춘이다!” 인생 쌈마이 취급받는 청춘 4인방이 아침 길을 나서며 외치는 이 한 마디의 울림이 적지 않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또 나름의 능력도 갖고 있는 청춘들이 가난하고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고 모욕을 참아내며 버티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청춘들은 그러나 그저 아파하기보다는 사고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진짜 청춘이니.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지만 동생의 수술비 때문에 부정경기를 한 탓에 영구 제명되어버린 고동만(박서준). 그는 이종격투기로 전향해 그토록 날리고 싶었던 돌려차기 한 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백지연 같은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었던 최애라(김지원)는 백화점 안내원으로 전전하며 살다 결국 갑질하는 VIP 때문에 그만두게 되고 다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러다닌다. 하지만 스펙이 없어 압박면접이 아닌 인신공격성 면접을 보게 된 애라는 마침 근처에 행사 나온 동만의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게 되고 끼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고(?)를 친다.

한편 몇 년째 사실혼 관계로 교제해왔지만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어 그 사실을 숨겨온 김주만(안재홍)과 백설희(송하윤). 갓김치를 파는 홈쇼핑에서 장예진(표예진)이 주만과 부부 콘셉트로 방송하는 모습을 본 백설희는 느닷없이 무대에 올라 갓김치 먹방을 선보이는 사고(?)를 치고 덕분에 완판을 기록한다. 그리고 김주만은 그 날 백설희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는 비밀을 드디어 공개하는 사고를 침으로써 자꾸만 접근해오는 장예진에게 선을 긋는다.



<쌈마이웨이>가 지난 8회 동안 보여준 건 사실상 이 쌈마이 취급받는 청춘들의 짠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짠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그런 현실 앞에서도 네 사람이 든든하게 서로를 지지해주고 때론 짓궂은 말과 장난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힘겨운 현실 앞에 이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그래서 더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9회에 이르러 드디어 <쌈마이웨이>의 청춘들은 사고를 쳤다. 지금껏 현실에 질질 끌려다니던 모습에서 벗어나 그 현실 앞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 이들을 지켜보며 제발 좀 잘 되기만을 바라게 된 시청자들로서는 이들의 이런 사고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이 <쌈마이웨이>를 통해 확인해 온 건, 쌈마이는 현실이지 이 아름다운 청춘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지점이 <쌈마이웨이>라는 드라마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12.1%(닐슨 코리아)로 시청률 1위라는 사고를 친 이유다. 이 드라마는 첫 회 5.4%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경쟁작이던 <엽기적인 그녀>가 첫 회에 8.5%를 기록했고 <파수꾼> 역시 6.0%로 <쌈마이웨이>보다 높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는 실로 놀라운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쌈마이웨이>는 결국 드라마의 제목 그대로 힘을 발휘하게 됐다. 쌈마이 취급을 받는 청춘들의 진가를 알아챈 건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고, 그래서 지지를 보내자 그 힘은 그대로 쌈마이처럼 여겨지던 드라마에 쏟아졌다. <쌈마이웨이>는 사고 쳐야 청춘이라는 대사처럼, 제대로 사고를 침으로써 그것이야말로 진짜 드라마라는 걸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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