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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은 어떻게 얼룩영양을 사냥했을까
기사입력 :[ 2011-09-24 17:02 ]


- “인간은 오래 달리도록 진화했다”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매일 아침 톰슨가젤은 깨어난다. 톰슨가젤은 가장 빠른 다른 사자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는 것을 안다. 사자는 가장 느린 톰슨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냐 톰슨가젤이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해가 뜨면 당신이 뛰어야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든 비유다.

비유는 비유일 뿐이다. 당신은 사자보다 빨리 뛰지 않아도 된다. 사파리를 여행하는 당신은 아마 안전한 차 속에 있을 테고, 게다가 가이드는 총으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바나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의 요인을 속도로 드는 건 단순한 생각이다. 속도가 관건이라면 지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는 늘 사냥에 성공해야 한다. 실제로는 치타조차 언제나 톰슨가젤을 잡지는 못한다.

치타는 지상에서 가장 빠르다. 시속 120km까지 달린다. 치타는 그러나 금세 지친다. 10초 정도 지나면 속도가 뚝 떨어진다. 반면 톰슨가젤은 치타보다 느리지만 치타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치타와 톰슨가젤의 게임은 그래서 ‘거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치타는 톰슨가젤 몰래 가까이 다가가서 추격을 시작한다. 톰슨가젤은 치타와의 거리를 일정한 정도 이상 유지하려고 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한다. 톰슨가젤은 고개를 앞으로 향하고서도 주위를 두루 살필 수 있다. 톰슨가젤은 치타로부터의 ‘사냥 거리’ 밖에 있는 한 안전하다.

◆ 인류는 오래 달려 사냥했다

“사바나를 걷던 두 남자가 사자를 발견한다. 한 남자가 구두를 벗고 배낭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다른 남자가 말한다. ‘네가 그래봤자 사자보다 빠르지 않잖아.’ 운동화를 신은 남자가 대답한다. ‘하지만 너보다는 빨라!’”

원시 인간은 무력했다. 포식동물의 쉬운 먹잇감이었다. 치타는 물론 사자에게도, 찍히는 그 날이 바로 제삿날이었다.

인류를 포식동물로부터 지켜준 것은 달리기가 아니었다. 인류는 모여서 살면서 불과 도구로 무장했다. 돌을 깨서 만든 단순한 무기도 여럿에게 쥐어졌을 때엔 큰 힘을 발휘했다.

이렇다보니 달리기는 인류가 걷다보니 얻게 된 부가적인 능력으로 여겨졌다. 교과서는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하게 되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손으로 도구를 만듦으로써 힘과 지능이 발달하는 선순환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연구는 기존 학설에 맞선다. 인류가 직립보행이 아니라 직립주행하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born to walk’이 아니라 ‘born to run’이라는 얘기다.

신화가 된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1922~2000)은 이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것일까. 그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고 선언했다.

인류가 달리도록 진화했다면 달리기가 생존에 매우 유리했어야 한다. 달리기는 앞에서 말한 대로 포식동물로부터 도망치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류는 사냥하기 위해 달렸다. 아주 오래오래 달렸다.

네발 달린 동물과 비교할 때 사람은 훨씬 느리지만 훨씬 오래 달린다. 물만 마시면 네 시간이고 여덟 시간이고 계속 뛸 수 있다. 활은 물론 창조차 없어도 된다. 창은 20만년 전에, 활은 2만년 전에 발명됐다. 한 놈을 골라 계속 쫓아다니면 된다. 다른 포유류는 사람보다 빨리 지친다. 추격이 몇 시간에 이르면 먹잇감은 쓰러지게 마련이다.

추격 사냥은 전설로만 여겨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루이스 리벤버그가 칼라하리 사막 부시맨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 본 경험을 들려주기 전에는. 리벤버그는 2001년에 책 <트래킹의 예술: 과학의 기원(The Art of Tracking: The Origin of Science)>을 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칼라하리 부시맨이 얼룩영양(kudu)을 8시간 쫓은 끝에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의 일부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인류는 그냥 달리도록이 아니라 오래 달리도록 진화했다. ‘born to run long distance’인 셈이다.

추격 사냥으로 식단에 고기를 올리면서 원시 인류의 뇌는 용량이 커졌다. <우리 몸은 석기시대>의 저자들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코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과학자들은 뇌의 성장은 육류의 특성, 육류의 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본다.

뇌의 외형 확장과 함께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추격 사냥은 머리가 좋아지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추격 사냥은 여럿이 역할을 나누고 긴밀히 의사소통해야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cobalt@joongang.co.kr


[사진=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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