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전소민, 지옥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女예능인의 탄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다시 볼만해졌다. 솔직히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지난 몇 년간 프로그램 안팎으로 매너리즘에 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관련해 지난해 말 멤버교체를 통한 시즌2를 런칭하려던 계획이 실행 직전까지 갔었다. 심지어 잡음도 끊이질 않으며 폐지 논의까지 구체적으로 오갔던 터였다.

그런데 4월 중순 전소민과 양세찬을 멤버로 투입하고, 게스트 활용 폭을 줄이면서 캐릭터쇼의 재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멤버 가세 이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름표 뜯기에 비견할만한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거나 캐릭터나 멤버들의 대결 구도가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비슷한 류의 게임과 멤버들 간에 팀을 나눈 대결이 펼쳐진다. 심지어 일본의 전율미궁 편은 체험을 지켜보려 몇 주를 기다렸는지 진이 빠질 정도였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런닝맨>의 오래달리기를 새삼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게스트에 의존하지 않고 출연진들끼리 팀을 나눠 대만, 일본, 러시아 등등 글로벌하게 움직이면서 다양하면서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지난 주 ‘전원 불일치레이스’처럼 1~2주 분량으로 종결되는 에피소드의 결과가 보다 더 큰 규모의 다음 에피소드인 ‘국민 추천 프로젝트 1%의 어떤 곳’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판이 점점 커지는 점층적인 구조로 이어진다.

한 번 보면 계속해서 챙겨보는 드라마와 비슷하다. 이 모든 것들이 멤버가 보강되면서 출연진을 팀별로 나눠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런닝맨>의 새 마스코트로 등극한 ‘돌아이’·‘토크지옥’·‘강한여자’ 전소민의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가 있었다.



전소민은 순수한데 배짱이 좋다. 베테랑 선배들에게 늘 당하면서도 예능판에 주눅 들지 않는다. 미션 초반부터 미숙한 계산으로 엉성한 수 싸움이 들통 나지만 당당하다. 전율미궁에서는 또 난리법석을 부린다. 그럼으로써 <런닝맨>의 흐름과 공식을 뒤헝큰다. 지난주처럼 미션 실패로 탕수육을 못 먹는 상황에서 소스에 들어 있는 오이라도 먹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여배우임에도 민낯을 가리는 일이 없다. 방송의 흐름이나 전개를 잘 모르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캐릭터가 된 특별한 케이스다.

그렇다보니 유재석은 2주 안에 관련 보고서를 쓴다고 말 할 정도로 전소민은 종잡을 수 없고 말이 방송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다. 젠틀한 유재석마저 함께 있길 기피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이처럼 공격지점이 많은 캐릭터는 캐릭터쇼를 굴러가게 만드는 원천 에너지다. 거기다 해맑음으로 딱딱하게 굳어가는 <런닝맨>에 촉촉한 수분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 덕분에 다른 캐릭터도 뽀송뽀송하게 살아났다.



이 효과의 최대 수혜자는 에이스 이광수다. 지난 몇 주간 이어진 전율미궁 편은 이광수의 단독 특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꽝손 이광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런 이광수의 원맨쇼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좌하고 돋보이게 만든 인물이 ‘배신커플’을 맺어 활약한 전소민이었다. 망가지면서 웃음을 만들거나, 일종의 분란을 일으키는 역할을 분담하면서 이광수에게 쏠린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이광수를 더 궁지에 몰아넣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캐릭터쇼는 기본적으로 판을 흔들고 관계망이 굴러가게 흔들어 줄 수 있는 에너지를 주입하는 멤버가 필요한데, <런닝맨>은 기존의 이광수에다 전소민까지 가세한 셈이다. 무엇보다 열심히 임하는 멤버가 둘이나 늘어나면서 기존 출연진들도 충전이 된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연남동에서 회식을 하고 전소민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이광수의 에피소드는 실제로 얼마나 현재 팀 분위기가 좋은지를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전소민, 양세찬의 가세로 <런닝맨>의 캐릭터쇼가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성장이란 개념이 전소민이 예능에 적응하면서 방송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를 맡은 출연진들이 다시 친해지고 하나로 뭉쳐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런닝맨>의 기반이 출연진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이고, 그 무리에 속하고 싶다는 감정을 시청자들이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이다. 새로이 가세한 전소민과 양세찬이 이광수를 도와 신선한 에너지를 <런닝맨>에 대거 주입했다. 엔진으로 비유하자면 전소민의 가세로 4기통에서 8기통으로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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