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일색인 ‘섬총사’, 왜 시청자들 마음은 사로잡지 못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올리브TV <섬총사>의 첫 번째 섬스테이가 끝났다. 4박 5일간 우이도에서 지낸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영산도로 들어가 새로운 섬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섬총사>는 출연진이 유사가족 형태로 맺어지는 다른 스테이케이션 여행 프로그램과 달리 힐링의 포인트를 섬마을 어르신들과 나누는 따뜻한 정에 맞춘다.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 도시와는 다른 속도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고즈넉한 섬마을에서 어르신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한 끼 밥을 나눠먹으며 그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기본적으로 착한 예능이다.

여기에 여신 미모를 뽐내면서도 뽕짝을 주로 듣고 목공부터 뱃일까지 씩씩하게 해내는 털털함까지 보여준 김희선, 밀어붙이는 에너지를 내려놓고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는 캐릭터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강호동, 함께 지낸 할머니와 리얼한 정을 쌓은 태항호, 외모와 상반된 매력을 갖춘 정용화까지 출연진들도 모두 자기 맡은 바 역할을 잘했다. 그런데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좀처럼 치고 나오지 못한다.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앞뒤로 포진한 <윤식당>이나 <효리네 민박>과 같은 계열의 라이프스타일 예능이고, 진용도 밀리지 않으며, 반응도 호평 일색인데, 첫 섬스테이는 수치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다.



사실 이런 착한 예능에 대한 평가는 정해진 답이 있다.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쉽다. 게다가 어르신들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그럴듯한 방패도 있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예능이 갖춰야 할 덕목이란 게 또 있다. <섬총사>는 하고자 하는 의도, 준비된 재료, 그리고 시의적인 콘셉트까지 시청자들이 관심 가질 거리는 충분한데 이 구슬들을 꿰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섬총사>의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텔링의 부재다. 슬로라이프를 다루는 프로그램답게 편안하게 보는 와중에 준비한 감성이나 재미가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데 왜 섬에 왔는지부터 멤버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지낼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대신,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느꼈으면 하는 재미와 감동을 제작진이 미리 산정해놓고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스토리나 맥락은 없는데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있다 보니 웃음을 만드는 파트와 감동을 주고자 하는 파트가 이원화된다. 어르신들과의 관계에서는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 멤버들끼리 있을 때는 예능 특유의 웃음을 생산하려고 애쓴다. 그러다보니 나오게 된 것이 섬 생활과는 전혀 관계없는 김종민, 젠가 게임, 그리고 벌칙이다.



정말로 섬마을 어르신들과 교류가 <섬총사>의 핵심이라면, 그분들의 생활 사이클에 멤버들의 일상도 보다 밀접하게 연동되어 돌아갔어야 했다. 예를 들면 집주인 할머니가 평소 하고 싶었던 페인트를 대신 칠하고, 떠나기 전 멧돼지에게 염소가 잡아먹힐까봐 종을 들고 다니는 할머니를 위해 염소들에게 종을 달아주고,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한 태항호의 일과를 지금처럼 스케치 형태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메인 줄거리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섬마을 어르신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정을 쌓는 성장 스토리를 구축했다면 <섬총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보다 선명해졌을 것이다. 어르신들과 나눈 정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 날 저녁, 마을 사람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눈물의 이별을 하는 장면 배치는 감동적이긴 하지만 너무 고전적이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여타 스테이케이션 예능처럼 유사가족 커뮤니티를 형성해가는 스토리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성공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는 대부분 이야기를 통해서 시청자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섬 생활을 부럽게 느끼게 할 만한 라이프스타일 제안, 멤버들의 내일을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시청자들을 초대하는 보다 대중적이고 검증된 방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섬총사>는 시청자들이 부러움을 살만한 그 어떤 이야기도 없었다.

이는 따뜻한 감동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심산이었거나 섬에서 무엇을 얻어갈지를 보다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탓이다. 드라마가 필요한 장르인데 예능과 다큐를 나눠서 찍은 거다. 그러면서 이들이 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보려던 시청자들과, 또 한편의 슬로라이프 콘텐츠를 기다린 시청자들의 기대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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