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파트너’, 달달함에 집착하다 뻔한 전개로 실종시킨 긴장감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우리 헤어져요.” 보통 이런 대사가 나오면 안타까움이 느껴져야 한다. 하지만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은봉희(남지현)가 노지욱(지창욱)에게 결국 던지는 이 대사에서 그런 안타까움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확인한 그들이지만 바로 그 순간 노지욱이 은봉희의 방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이 이별의 발단이 되었다. 거기에는 자신의 부모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방화범의 얼굴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은봉희의 아버지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의 사랑을 막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부모들로 얽혀진 원한의 관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이런 설정이 너무 구태의연하고 식상한데다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우연히 얽히게 된 남녀가 과거에 부모의 악연으로도 엮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실상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희박한 확률일 것이다.

물론 이런 확률이라고 해도 그 설정 자체가 신선하다거나 새롭다면 시청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도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하고 불길하게(?) 예상했던 그대로 드라마가 진행되어갈 때 허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새롭지도 않고 개연성도 부족하며 시청자가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면 드라마의 긴장감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남녀의 사랑을 가로막음으로써 그 안타까움을 만들어내려는 설정이겠지만, 그 의도가 너무 쉽게 시청자들에게 들킴으로서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은봉희가 이 사실을 알고 노지욱에게 이별을 통보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들 부모 사이에 얽힌 악연은 사실 오해와 누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그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장무영(김홍파)로 인해 한 사람은 방화범의 누명을 썼고 한 사람은 진짜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노지욱과 은봉희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고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 결합하게 될 것이라는 것.

<수상한 파트너>가 멜로드라마이면서도 독특하게 다가왔던 지점은 거기에 법정 스릴러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덧붙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노지욱과 은봉희가 서로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모두 살인사건과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의해서다. 게다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은봉희와 그녀를 구하는 노지욱의 이야기 또한 두 사람의 감정을 더 애틋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모까지 얽히게 만드는 설정은 너무 뻔해서 이 모든 스릴러적인 상황과 사건들이 오로지 두 사람의 멜로를 위한 장치들로 여겨지게 만든다. 위기 상황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멜로를 위한 장치 정도로 사용되면서 긴장감을 전혀 유발하지 못하게 되는 것.

<수상한 파트너>는 그래서 달달하긴 한데 극을 이끌어나가는 굵직한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이 힘은 이 드라마의 제목에 담겨진 ‘수상한’이라는 수식어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스릴러적인 틀이 지속적으로 어떤 ‘수상함’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 달달함과 애틋함만이 남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드라마가 힘을 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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