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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vs 변칙, ‘비밀’ 조승우·배두나 신선한 연기력 조합
기사입력 :[ 2017-07-01 13:33 ]


‘비밀의 숲’에 생기 불어넣는 조승우와 배두나의 매력적인 조화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은 의문의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는 스릴러물 작품이다. 최근의 드라마 트렌드 경향이 그러하듯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정계와 재계, 그리고 사법부의 비리가 잔뿌리처럼 얽혀 있다. 드라마는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경찰 한여진(배두나)이 이 사건을 가린 빽빽한 음모들을 걷어내고 진실의 가닥들을 잡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접근한다.

<비밀의 숲>은 대충의 밑그림만 보면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스릴러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밀의 숲>은 보면 볼수록 빨려드는 맛이 있다. 그건 자극적이고, 강렬한, 매운 맛의 이야기에 땀을 쏙 빼는 쾌감은 아니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이야기 구조에 탐닉하는 은밀한 행복감에 가깝다. 그만큼 <비밀의 숲>은 극 초반부에서 중반부로 넘어가는 와중에도 섬세한 회로도처럼 섬세한 플롯에 그 플롯을 완벽하게 살리면서 사람들을 감탄시키는 세련된 연출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조승우와 배두나의 연기를 보는 데 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연기방식을 보여준다.



조승우는 정답에 충실한 연기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배우다. 영화 <춘향전>의 이몽룡을 시작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스타로 등극한 후에 드라마로 넘어온 조승우는 극 속 캐릭터의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감정까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많은 남자 배우들은 감정의 전달을 극단의 피로를 동반한 감정 소모적 연기로 표출한다. 울컥하게 사람의 심장을 건드리기도 하지만 일종의 ‘허세’나 ‘쎈 척’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는 그런 연기 말이다. 혹은 본인이 지니고 있는 남성성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인물의 감정을 뭉뚱그려 연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승우의 경우는 감정의 과잉이나 본인의 남성적 매력을 과하게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다. 그는 극의 캐릭터가 지녔을 법한 성격과 움직임을 정확히 분석하는 배우로 보인다. 동시에 극 전체의 큰 그림 속에 자신의 역할이 어떻게 녹아드는가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감정선을 조율하면서, 크게 과잉의 감정을 보여주지 않아도 인물의 감정을 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 정확히 전달해낸다. 거기에 그 정답의 동선이 너무 빤하게 보이지 않게 크리미한 미소와 은은한 목소리를 덮어 이 배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마무리한다.

<비밀의 숲>에 등장하는 감정 없는 검사 황시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히 사이코패스 냉혈한으로 묘사될 법한 이 인물에 조승우는 디테일한 감정선을 새겨 넣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까는 드라마 속 수많은 인물들과 달리 시청자들은 감정 없는 검사 황시목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가 지닌 삶의 고통들을 체험할 수 있다. 동시에 다소 복잡한 이 드라마를 황시목이 말하는 대사와 그의 표정, 정확한 감정전달을 통해 쉽게 빠져들 수가 있는 것이다.



반면 패션화보 모델로 시작해 영화 <플란다스의 개>, <복수는 나의 것>에서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인상적인 히로인으로 분했던 배두나의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변칙이다. 그녀는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전형적인 방법으로 연기할 법한 순간들을 다르게 보여준다. 하지만 거짓 연기는 아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아닌 현실의 여성들이 보여줄 법한 표정과 감정, 대사처리로 표현할 따름이다.

<비밀의 숲> 첫 회에서 한여진은 조승우를 살인 용의자로 오인하고 그를 뒤쫓으며 “거기 서라구요. 말 안 들려, 야.”라고 대사를 친다. 아마 보통의 수많은 여배우들이 이 대사를 어떻게 칠지 빤한 정답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최대한 신경질적이거나, 최대한 날카롭게, 가 아마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배두나는 이 대사에 힘을 빼고 무언가 지치고 짜증난 사람처럼 뱉어낸다. 여기에 배두나가 보여주는 연기의 독특한 힘이 있다. 전형적인 이야기 속 여성캐릭터의 대사를 일상적인 여성의 대사로 전환시킨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유태희가 스무 살의 여성이었다면 한여진은 이제 삼십대에 접어든 여성의 감정선과 톤이다.



특히 <비밀의 숲>의 형사 한여진은 이야기의 구조 상 메인인 남자주인공의 서브 역할을 하는 여주인공에 가깝다. 하지만 배두나가 지닌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이 캐릭터는 그 자체로 독특한 영역을 만들어낸다. 특히 살해당한 피해자 박무성(안효섭)의 어머니(예수정)와 보여주는 인간적인 그림은 이 숨 막히는 드라마에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운 그림을 보여준다. 더구나 희한하게도 배두나는 지극히 건조하게 감정연기를 하는 배우지만 이런 장면들에서 은은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힘이 있다.

흥미롭게도 전혀 다른 타입의 연기를 하는 두 사람이 <비밀의 숲>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인 조합으로 다가온다. 조승우가 보여주는 안정적인 연기와 배두나의 변칙적인 연기가 낯선 조화를 이루면서 자칫 복잡한 플롯 탓에 무겁게 가라앉을 위험성이 있는 드라마에 신선한 생기가 돌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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