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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라는 브랜드로 판매 중인 것들
기사입력 :[ 2017-07-03 13:36 ]


성공의 끝을 경험한 이효리가 제안하는 그 다음 버전의 라이프스타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기획 단계부터 떠들썩하며 화제를 모았던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드디어 영업을 개시했다. 그런데 정작 방송은 차분했다.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답게 특별한 에피소드와 같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곧바로 시작한다거나 제주도의 매력을 어필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냥 이들 부부의 하루 일과를 관찰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템포는 요즘 예능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차분하다 못해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릿하게 천천히 흘렀다.

이런 기운은 시청자들의 몰입 여부를 결정하는 1회 초반부터 감지됐다. 민박집을 준비하는 과정보다도 이들 부부가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을 소개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려 동물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평온한 일상을 공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민박집 주인이 되기 위해 물품을 구비하고 장을 보러 나간 짧은 여정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면이 그들의 집에서 단 둘이 있는 상황들이었다. 이는 단순히 민박집 준비기라든가 느림의 미학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집 안 곳곳과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카메라를 통해 효리네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호기심과 로망을 품고 놀러오라는 손짓이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저녁 드디어 첫 손님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가 펼쳐졌다. 김해에서 온 다섯 친구들은 왁자지껄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은 단정함으로 주인 부부와 기분 좋게 어울렸다. 20대 중반의 젊은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시작으로 민박집 사장님 이상순은 어느새 이들 사이에 끼어 ‘딥토크’를 나눴다.

요즘 트렌드나 화려함과는 거리를 두고 사는 이효리는 20대의 언어와 화장법 등의 유행을 경험했고, 답례로 일종의 수제 팩을 나눠줬다. 부산에 가서나 맛볼 수 있는 브로콜리 스프와 차, 커피, 그리고 요가 체험은 민박 손님들의 특전이자 이효리 라이프스타일의 체험이었다. 별다른 에피소드나 스토리텔링 장치 없이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모닝 요가를 하고 조식을 먹는 등 모두 집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시간 순으로 쫓았을 뿐인데도 어느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람들끼리 두루두루 어울리는 게스트하우스 문화나 제주도의 매력을 뽐내기 전이고, 별다른 서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효리네 부부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것과 기분 좋은 만남만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자아냈다. 처음부터 할 말이 많고, 보여줄 것이 많다고 이것저것 꺼내놓는 것 대신에 오롯이 이효리 부부의 일상과 공간에 집중한 전략이 무척 좋았다. 부부는 청소와 밥 짓기 이외에는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요가와 반려견과의 산책, 요리 스타일, 차를 마시는 습관은 물론 집 안 인테리어부터 편하게 걸치는 옷과 음악 선곡 목록까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제안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이 시청자들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 여부와 별개로 이효리와 이상순의 하루는 마치 tvN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가 꿈꾸던 달달한 부부의 현실판이라 할 만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부러움을 자아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즉,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성공한 것이다.



이효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상품화할 수 있는 유일한 연예인이다. 그녀가 <효리네 민박>과 최근 여러 방송 출연을 통해 드러낸 가치관과 특정 키워드들, 예를 들면 요가, 제주, 슬로라이프, 반려동물과 친환경, 미니멀리즘… 등등 다시 말해 굳이 촌스럽게 ‘욜로’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비움’과 ‘내려놓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그녀의 삶의 방식과 일상들은 이효리라는 브랜드로 절찬리 판매 중이다. 여기에 요가로 상징 되는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만큼이나 이상순의 따스함과 재치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이미 금슬 좋은 부부이니 유사 가족 커뮤니티를 무리하게 꾸릴 이유도, 스테이케이션 예능이지만 애초에 성장스토리도 딱히 필요 없다(물론 이것은 2회째 마지막에 등장한 아이유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추출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내어놓고, 이런 삶도 있다고 이런 가치들도 느껴보라고 권한다.



당대 최고의 화려한 스타가 어느 날 제주도 시골로 내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게 된 이유, 그리고 오늘날 그 삶에서 얻은 여유, 사람들과 어울리는 낯선 도전에 깃든 설렘이 결합한 <효리네 민박>은 우리네 일상의 재고든, 당장 제주도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든 시청자들에게 따뜻함과 함께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내보이며 위로 혹은 지향을 건넨다.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관찰형 예능 중 가장 느린 템포를 갖고 있고, 다수의 일반인 출연자와 함께하는 현실적인 세팅을 기반으로 하는 예능임에도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로망을 건드린 이유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쫓는 화려한 삶과 성장, 성공의 끝을 이미 경험한 이효리가 제안하는 그 다음 버전의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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