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빠진 ‘썰전’, 오히려 시청률 상승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하차한다는 소식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양갈래로 갈라졌다. 그간 ‘전스트라다무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괜찮은 반응을 얻어왔던 전원책이었으니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던 반면, 하차의 이유가 TV조선의 평기자로 입사해 메인뉴스 앵커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게 됐다. 그 행보가 보수를 대표하는 논객이 아닌 정치적인 행위처럼 읽혀졌기 때문이다.

전원책 변호사 대신 박형준 교수가 합류한다는 소식에도 호불호가 갈렸다. 전원책 변호사와 달리 차분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이었고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는 점은 부정적인 반응들을 만들어냈다. 4대강 사업 같은 이명박 정권 시절 벌어졌던 사안들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원책 변호사 대신 박형준 교수가 자리한 첫 방송이 나갔다. 박형준 교수는 역시 방송 전부터 얘기됐던 대로 전원책 변호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적어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서도 잘 한 건 잘 했다고 인정하는 점이 그랬다. 물론 그 안에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역시 빼놓지 않았지만.

박형준 교수는 스스로도 말했듯 때론 아재개그를 던지기도하고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던 전원책 변호사식의 ‘예능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신 농구를 잘 한다며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아냐고 주의를 환기시킨 후 “노룩 패스”라고 말하는 식의 블랙유머를 더했다. 차분하지만 곱씹으면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언변을 보여줬다.



사실 전원책 변호사가 나와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한데는 마치 싸움을 방불케 하는 언성이 한 몫을 차지했던 바가 크다. 가만히 틀어놨다가 뭔가 싸움이 벌어진 듯한 그 느낌에 TV를 쳐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니 박형준 교수가 보여주는 이런 식의 차분함이 방송의 시청률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형준 교수가 등판한 첫 방송의 시청률은 지난주보다 높은 5.98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는 전원책 변호사 대신 나온 박형준 교수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도 분명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감안한다고 해도 시청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이러한 변화가 <썰전>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해온 공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 건 역시 유시민 작가라는 사실이다. 보수의 논리 앞에서 대중들이 듣고 싶고 나아가 유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는 속 시원하게 대신 풀어줌으로써 <썰전>에 대한 지지를 높여왔다는 점이다. 결과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건 <썰전>에 유시민 작가가 존재하는 한 어떤 변화도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