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 잡은 일요일 밤의 주도권

[엔터미디어=정덕현] 일요일 밤의 예능 경쟁은 거의 10년 넘게 지속되어왔다. 지상파 3사는 주말예능의 성패가 그들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다. 주중에 부진한 성적도 주말예능이 괜찮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방송사의 예능 위상이 세워지던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지상파 3사의 주말예능은 너무 오래 같은 프로그램이 채워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권태를 느끼게 한 지 오래다.

주말예능의 오랜 강자였던 KBS <해피선데이>나 <개그콘서트>를 보면 그 극적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1박2일>은 여전히 고정 시청층이 충분하지만 예전만큼의 화제성을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그 프로그램의 최후의 보루이자 자존심이었던 <개그콘서트>는 그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참신한 코너나 두드러지는 개그맨이 잘 보이지 않아 평판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SBS <런닝맨>은 해외에서의 호평으로 인해 계속 방영되고는 있지만 갈수록 국내 대중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져가고 있다. 버린다고 해도 그만한 프로그램을 세우기가 쉽지 않아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껴안고 있기도 어려운 ‘계륵’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MBC <복면가왕>은 한 때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모두 잡은 주말의 강자였지만 지금은 그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서서히 기울어져 가고 있다. 그나마 주말 밤에 참신한 시도로 여겨지는 <세모방>은 그러나 관심만큼 시청률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이다.



그래도 주말 밤 월요병을 잊게 해주던 일요예능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이런 지상파 3사의 주말예능 정체현상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걸까. JTBC는 이례적으로 일요일 밤에 <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라는 신생 예능 프로그램 두 편을 연달아 라인업으로 세우는 초강수를 띄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효리네 민박>은 2회 만에 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넘겼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비긴어게인> 역시 4~5%대 시청률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중요한 건 시청률만큼 이 참신한 두 시도에 대한 반응이 호평 일색이라는 점이다. <효리네 민박>이 이효리라는 트렌드세터의 자연친화적이고 미니멀라이프적인 삶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민박을 찾은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준다면, <비긴 어게인>은 음악예능하면 천편일률적으로 오디션 형식이었던 데서 탈피해 여행과 버스킹을 엮는 방식으로 새롭게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두 프로그램의 주역은 역시 이효리와 이소라다. <효리네 민박>에서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건 이효리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그녀가 그런 삶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들이다. 물론 남편 이상순의 남다른 면면이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그 주인공은 이효리다.



<비긴 어게인> 역시 마찬가지다. 더블린으로 버스킹을 하러간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한 팀으로 움직이지만 그 구심점을 잡아주는 건 이소라의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몰입이다. 그녀의 몰입은 고스란히 같이 팀을 이룬 윤도현과 유희열에게도 전파되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간 닫혀 있던 귀를 열어준다.

무엇보다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이 반가운 건 어딘지 아쉽고 허전했던 주말예능의 갈증을 두 프로그램이 충분히 풀어주었다는 점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이 라인업은 그래서 JTBC 예능이 제대로 던진 승부수가 아닐까 싶다. 이제 시청자들에게 주말 밤은 그저 허전한 시간이 아니라 기다림이 설레는 시간이 되었다. 효리와 소라가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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