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이 발견한 록바보 윤도현의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낯선 아일랜드의 비 내리는 거리에 있는 펍. 비를 피해 들어와 맥주 한 잔씩을 마시며 시끌벅적한 그 곳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아마도 제 아무리 베테랑 뮤지션이라 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자리일 게다. 하지만 록앤롤을 구호처럼 외치며 나서는 이가 있다. 바로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이다.

웅성대는 펍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간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선 윤도현은 일단 자신이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린 후 열창을 한다. 의외로 뜨거워진 반응들. 그러나 그의 노래인 ‘타잔’을 부르자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다시 차가워진다. 그러자 그는 노래 중간에 ‘타잔’이란 곡을 소개한다. 한국 노래라 낯설 수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즐겨달라는 것. 그가 이렇게 소개하고 타잔 특유의 소리를 내자 외국인들은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미소를 짓는다.

사실 이건 콘서트장이나 행사장에서 무대가 열리기 전 이른바 ‘바람잡이’들이 올라와 사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던 그 화려한 ‘록앤롤 베이비’가 기꺼이 그 쉽지 않은 무대에 먼저 나선 건 같은 팀 동료들을 위한 배려였다. 다음 곡이 준비되어 있는 이소라는 그런 무대 자체가 처음인데다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 윤도현이 나서주자 용기를 얻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도현이 만든 분위기 위에 이소라가 부르는 ‘Moon river’와 ‘Over the rainbow’ 그리고 ‘L-O-V-E’의 메들리 곡은 펍을 가득 메운 외국인들을 정지화면으로 만들었다. 웅성대던 손님들 사이로 이소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들은 스스로 ‘쉬잇’을 해보이며 노래에 집중하고 빠져들었다. 음악 하나가 이역 타국에 사는 타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 기적같은 순간이 주는 감동. 그 새로운 경험에 이소라조차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물론 이소라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여운으로 남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윤도현의 듬직함이었다. 물론 본인도 떨린다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펍에 있는 외국인들을 밀고 당기며 부르는 노래는 역시 그가 베테랑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은 록스피릿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이 보여주는 매력의 원천은 그가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다. 그 매력은 급하게 결성 되었지만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비긴어스’라는 팀을 위한 헌신에서 나온다. 그가 하는 노래는 물론이고 행동이나 말 속에는 항상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음악에 있어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이소라를 위해 직접 ‘청혼’ 반주를 무한정 연습하는 모습이 주는 진정성 같은 것.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는 장소를 선정하는 바람에 관객도 별로 없고, 바닷바람으로 악보가 날아가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첫 번째 버스킹. 팀원들은 여러 모로 부족했다고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윤도현은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서 어떤 최악의 상황이든 즐겁게 깨쳐나갈 수 있는 듬직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 그건 아마도 오래도록 밴드를 해오며 체득된 것이 아니었을까. 록바보 윤도현이 있어 <비긴 어게인>의 버스킹 여행이 즐겁고 훈훈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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