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만큼 큰 연예인의 인성 리스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팔을 반만 올리면 XX 같이 보인다.” 지난 8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서울 무대에서 유세윤이 UV ‘이태원 프리덤’의 안무를 설명하며 나온 이 말은 장애인 비하 논란의 원인이 되었다. 유세윤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다. 유세윤이 촉발시킨 논란이 그와 함께 이른바 옹달샘 멤버인 장동민, 유상무의 논란까지 다시 끄집어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중들이 공분을 느끼게 된 건 그간 옹달샘 멤버들이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왔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일었으며, 그 때마다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또 반복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작년 장동민은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했던 개그 코너가 한부모 자녀 가족을 비하하고 또 아동성추행을 미화했다며 논란을 겪었다. 유상무는 성폭행 미수로 큰 논란을 겪었다. 이들에 대한 논란은 2015년 팟캐스트를 하던 시절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 당시 팟캐스트는 장애인 비하발언은 물론이고, 여성혐오 발언, 심지어 삼풍백화점 피해자를 조롱하는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2015년부터 무려 2년 간 끊임없이 옹달샘 멤버들은 논란을 일으켰던 셈이다. 사실 이 부분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일단 어떤 논란이 터지고 나면 연예인처럼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입장에서는 조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들은 그 후로도 돌아가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마치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어떤 잘못이나 실수는 누구나 한 번쯤 저지를 수 있지만, 그 잘못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이 한 잘못이 어떤 의미인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잘못이 반복되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잘못을 해도 그다지 처벌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때마다 사과만 했을 뿐, 그만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었다. 팟캐스트 논란이 뒤늦게 터졌을 때도 이들은 버젓이 방송활동을 했다. 심지어 제작자들은 이들이 가진 독보적인 재능을 이야기하며 대중들의 양해를 구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결국 끝없이 논란을 반복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던 건 아닐까.

이들은 논란은 엉뚱하게도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과 그들과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튀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명한 이들은 부르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적었다. 능력만 있으면 어떤 잘못을 해도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들은 물론이고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커다란 리스크를 안긴다.

최근 모 치킨회사, 피자회사의 오너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그 체인점들이 오히려 큰 피해를 입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오너리스크만큼 큰 것이 연예인들에게는 이른바 ‘인성 리스크’다. 하루하루 노력해서 쌓아온 위치가 단 한 번 슬쩍 드러난 비뚤어진 인성으로 인해 무너진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공든 탑은 고스란히 주변에도 피해를 준다. 만일 그 당사자가 한류의 주역이라면 그 파장은 국가적인 이미지 하락으로까지 미칠 수도 있다.

한 번 잘못은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된 잘못은 그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다. 잘못을 했다면 그만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그 잘못을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는 그 시스템이 고장 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제작자들이나 기획사 대표들은 아직도 능력이 가장 중요한 연예인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매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그리고 그 매력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 인성이다. 인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부조리한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야기하는 리스크는 이제 기업도 문화도 핵심적인 사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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