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남사친, 여사친’ 무슨 예능인지 모르겠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의도가 뭐지? 의도가 뭘까?” 신지와 함께 쓸 방을 둘러 본 후 읊조린 김종민의 이 말은 SBS 파일럿 <미안하다 사랑하지 않는다 - 남사친 여사친>을 지켜보는 내내 느낀 심정과 같았다. TV를 많이 보는 헤비한 시청자 입장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를 만날 수 있는 파일럿은 늘 기대를 하고 찾아보는 편이다. 그런데 남녀 사이의 우정에 대한 새로운 실험 리얼리티라는 출사표를 던진 <남사친 여사친>은 방송이 끝나갈수록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든 예능인지 잘 모르겠다.

우선, 이 파일럿 예능도 일정한 상황을 설정하는 관찰형 예능의 형식을 띈다. 스캔들 한 번 없이 17년을 함께 보낸 코요테의 신지와 김종민, 연예계에 발이 넓은 정준영과 독특한 솔로 캐릭터를 가진 예지원이 각각 가장 편하다고 생각되는 연예인 남사친, 여사친과 함께 태국 카오락으로 허니문 패키지를 떠나서 함께 지내는 이야기다.



허정민을 제외한 모든 출연진들이 전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제작진은 여성스러운 말투의 의문형 자막과 이모티콘 등을 통해서 이들이 알콩달콩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러브라인을 이어가기 위한 집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실제로 이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든 답은 정해져 있는 듯 했다. 핑크빛 무드를 의심할 만한 아무런 에피소드가 나타나지 않자, 첫날 밤 침대를 어떻게 쓸지를 놓고 최대 난제라며 에피소드를 전개한다. 실제로 난제는 난제였다. 정준영과 고은아가 침대에 선을 긋고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선을 넘었다는 걸로 싸우고 장난치는 걸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보여주고 신지가 씻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김종민이 엑스트라 베드에서 잠을 청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을 특별하게 포장할 정도로 초반부터 심각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이자 제목이자 아름다운 휴가지에서 촬영하는 이유인 남사친, 여사친 콘셉트가 전혀 매력적이지도 궁금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는 데 있다. 아마도 기획 의도는 ‘이래도 안 사귈래?’라는 로망이 꽃피는 상황 속에 연예인들을 집어넣고 이들이 마치 <짝>에 출연한 사람처럼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을 지켜보려 했던 것 같다. 초창기 <우결>처럼 긴가민가한 묘한 기운이 감돌고, 연예인 커플의 사랑놀이를 엿보며 판타지를 키웠듯이 말이다. 여기에 요즘 계절에 맞는 키워드인 아름다운 휴양지라는 배경까지 대리체험 판타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남사친 여사친을 가상 신혼여행으로 풀어놓는 것부터 와 닿지 않았다. 이 관계의 핵심 포인트는 성적인 부분 혹은 짝사랑의 다른 버전이 얼마나 절제가 되느냐인데, 이를 예능으로 다룰 수가 없는 이야기다. 사실상 남사친, 여사친에 대한 공감대와 본질을 대부분 거세한 셈이다. 그러니 예상되는 상황은 뻔히 눈에 보이는데 자막은 호들갑을 떨면서 억지로 다른 그림으로 몰아가려는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우리는 절대로 이성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는 호언장담부터 시작해 허니문 패키지인 까닭에 무드를 한껏 살린 웰컴 타올과 장미꽃, 양초 등으로 장식된 방에서 당황과 어색함을 느끼는 것까지 너무나 충분히 예상되었던 그림이다. 게다가 출연진들도 다른 방송을 통해 보여줬던 기존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예상외의 그림이나 일상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송 촬영 중인 게 시청자 입장에서도 느껴지는데, 다른 감정이 싹 틀 리가 만무해보였다.



그 결과 로맨스에 포커스를 맞춰놓은 것인지, 연예인의 일상과 인맥을 엿보는 재미를 기대하는 건지 아름다운 휴양지 카오락을 선전하는 것이 포인트인지 알기가 굉장히 힘든 예능이 되었다. <해피투게더>가 몸소 증명하고 있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친목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출연진에게 미안하지만 송혜교, 송중기 커플 정도가 아니면 연인 관계로 발전할지 안할지는 그다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슈가 아니다. 아예 여행지의 로망으로라도 풀었으면 다른 흥미라도 있을 텐데, 차에 올라타는 장면까지 모든 걸 남사친 여사친이 연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스토리텔링 안에서 풀어내는 까닭에 아름다운 휴양지에 떠나고 싶은 대리 체험의 설렘도 없다.

초반부터 억지로 러브라인 위주로 풀어간 스토리텔링은 3부작 파일럿의 첫 방송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새로 오픈한 쇼핑몰 식당가를 찾았다가 아이템을 잘못 잡은 프랜차이즈 대리점을 보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연애의 감정과 엿보기는 리얼함에서 나온다. 그런데 설정 자체가 너무나 인위적이다. 이 엇박자와 허니문이라고 욕조 위의 장미꽃을 띄워 놓고 초를 켜놓은 것 같은 전형미가 아쉽다. 그 때문에 평소 김종민과 신지가 연애에 이르길 바라는 시청자가 보더라도 로망이 꽃피거나 다음이 궁금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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