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무대 위에서는 그렇게까지 큰 실수라고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내려와 보니까 스텝들이 고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제야 내가 굉장히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그래서 하차를 결심했죠. <나는 가수다>에 나와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았어요. 바로 산으로 가서 마음을 비우고 지내다보니 음원 올킬 소식이 들리더군요. 기분이 좋긴 했지만 마음 한편에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JK김동욱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이번 주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이하 <놀러와>)는 MBC <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탈락을 경험한 가수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는 '꼴지의 역습' 특집이었다. ‘연우신’이라고 불릴 실력을 지녔음에도 낮은 인지도 탓인지 노래 두곡 ‘달랑’ 부르고 탈락한 김연우, 신혼여행까지 미루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신 BMK, 그리고 그 누구도, MC 김원희조차 그의 탈락이 믿어지지 않아 방송국에 항의 전화를 걸고 싶었다는 R&B 대디 김조한, 그리고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비운의 매니저 고영욱이 함께 했다.

김조한이 7위 당시의 선곡이 ‘아름다운 이별’이라서 사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다고 운을 떼자, BMK 또한 탈락 때 불렀던 이정석의 ‘사랑하기에’의 가사가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라는 내용인지라 가사 대로 간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쳤고, 김연우도 마지막 곡 가사가 ‘나처럼 울고 싶은지 왜 자꾸만 후회되는지’였다고 한 마디 보태며 화기애애하니 웃고 즐기는 사이 JK김동욱이 등장해 합세했는데 가사 한번 틀렸다고 자진하차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심경 고백이 짠하기 그지없었다.

얼버무리며 슬쩍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관객에게 오점 없는 최고의 곡을 선사하고자 노래를 끊었던 것이 결국 하차의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말은 자진하차였지만 그의 등을 떠밀었던 것은 대중의 따가운 시선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무슨 큰 죄라도 진 양 하차 발표를 하던 그의 굳었던 얼굴이 생각난다. 경합 무대라는 게 난생 처음인지라 경험 부족에다가 융통성이 없어서 벌어진 일일 뿐인데 당시로서는 두루 최선인 선택이었겠으나 지금 와 되짚어 보면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었지 싶다. 물론 ‘나가수’ 덕에 처음으로 음원 차트를 올킬 해보는 기쁨도 누렸다고는 하지만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접어야 했으니 평생 잊히지 않을 아픔이 아니겠는가.






이 시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첫 번째 탈락자로 결정됐던 김건모와 그가 재도전 논란으로 뭇매를 맞자 함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영희 PD다. 유사 이래 예능 프로그램 하나로 이렇게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듯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서바이벌을 표방하고는 있었지만 규칙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첫 탈락자가 나왔고 지금처럼 노래 실력도 중요하지만 대진 운이나 선곡 운에도 좌우된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던 때라 첫 탈락을 두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당황한 나머지 부지불식간에 김건모의 재도전이 결정되고 말았는데 누가 옳다, 그르다, 잘했느니 잘 못했느니 언론은 물론 각종 SNS 메시지까지 전격 가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 와중에 누구보다 상처 받았을 김건모. 재도전할 기회를 달라고 스스로 요청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재도전의 기회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참기 어려운 비난에 시달려 했던 그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가 하차하기 전 불렀던 '유 아 마이 레이디'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그의 떨리는 손이 대중이 원했던 진심이라며 마지막 무대를 추켜세웠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받았을 상처가 지금도 가슴 아프다. 그토록 혹독하게 내쫓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여유 자적하니 톱 중의 톱이라는 폼 잡지 않고 ‘꼴찌들의 역습’에도 모습을 보였을 그가 아닌가. <놀러와>에 이어 MC 강호동의 마지막 출연, SBS <강심장>을 보고 나니 그저 심란하기만 하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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