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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이소라, 왜 자기 노래 더 안 부르냐고 묻지 마시라
기사입력 :[ 2017-07-14 15:36 ]


‘비긴어게인’이 굳이 버스킹의 형식을 취한 이유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음악은 TV에서 엑스트라가 된지 오래다. 서바이벌오디션 예능의 미션과제이거나 여행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띄우는 배경음악으로 겨우 존재감을 유지한다. JTBC의 새 음악예능 <비긴 어게인>이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비록 여행프로그램의 포맷을 빌려왔지만, 그 정신만큼은 정통음악 프로그램들의 계보를 잇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캐스팅에서부터 그 의도가 뚜렷하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음악 비중은 꽤 높다. ‘우리 더블린에 와서 연습 밖에 한 게 없다’는 유희열의 말처럼 곡을 준비하고 노래하는 이야기가 거의 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향한 호평들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한다. 정석희 평론가는 요즘 음악예능의 주 공식인 줄세우기와 생존경쟁 구도를 탈피한 점을, 김선영 평론가는 음악이 지닌 소통의 힘에 집중한 점을, 이승한 평론가는 음악과 뮤지션을 존중하는 태도에 대해 호평을 내렸다. 이 정도면 <효리네 민박>과 함께 JTBC 일요 힐링 예능 연작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 편성의 묘를 통해 연장된 공감의 시간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사장님 이상순이 민박집 손님 사이에서 어색해할 직원 아이유를 걱정하자 회장님 이효리가 말했다. 그런 경험도 필요하다고.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다고. 그리고 이어서 방송 된 <비긴 어게인>에 ‘비긴 어스’의 첫 버스킹 장면이 나왔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에 악보가 날리고 한기에 손은 곱아들고,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오가는 이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귀 기울이는 사람조차 드문 상황. 불과 몇 시간 전 팝 공연에서 받았던 환호와는 대조되는 결과다. 그 모습에 억장이 무너져 눈시울을 붉히는 노홍철에게 이효리의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 경험도 필요해.”



별 호응이 없었던 첫 버스킹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이 흥미롭다. 장소 선정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자책하는 유희열, 힘들었어도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윤도현, 한 사람이라도 같은 마음이었으니 만족한다는 이소라. 각본이나 설정이라면 나올 수 없는 진심어린 소회들이다. 바로 이들이 멀리 이국땅으로 찾아간 것이 생경한 경험이 아니겠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 땅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감정들. 앞으로 <비긴 어게인>이 풀어낼 색다른 그림과 연주와 노래들이 기대가 된다. 누가 더 잘했느냐 줄을 세우고, 탈락이냐, 생존이냐를 가리지 않아서 좋다. 이상순과 아이유의 일상이라는 ‘멍’ 때리며 들어도 되는 음악 프로그램이라서 좋다. 무엇보다 <효리네 민박>에서 얻은 따뜻한 공감을 오롯이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삶의 갈피마다 피어오르는 다양한 음악의 풍경

여행 첫 날, 더블린의 숙소에 도착한 뮤지션들은 짐을 풀자마자 모여 합주를 한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작은 거실을 꽉 채운다. 노래에 담긴 이소라의 자전적 경험에 대한 대화도 오간다. 또 다른 날의 오후, 식사를 마친 유희열이 휴대폰에 저장된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재생시킨다. 노래를 함께 듣던 노홍철은 유희열과 가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같은 날 저녁, 비 때문에 첫 버스킹이 좌절되자 숙소로 모인 일행들은 또 악기를 잡는다. 윤도현과 유희열이 ‘데스페라도’를 합주하고 맞은 편 쇼파에 앉은 이소라와 노홍철은 편안하게 감상하며 수다를 떤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에는 이처럼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앞선 사례들처럼 어떤 곡은 ‘희열 핸드폰 플레이 ver.’이기도 하고, 어떤 노래는 ‘쉬는 시간 ver.’이기도 하다. 공연을 위한 선곡은 이미 정해져 있고 방송 내내 몇 번이고 반복되지만, 그렇다고 다 똑같은 음악은 아니다. 이를테면 슬래인 캐슬의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울려 퍼진 ‘Falling Slowly’와 월턴 악기점에서 유희열과 윤도현이 장난스럽게 부른 ‘Falling Slowly’, 그리고 골웨이 첫 버스킹에서 빗줄기와 함께 쓸쓸하게 흩날리던 ‘Falling Slowly’는 다 다른 곡이다.

<비긴 어게인>은 이처럼 누구와, 어디서, 언제, 어떤 기분으로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으로 다가오는 음악의 의미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바람이 분다’의 가사 한 구절은 음악의 속성이기도 한 것이다. 즉 음악은 소통을 통해 비로소 더 풍부해진다. 이는 <비긴 어게인>이 굳이 버스킹의 형식을 취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버스킹은 매번 달라지는 날씨, 거리의 상태, 관객 등과의 호흡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음악의 다양한 풍경을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는 시대에 <비긴 어게인>의 반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멀리서 지켜보는 무심한 시선의 힘

“(보통) 도현이가 그런 식으로 무대 위에 한번 올라가면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최소 30명은 움직이거든. 음향팀부터 시작해 가지고. (그런데) 아무도 없이 지금 가가지고, 쉽게 얘기하면 바람잡이 역할이거든.” 아일랜드 골웨이의 자그마한 펍에서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앞장서서 노래하는 윤도현을 보며 유희열은 혀를 내두른다. 아마 <비긴 어게인>을 보는 한국 시청자들 또한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호오나 취향을 떠나 윤도현이 한국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한 음악가인지는 주지의 사실이니까.

그런 그가 어떠한 후광효과나 명성의 힘도 빌리지 못하고 오로지 음악 하나로만 듣는 이들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긴장감과 기묘한 해방감, 그리고 그걸 진짜 멋지게 해치워 내는 걸 볼 때의 즐거움은 <비긴 어게인>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그래서 몇몇 이들이 제기하는 “왜 기껏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을 보내 놓고는 자기 노래보다 남의 나라 노래를 더 부르고 오게 하느냐”는 불만은 그 번지수가 살짝 잘못된 질문이다. 이들의 여행 목적은 홍보가 아니라 소통이니까.



자기 세계를 뚜렷하게 구축한 음악가 셋을 모아 떠난 여행이니 긴장이나 갈등이 왜 없으랴. 드문드문 공개되는 연습 장면에서 공연의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높이고 싶어하는 이소라의 완벽주의와 최대한 자연스럽게 현장에 임하고 싶어하는 유희열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 혹은 길거리 공연을 하는 셋을 바라보며 울컥 눈물을 짓는 노홍철의 표정 같은 순간들. 예능의 문법대로라면 클로즈업과 심각한 BGM, 개별 인터뷰 클립 삽입으로 부각시켜도 됐을 만한 장면들을 <비긴 어게인>은 감추지도 주목하지도 않고 그저 무심하게 흘려보낸다. 어떤 순간들을 애써 부각해 쉽게 드라마를 만들기보다는, 그들을 최대한 존중해주기 위해 멀리서 무심하게 바라보는 쪽을 택한 것이다. 클로즈업에 집착하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는 지금의 박자가, 딱 적당하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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