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유타대학 생물학과 교수인 데니스 브램블과 하버드대학의 진화생물학 교수 대니얼 리버먼의 논문이 2004년 11월 28일자 <네이처>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됐다. <네이처>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두 과학자는 인류의 ‘직립주행 진화론’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인체가 다른 영장류와 다른, 달리기에 적합한 26가지 특징을 들었다.

원숭이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머리와 목이 어깨와 함께 움직인다. 이와 달리 초기 인류는 머리와 목이 어깨와 몸통으로부터 분리됐다. 그래서 달릴 때 몸통은 회전하지만 머리는 앞을 향하게 됐다. 또 사람은 두개골 뒷부분과 흉추를 연결하는 인대가 있고, 이 인대는 달릴 때 충격을 흡수한다.

달리도록 설계된 26가지 중 대부분은 사람에 따른 편차가 없다. 그러나 두 가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요즘 사람 중에는 그 두 가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아치와 아킬레스건이다.

아치와 아킬레스건은 달릴 때 착지 충격을 완화한다. 나아가 몸이 땅에 부딪히는 힘을 스프링처럼 다시 몸에 되돌려준다. 리버먼과 브램블은 논문에서 “인체의 이 두 스프링은 걸을 때엔 상대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지만 달릴 때면 신진대사 비용의 약 50%를 절감해준다”고 분석했다. 아치와 아킬레스건을 잘 쓰면 더 효율적으로 뛸 수 있다는 말이다.

아치와 아킬레스건을 설계에 충실히 활용하자는 움직임은 미국을 중심으로 맨발 달리기 운동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의 핵심은 맨발이라기보다는 앞발 착지다. 기존 달리기 이론서는 대부분 뒤꿈치 착지를 권한다. 그러나 발의 볼 부분부터 디디는 앞발 착지이어야 아치와 아킬레스건을 작동시킨다.

나는 8월 중순 이후 맨발 달리기와 앞발 착지를 동시에 연습하고 있다. 마라토너로는 과다 체중인데도 아직 탈이 나지 않았다. 시멘트 길을 15km까지 맨발로 달려봤다. 앞발 착지로는 하프코스까지 연습했다. 발목과 무릎은 아무 탈이 나지 않았다. 발바닥도 조금씩 단련됨을 느낀다.

맨발 또는 앞발 착지를 통해 이전보다 힘을 덜 들이고 반발력을 활용해 달릴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 말로만 듣던 ‘킥킹’을 할 수 있게 됐다. 킥킹이란 뒷발 앞부리로 땅을 차면서 추진력을 얻는 동작을 가리킨다. 뒤꿈치 착지로는 킥킹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맨발 달리기, 또는 앞발 착지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10월호에 실렸다.)

나는 한 달 뒤면 풀코스 대회에서 달린다. 이후 2주 뒤에는 다른 풀코스 대회에 참가한다. 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맨발로 뛰느냐, 신발로 뛰느냐, 그것이 문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cobalt@joongang.co.kr


[사진=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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