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 어째서 김희선식의 복수가 더 통쾌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가 최고 시청률 8.4%(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2%에서 시작했다는 걸 염두에 두면 무려 네 배가 오른 수치다. 이런 상승세라면 최근 JT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힘쎈여자 도봉순>의 9% 시청률을 충분히 넘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시청률의 이런 반등에는 드라마 내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건 박복자(김선아)의 도발이었다. 물론 문제를 내부적으로 갖고 있던 집안이지만 겉보기에 안정되어 보이는 부유한 안태동(김용건) 회장의 집에 들어와 조금씩 파란을 만들어가는 이 인물이 만들어내는 공감과 불편한 감정의 공존이 그것이다.

게다가 시작은 작은 사건처럼 보였던 우아진(김희선)의 남편 안재석(정상훈)과 윤성희(이태임)의 불륜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것이 우아진의 삶 전반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면서 이 불륜남녀에 대한 불편한 감정 역시 이 드라마가 시선을 잡아 끈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박복자나 안재석, 윤성희의 빛나간 욕망들이 주는 불편함만큼 커진 건 이 사건들을 통해 파괴되어버린 우아진의 삶이 주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래서 우아진이 자신이 살던 세계의 실체를 알게 되고 각성해 어떻게 이 세계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할 것인가가 시청자들의 관심사항이 되었다.



흥미로운 건 우아진의 복수 방식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내연녀 윤성희에 대해 분노하지만 직접 손을 대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박복자가 대신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과 발길질을 날리지만 그것으로 우아진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질 리가 없다. 그것보다 그녀는 좀 더 우아한 방식을 선택한다. 법적으로 접근하면서 행동으로 보일 것은 보이는 그런 방식이다.

안재석과 우아진이 이혼 소송을 할 거라는 걸 알게 된 윤성희가 발 빠르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안재석의 명의에서 자신의 명의로 바꾸자, 그것이 법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걸 확인한 우아진은 다짜고짜 그녀의 집으로 짐을 옮기고 자물쇠를 바꿔버린다. 경찰을 부를 것이라는 윤성희의 말에 그잖아도 자신이 부르려 했다는 우아진의 자신만만함에는 그런 철저한 이성적인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이것은 그의 집안으로 들어와 모든 실권을 가져가버린 박복자에 대처하는 그녀의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 시아버지인 안태동과 결혼한 박복자와 그녀는 직접적으로 부딪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대신 사무적인 관계로서 선을 긋고 그녀를 대한다. 화장지에 들어간 화학물질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박복자에게 선선히 알려준다. 그런 그녀가 의아한 박복자가 왜 자신을 도와 주냐고 묻자 그녀는 말한다. 자신은 이혼할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는 일일 수 있지만 자신의 딸에게는 이 회사가 할아버지 회사라는 것이 그 이유다.



박복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또 남편 안재석이 불륜을 저지르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럭저럭 이 속물적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그녀를 각성시키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녀는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그 집을 나오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래서 이 이상한 세계로부터 탈출하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우아진의 각성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그 다음 행동을 이어가게 될까. 속물적인 욕망에 허우적대는 인간군상들 속에서 그들을 비웃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어찌 보면 그것이 우아진이 해야 하는 선택이고,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가장 큰 복수일 수일 수도 있으리라.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또 살가운 친구로서 그들의 세상을 빛나게 해줬던 존재, 우아진이 그 세상을 버리는 일. 과연 그녀는 그녀만의 우아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줄까. 그 궁금증이 <품위 있는 그녀>에 점점 더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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